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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탄소 경고장'…전기료 고민

<앵커>

무려 85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이 자신들이 투자하는 우리나라 대기업 10곳에 지난주 경고장을 보냈습니다. 탄소 감축 노력이 부족해서 기업 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며 주주 자격으로 질책하고 나선 것인데, 핵심은 삼성전자였습니다. 탄소 배출량은 가장 많고, 뚜렷한 탄소 중립 계획은 없다는 것입니다.

세계적 흐름인 탄소 감축에서 왜 유독 삼성전자만 뒤처지고 있는 것인지, 장세만 환경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00만 달러어치 제품을 팔 때 삼성전자가 배출한 탄소량은 87.4톤.

3.4톤에 불과한 애플보다 무려 25배 이상 많습니다.

당장 외국 투자자 쪽에서 문제를 삼았습니다.

[박유경/APG 아태 지역 책임투자총괄이사 : (삼성전자) 성장 전략을 봤을 때 탄소 배출량이 늘어날 텐데, 이것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하고 정확히 반대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주주 또는 기관 투자가로서 반드시 알아야 되는 거죠.]

탄소 중립을 선언한 국내 기업만 벌써 100곳 가까이 되는데, 유독 삼성전자만 왜 묵묵부답일까요?

이유는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막대한 전기입니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석탄 화력 위주인 기존 산업용 전기 대신,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만든 저탄소 재생에너지 전기를 써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할 곳을 찾기 쉽지 않고, 인허가에 들어가는 간접비용도 높아서 기존 산업용 전기보다 10% 이상 더 비쌉니다.

1년 전기료로 1조 원 이상 내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선뜻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것이죠.

출혈을 감수한다 해도 현재 국내 여건상 재생전기를 필요한 만큼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경쟁 회사가 있는 유럽이나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재생전기가 기존 전기보다 가격이 싸지는 이른바 '그리드 패리티'가 이미 현실화했습니다.

해외 유수 기업들이 너도나도 재생전기만 쓰겠다는 RE100 선언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환경 탓만 하기에는 삼성전자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미국 인텔과 타이완 TSMC 등 반도체 경쟁자들이 잇따라 RE100 선언을 마친 데다, 유럽과 미국이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을 통해 고탄소 제품에 관세를 추가하는 무역 장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탄소 대응 타이밍을 놓치면 기업 이미지 하락과 함께 수출 경쟁력도 타격을 받는 만큼 발 빠른 대처가 시급합니다.

(영상편집 : 김병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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