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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 한국 애증 관계가 축제 분위기 요인 중 하나"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19일 이번 올림픽을 결산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중국은 금메달 8개를, 세계 동계 스포츠는 14억 명의 지지자를 얻었다'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중국의 역할이 세계 동계 스포츠 지형을 바꿀 수 있다'는 부제가 달렸습니다. 이번 올림픽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을 잘 엿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금메달 8개를, 세계는 14억 명의 지지자를 얻었다'고 보도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19일자 기사

"14억 인구 대부분 올림픽 시청"…외국 무관심은 언급 안 해


중국은 당연히 이번 올림픽이 성공적이었다고 극찬했습니다. 먼저, 중국 선수들의 활약과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큰 수확으로 꼽았습니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20일 오전까지 9개의 금메달을 땄습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웠던 종전 최고 기록(금메달 5개)을 경신했습니다. 스키, 스노보드,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등 금메달을 딴 종목도 다양해졌습니다. 그동안 중국은 14억 명이라는 거대한 인구에도 불구하고 동계올림픽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공동 7위(금메달 5·은메달 2·동메달 4)를 기록한 이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12위(금메달 3·은메달 4·동메달 2),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16위(금메달 1·은메달 6·동메달 2)로 내리막길을 걸어왔습니다. 이랬던 중국이 이번 대회에선 20일 현재 3위(금메달 9·은메달 4·동메달 2)까지 올라왔으니 대륙이 들썩일 만도 합니다. 금메달 개수로는 미국(8개)을 앞질렀습니다. 그동안 동계올림픽만 열리면 기가 눌려왔던 14억 인구가 흥분할 만도 합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 선수들 (출처=글로벌타임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린 첫 주 동안 중국인의 올림픽 시청 시간은 20억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전 기간의 중국인 시청 시간을 합한 것보다 15%나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또, 중국 12개 도시의 12~60세 1,351명을 조사한 결과, 74%가 TV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올림픽을 생중계로 지켜봤습니다. 71%는 재생을 통해, 60%는 하이라이트를 통해 올림픽 경기를 시청했습니다. 이를 합산하면 중국인의 99%가 올림픽을 본 셈이라고 했습니다. 14억 인구 대부분이 이번 올림픽을 지켜본 것입니다. 14억 명 중 상당수는 동계올림픽을 처음 본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무관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내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가진 NBC 방송의 이번 대회 개막일 시청자 수는 1,280만 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일 당시 시청자 수 2,780만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AP통신은 "중국의 인권 문제,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흥행 부진은 예고된 것이었다"고 진단했습니다.

"중국 · 한국 쇼트트랙 애증 관계도 축제 분위기에 한몫"


글로벌타임스는 자찬을 이어갔습니다. 중국의 올림픽 열기를 반영하듯, 지난 4일 올림픽 개막식 이후 올림픽 관련 주제가 중국 SNS 웨이보의 검색 순위를 휩쓸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의 문화적 자신감을 과시했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지난 2주 동안 14억 명의 중국인들을 축제 분위기로 만든 주제로 5개를 예로 들었습니다. 프리스타일 스키 2관왕인 구아이링(에일린 구)의 간식 추천, 스노보드 신동 쑤이밍의 금메달, 일본 피겨스케이팅 선수 하뉴의 점프 도전, 올림픽 마스코트 빙둔둔 쟁탈전, 이렇게 4개의 사례와 함께 '중국과 한국 쇼트트랙 팀의 애증 관계'를 제시했습니다. "정말 흥미진진했다", "스피드뿐 아니라 팀 전략과 안배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등과 같은 시민들의 쇼트트랙 경기 반응도 소개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과 한국 쇼트트랙 팀의 애증 관계가 14억 중국인들을 축제 분위기로 만든 주제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이 매체가 한국과 중국의 쇼트트랙 경기에 대해 '애증 관계'라는 표현을 쓴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12일자 기사에서도 "중국과 한국은 쇼트트랙의 두 강호로, 애증의 관계를 누려 왔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선수들에 대한 잇따른 편파 판정으로 반중 감정이 최고조에 이를 때였습니다. 당시 기사에선 "한국 선수들이 바뀐 쇼트트랙 규정에 적응하지 않고 상대를 괴롭히는 습관을 버리지 않아 반칙을 자주 범한다"는 비판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번에는 비교적 '드라이하게' 애증 관계라고만 표현했습니다. 올림픽을 결산하는 상황에서 굳이 상대를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더라도 '한국과의 경쟁이 올림픽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쩐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깁니다. 편파 판정이나 홈 어드밴티지에 대한 언급 없이, 해당 선수나 상대국 국민들이 느꼈을 상실감과 분노를 감안하지 않고 '축제 분위기였다'고 표현하는 것은 여전히 배려감이 없어 보입니다.

이 기사는 "동계 스포츠는 전통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선진국에서 즐기는 경기였지만, 이제 막 빈곤에서 탈출한, 상대적으로 제한된 얼음과 눈을 가진 14억 인구가 동계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이번 올림픽의 성공은 전 세계인의 성공"이라는 내용으로 끝을 맺습니다. 과연 진정한 전 세계인의 성공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입니다. 오히려 중국을 바라보는 외국의 시각이 더 나빠지지는 않았는지 중국 당국이 겸허하게 돌이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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