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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하이브리드 차량, '세금 · 주차 혜택' 없앤다…무공해 좋긴 한데

[취재파일] 하이브리드 차량, '세금 · 주차 혜택' 없앤다…무공해 좋긴 한데
정부가 23일 열린 혁신성장 빅3추진회의에서 '무공해차 중심 저공해차 분류·지원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휘발유나 가스를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차량은 친환경차에서 제외하는 겁니다. '저공해'가 아닌 '무공해'만 친환경이라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친환경차에게 줬던 구매보조금과 세제혜택 등도 사라집니다.

내연기관차는 2005년 저공해차 기준이 마련될 때부터 포함됐지만 2019년 경유차가 먼저 저공해차에서 빠진 걸 시작으로 이번에 액화석유가스(LPG)와 압축천연가스(CNG), 휘발유차까지 모두 제외 대상에 올랐습니다. 이들 차량은 환경부령에 정해진 배출허용기준을 충족하면 '제3종 저공해차'로 분류됐는데, 정부는 3종 저공해차 지원사업을 내년에 종료할 계획입니다.
 

하이브리드 차량, '저공해차' 제외 추진…혜택 사라져

 
하지만, 이번 조치에서 업계와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차량 역시 이르면 2025년부터 저공해차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는 점입니다. 일단 저공해차에서 제외되면 차 살 때 세금 깎아주고 통행료 할인해주는 혜택도 사라지게 됩니다.

저공해차에 남산터널 출입료 면제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정확히 언제부터 뺄지는 시장 상황 등을 보고 2024년에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당장 제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국내기업 하이브리드차 생산계획과 자동차 부품업체의 사업 전환 기간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도 "자동차 부품업계 상황이 어려우니 하이브리드차의 저공해차 제외 시점을 늦추고 세제 혜택을 지속해달라는 요구가 업계에서 계속 나왔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밖에 하이브리드 차량의 구매 수요가 여전한 것도 저공해차 제외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알려졌습니다. 당장 전기차로 옮겨 가는 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이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많이 찾고 있어 올해까지인 하이브리드차 개별소비세·취득세 감면기한도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저공해차 분류체계 조정과 연계해 올해 말로 끝날 예정인 저공해차 개별소비세 감면기한을 2~3년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예정입니다. 현재 취득세 감면기한은 하이브리드차가 올해까지, 전기차와 수소차는 2024년까지인데, 시장 등 관련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장 여부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강남 무역센터, 국내 최대 규모 전기차 급속충전소 (사진=무역센터 제공, 연합뉴스)

전기∙수소차로만 보급 목표 설정

 
환경부는 내년부터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로만 '저공해차 보급목표'를 설정하기로 했습니다. 말은 저공해차 보급목표인데 실상은 무공해차만 포함하는 셈입니다. 저공해차 보급목표제에 따라 자동차사들은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저공해차로 채우지 못하면 내년부터 기여금을 내야 합니다.

자동차 업계는 술렁이고 있습니다. 당초 논의됐던 제외 시한인 내년보다는 2∼3년 연장되긴 했지만, 국내 친환경차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다 하이브리드차를 대체할 전기·수소차의 경우, 충전소 등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이번에 발표된 정부 정책은 여러모로 시기상조라는 겁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동차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브리드차 판매 대수는 모두 22만2천869대로, 전체 친환경차 판매의 절반을 훌쩍 넘는 64%에 달했습니다.

물론 현재 잘 팔리는 하이브리드차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자동차 업계의 사심이 일정 부분 작용한 걸로 보이지만, 앞서 언급한 시장 상황으로 볼 때, 하이브리드차가 저공해차에서 빠질 경우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 선택이 줄면서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어 보입니다.
 

전기∙수소차 늘리는 건 좋지만…친환경 연료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과정에는 기존 체제에 익숙한 구성원들의 저항이 늘 따르기 마련입니다. 정부의 저공해차 분류 개편에도 그런 저항이 없지 않을 겁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를 친환경차로 보지 않는 건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세계적인 추세다"라고 말했습니다.

탄소 배출은 이미 환경을 넘어 경제 이슈가 된 지 오랩니다. 수출입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게 탄소 문제는 이제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미국과 EU 등 우리의 주요 수출대상국들은 이미 깐깐한 탄소 기준 충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조치는 큰 틀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참여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이런 결정이 우리나라의 관련 인프라와 생산 능력을 충분히 감안해 이뤄진 건지는 의문입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저공해차를 사실상 전기차와 수소차로 한정했습니다. 이들 차량의 연료는 전기와 수소입니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이나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 수소가 대부분입니다. 친환경 연료, 즉 블루 수소가 아닐뿐더러 생산량도 제한적입니다. 수소차가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 같은 인프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전기차

수소차야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치고 보급이 본격화한 전기차는 어떨까요? 아파트 단지에 전기차 충전기 의무 설치 비율을 확대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비가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 생산 방식을 보면 문제가 좀 달라집니다.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 비중을 볼까요? 한전 자료 2020년 기준으로 석탄 35.3%, 원전 28.8%, LNG 27.1, 신재생 6.0%입니다.

내연기관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하이브리드차까지 친환경차에서 배제했지만 정작 전기차에 충전할 전기는 화석연료와 원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전기 생산량도 따져봐야 합니다. 평소 전력 보급이 충분한 우리나라이지만, 한여름과 한겨울 피크 타임에는 '블랙아웃'에 대한 경고가 없지 않습니다. 전기차가 빠르게 늘어날 경우 수요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 산업 생 및 서민 생활과 직결된 전기 요금은 어떻게 될지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물론, 전력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정부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71%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하지만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정부의 이번 저공해차 분류·지원체계 개편방안이 좋은 의도만큼 좋은 결실도 거둘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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