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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올림픽 반중 감정, 의도적으로 부채질 된 것"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한국 내 반중 감정에 대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싱하이밍 대사는 21일 한국 언론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논란은 일각에서 의도적으로 부채질한 것"이라며 "두 나라 국민들 사이에 이견을 확대하고 오해를 깊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싱 대사는 '의도적으로 부채질한' 주체로 일부 언론과 네티즌을 지목했습니다. 싱 대사는 "일부 일방적인 언론 보도와 인터넷상의 키보드 워리어들이 주로 두 나라에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앞서 주한 중국대사관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 도중 쇼트트랙 편파 판정으로 반중 감정이 확산하자, 지난 11일 대변인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입장문에는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이 중국 정부와 베이징 올림픽 전체에 화살을 돌리고 심지어 반중 정서를 부추기며 양국 국민의 감정을 악화시켰고, 중국 네티즌들의 반격을 불러일으켰다"고 돼 있습니다. "한국의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올림픽에 흑막이 있다'고 억측을 하고, '중국 정부와 체육부는 반성해야 한다'고 함부로 말하는 매우 책임감 없는 태도에 대해 중국 측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부채질 주체로 정치인이 빠지고 그 자리에 네티즌이 들어간 셈입니다.
 

싱하이밍 "중국·한국 부정적인 감정은 일시적인 현상"


싱하이밍 대사는 "중국과 한국 국민 간 부정적인 감정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두 나라는 수천 년 동안의 우호 교류, 비슷한 문화, 정서적 공감을 지닌 가까운 이웃"이라면서 "30년 전 중·한 수교 이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우호 협력은 항상 두 나라 관계의 주류이자 대세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양국의 우호를 가능한 한 빨리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해 두 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공동의 노력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싱 대사는 지난 13일 열렸던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한국과 중국 선수들이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고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을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그는 "특히 언론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보도를 강화하고 감정적인 언행을 자제하며 두 나라 국민 사이의 오해와 불화를 적극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나라 네티즌들을 향해서도 "관련 사안을 보다 합리적이고 차분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렵게 얻은 중·한 우호 관계를 공동 수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중국대사관이 소통과 이해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자제 모드'…한국 긍정적 모습 보도


중국 관영 매체들도 '확전 자제'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은 여전히 상대를 괴롭히는 습관을 바꾸지 않아 반칙을 자주 범한다', '한국 선수가 시상식 세리머니로 조롱을 받고 있다'와 같은 부정적인 기사 대신 한국 선수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21일 '국경을 넘어 진정한 우정을 강조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례 중 하나로 한국 선수들이 장자커우 올림픽 선수촌에 있는 급식팀에게 감사 편지를 남겼다고 전했습니다. 생일 케이크를 제공하고 멋진 생일 경험을 만들어준 데 대해 한국 선수들이 감사 표시를 했다는 내용입니다. 환구시보 역시 20일자 보도에서 "한국 쇼트트랙 선수 김아랑이 SNS에 올림픽 마스코트 빙둔둔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려 4만 개에 가까운 '좋아요'를 받았으며, 한국 네티즌들은 '너무 귀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환구시보가 게재한 한국 쇼트트랙 선수 김아랑의 사진

"올림픽 거치며 한·중 감정은 악화, 중·일 감정은 좋아져"


중국 매체들의 이번 올림픽 관련 보도 중 주목할 만한 대목 가운데 하나는 일본 선수와 관계자들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이라는 것입니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11일자 공동 사설에서 "일본 피겨스케이팅 선수 하뉴 유즈루가 어려운 점프인 쿼드러플 악셀(4바퀴 반 회전)에서 실패했지만 수많은 중국 네티즌들은 그의 도전 정신에 감동과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뉴와 중국 피겨 선수 진보양이 같은 모자를 쓰고 어깨동무를 하는 사진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스노보드 영웅으로 떠오른 쑤이밍과 그의 일본 감독의 관계를 소개하며 "아버지 같다"고 표현했고, 일본 기자와 선수들이 빙둔둔에 열광하는 모습을 시시각각으로 전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일본 피겨 선수 하뉴와 중국 피겨 선수 진보양이 함께 찍은 사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최근 미·중 갈등 속에 일본이 친미 행보를 강화하면서 중·일 관계가 악화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입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전 일본 외교관 가즈오 오구라의 인터뷰를 통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중국과 일본의 우호 관계를 심화시키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거치면서 한·중 간 정서는 악화된 반면, 중·일 간 정서는 나아졌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싱하이밍 대사의 지적처럼 한국의 일부 언론이, 일부 네티즌이 반중 감정을 증폭시켰을 수 있습니다. 주한 주중대사관 대변인의 표현처럼 대선을 앞두고 한국의 정치인들이 반중 감정을 부추긴 측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반중 감정을 촉발시킨 것은 개막식에 한복을 등장시킨 개최국 중국과, 중국의 홈 어드밴티지에 따른 잇단 편파 판정이었습니다. 언론과 일부 네티즌, 정치인이 부채질하기 전에 이미 반중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해 있었습니다. 오히려 중국 관영 매체가 한국 선수들의 탓을 하며, '중국은 홈 어드밴티지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부채질한 측면이 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이 일본 선수들을 대하듯 한국 선수들에게 좀더 일찍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대회 도중 홈 어드밴티지를 인정하며 공정한 경쟁을 다짐했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반중 감정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싱하이밍 대사가 언급한 대로 한국 내 반중 감정은 김치, 역사 공정부터 시작해 뿌리가 깊습니다. 사드 사태와 코로나19 발병으로 뿌리가 더 단단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깊숙이 깔려 있던 감정이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또다시 분출된 것입니다. 풀어야 할 숙제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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