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에 유럽 은행들 '비상'…미국 은행들은 위기감 덜해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은행 제재에 나서면서 이들 은행과 접점을 가진 유럽 은행들도 불똥이 튈 것에 대비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현지시간 어제(22일) 보도했습니다.

가장 선두에서 러시아 은행 제재에 나선 국가는 영국으로, 로시야은행과 크림반도에 있는 흑해은행 등 5곳을 제재했습니다.

이들 은행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이 이용한다고 추정되는 곳으로, 영국 내 자산동결, 영국 개인·기업과 거래 금지 등 제재를 받습니다.

뒤따라 미국과 유럽연합도 각각 러시아 은행 제재를 공식화했습니다.

이 여파로 가장 골머리를 앓는 쪽은 유럽 은행입니다.

미국 은행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 당시 내려진 대러 제재 이후 대출 리스크 등을 최소화하려고 어느 정도 관리해 왔습니다.

반면 유럽에서도 특히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의 은행은 러시아 노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럽 대형 은행 중 하나인 HSBC의 노벨 퀸 최고경영자는 어제 로이터에 세계 금융 시장에 광범위한 파급효과가 우려된다면서도, HSBC의 직접적 (리스크) 노출도는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파급효과나 일부 이차적 영향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영업해온 오스트리아 RBI은행은 "현재로서는 업무가 정상이지만 긴장이 고조된다면 수 주간 준비해온 비상 계획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은행 주가는 이날 7.48% 떨어졌습니다.

러시아로 영역을 넓혀온 네덜란드 ING도 "더 고조되는 갈등은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덴마크 연금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진입 시 대러시아 신규 투자를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은행은 현재까지는 상대적으로 위기감이 덜한 분위기입니다.

다만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은행과 금융 로비 단체는 최근 며칠간 바이든 행정부와 접촉하며 제재를 받을 후보군을 파악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금융계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러 제재 카드로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꺼내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러시아를 넘어 세계 금융 시장에도 막대한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어제 백악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됐다"며 이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제재 방침을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과 방위산업 지원특수은행인 PSB 및 42개 자회사를 제재대상에 올려 서방과의 거래를 전면 차단했으며 이들에 대한 해외 자산도 동결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