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장관들 출연하는 미국 토론 프로그램…그들이 밝히는 정부의 속내
대다수 미국 전, 현직 관료들은 이런 대담 프로그램에 미디어 훈련이 워낙 잘 돼있습니다. 대중에게 언어로 설명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고위직에 오르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 인터뷰를 해보면 이런 인물들은 바로 라이브 방송을 해도 될 정도로 적당한 길이로 핵심을 말하는 게 습관이 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책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곤란한 질문까지도 앵커와 합을 겨루는데, 이런 프로그램은 취재 대상뿐만 아니라 진행자도 준비가 부족해서는 제대로 된 방송을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런 미국의 토론 프로그램은 우리 방송 환경을 좀 더 시청자 친화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 문제 놓고 직접 출연해 국익 설명하는 러시아·우크라 대사
러시아 안토노프 대사는 "우리 땅에서 우리가 훈련하는데 뭐가 위협이냐", "서면 안전 보장 조치가 필요하다"는 러시아의 핵심 주장을 거침없이 발언했습니다. 앵커인 마가렛 브레넌과 논쟁을 주고받는 것도 전혀 피하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 말카로바 대사도 직접 나와 현 정세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이 시점에서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게 뭔지 핵심을 잘 설명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엄청 현란한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CBS 진행자인 마가렛 브레넌은 외교 안보와 관련해 전문성을 인정받는 앵커로, 그녀는 인터뷰 대상이 편안하게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얘기를 하고 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잡아주는 편입니다. Face the Nation에는 최근에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같이 다른 나라 정상들도 출연할 정도입니다. 그녀를 2019년 주미 대사관저에서 열렸던 개천절 행사에서 만나서 개인적으로 대화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 대사관 행사에 올 정도로 우리나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호기심도 상당하다는 인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중국 대사도 나오는데, 한반도 이슈 놓고 주미 한국 대사는 어디에?
한반도와 관련해서 미국 언론들도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한국의 입장을 궁금해 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런 좋은 기회가 왔을 때도 대사가 직접 나서서 미국 언론을 통해 우리의 국익이 무엇인지 직접 여론전을 펼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주로 서울에서 장관이 오는 경우에나 가끔 미국 언론에서 볼 수 있었던 기억합니다. 물론 대사가 주요 외교 당사자들과 만나서 뭔가를 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대외비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대외비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사실 워싱턴 특파원들도 관련 내용을 거의 모르는데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중요한 내용이라면 보도 자료로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행사 위주로 진행되는 외교…세금 아깝지 않은 대사가 나와야
다소 불편한 얘기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미국 여론에 직접 호소할 수 있는 대사가 나와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직접 SNS에 남기고 해당국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러시아, 우크라이나 외교관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국익을 SNS에 설명하는지는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수혁 주미 대사의 SNS는 페이스북이 유일한데, 한글로 돼 있고, 그것도 지난해 10월 10일 행사 소개가 마지막입니다.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