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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라면, 식품 생산량 1위" vs "라면 3사 실적 '뚝'"…좋다는 건가 나쁘다는 건가

[취재파일] "라면, 식품 생산량 1위" vs "라면 3사 실적 '뚝'"…좋다는 건가 나쁘다는 건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라면이 국내 식품 생산량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식품 생산량 1위 품목은 봉지라면·용기면 같은 유탕면(기름에 튀긴 면)이었습니다. 생산량은 193만1천 톤에 달했습니다. 이는 전년보다 231.1%나 급증한 수치입니다.

유탕면은 2019년 생산량이 전체 13위였지만, 1년 만에 12계단이나 수직 상승하며 국내 식품 생산량 부문에서 1위에 올랐습니다. 수출이 급증한 게 컸습니다. 2020년 라면의 국내 판매액은 1조5천620억 원으로 전년보다 19.9% 줄었지만, 수출액은 6억8천711만 달러로 49.4%나 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외국에서도 집안 생활이 늘어난 데다, 한국 라면이 특히 간편한 한 끼 식사로 주목을 받았다는 분석입니다.

전에 만난 한 라면 업계 관계자도 주요 수출국인 미국 시장을 예로 들며, 현지에서 인기 있는 일본 라면은 보통 개당 면의 중량이 우리 라면의 2/3수준으로 작고, 건더기 수프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경쟁 상대인 일본 라면이 현지인들에게 간식 정도로 소비된다면, 우리 라면은 상대적으로 먹을거리가 풍성한 한 끼 식사로 인식된다는 겁니다.

라면 (사진=픽사베이)

한류 덕도 봤다는 평가가 많은데요,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했는데 그 영화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미국 등 외국에서 큰 관심을 끈 점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당시 화제가 됐던 '짜파구리'는 해당 라면업체가 간접광고도 하지 않았던 아이템이어서, 이 영화로 제작사보다 라면 회사가 더 재미를 봤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라면업계 호황? "작년 실적 '뚝'"

오뚜기 라면 인상

여기까지만 보면, 우리 라면 산업 성장은 상당히 탄탄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기사를 보실까요? <라면 3사 작년 실적 '뚝'> '라면 3사'로 불리는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의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다는 내용입니다. 분명 앞에서 라면이 무려 12계단을 급상승해 국내 식품 생산량 1위에 등극했다고 했는데 불과 1년 만에 실적이 줄었다는 겁니다. 물론 생산량 증가가 곧 실적 향상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시장 전반 상황 자체가 헷갈리기에 충분합니다.

다만, 설명을 들어 보면 이해가 갑니다.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 사람들이 감염 위험을 피해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라면 매출도 급증했지만, 이 때 매출이 워낙 크게 올랐던 터라 이듬해인 2021년에는 '2020년과 비교할 때' 그보다는 줄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실적 부진이 앞서 말씀 드린 이른바 '역기저효과' 때문만은 아닙니다. 원자재와 물류비 같은 제반 비용 상승도 실적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참고로, 생산량이나 매출이, 실적 즉 수익성과 등가는 아닙니다.)

만약 누군가, 지난 16일에 나온 <라면 3사 작년 실적 '뚝'> 기사를 안 본 상태에서, 22일자 기사인 <라면, 국내 식품 생산량 1위>를 봤다면 자칫 라면 업계 상황을 잘못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기사가 잘못된 걸까요? 2020년 상황을 다룬 기사가 2021년 상황을 다룬 기사보다 나중에 나오면서 생긴 혼선일 뿐 개별 기사가 틀린 건 아닙니다. 경제 기사는 정부나 기업의 통계나 실적 자료를 바탕으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자료의 시점이 언제인지 정확히 따져보는 게 필요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기사나 자료는 폭 넓게 읽어보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럼 도대체 라면 업계는 전망이 좋다는 걸까요? 나쁘다는 걸까요? 일단 코로나 특수는 사라졌다고 보는 게 업계 판단입니다. 코로나 초기, 감염에 대한 공포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간편식인 라면 소비가 급증했지만, 이후 (한 라면업체 관계자는 2020년 하반기부터 이미 이런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와 백신 접종률 상승, 일상 회복 움직임이 커지면서 라면 수요도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는 설명입니다.

라면 인기 시들

여기에 원자재와 물류비용 등의 상승으로, 생산량 혹은 매출과는 별개로 수익성은 떨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출 등 해외 시장 상황이 좋다는 점, 또 지난해 8∼9월쯤 이뤄진 라면 제품 가격 인상의 효과가 조만간 실적에 반영될 거라는 점은 업계가 기대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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