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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죽음' 코로나 이후 급증하는데…

<앵커>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가 갈수록 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소외된 취약계층 노인들에 대한 도움이 절실합니다.

이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한지, 홍승연, 남정민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홍승연 기자>

불 꺼진 집에 혼자 들어가는 60대 A 씨, 혼자 산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자그만 가게를 운영해 생계를 꾸려왔지만 코로나19로 접어야 했고 극심한 우울 증세까지 찾아왔습니다.

[A 씨 : 단지 사람이 그립다, 사람이… 나는 돈보다 사람이 그립다. 서로 대화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뇌병변에 시각장애가 있는 60대 B 씨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그나마 위안이 되던 외부 모임마저 중단됐습니다.

[B 씨 : 섭섭했지.]

[박미옥/사회복지사 : 우리 어머니가 시각장애인 모임 합창단 같은 거 했거든요. 평생 혼자셔서… 그거 못 간다 했을 때 제일 속상해했어요.]

코로나19 장기화로 홀몸 노인들의 고립은 심화돼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 위험도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12월, 부산 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는 혼자 사는 70대 남성이 숨진 지 사흘 만에, 지난달 서울 금천구에서는 70대 홀몸 노인이 사망 열흘 만에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특수청소사 : (고독사가) 부쩍 더 늘었다는 느낌이었어요. 코로나 이후 지금 시간이 한참 지났잖아요. 그냥 안타깝고 쓸쓸하고 (그래요.)]

홀로 죽음을 맞이했지만 연고가 없거나 연고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포기한 무연고 사망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간 6천9명으로 직전 2년간에 비해 21% 증가했습니다.

절반 가까이가 60대 이상 노인들입니다.

<남정민 기자>

지난달, 서울 성북구의 한 고시원에 혼자 살던 60대 남성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로 긴급 구조됐습니다.

이상 징후를 눈여겨봤던 고시원 운영자가 발견한 덕분이었습니다.

[고시원 운영자 : 2~3일 전부터 밥을 계속 안 먹는다. 이런 걸 내가 느낌을 받아서… 제대로 안 먹고 활동을 안 하고. (문을 열었더니) 몸이 3분의 2가 땅바닥에 이렇게 있고 목이 이렇게 된 상태로 있더라고.]

주민센터와 비상 연락망을 갖추고 고독사 위험에 대한 사전교육을 받은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비대면이 일상화됐지만, 취약계층 노인들에게는 대면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경로당 시설은 서울에서만 3천400여 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남일성/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노인들이 다니는 시설은 전부 다 막아버리고 이런 형태가 돼버리니까, 정신건강 분야는 완전히, 그냥 무방비 상태라고 볼 수가 있고요.]

현장을 살피는 복지사들은 더 분주해졌습니다.

현관 앞에서 안부만 묻고 돌아서야 하지만 일대일 방문을 거를 순 없습니다.

[설복심 (74세) : 누가 왔다가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말할 땐 좋고. 이렇게 오면 맘이 차분해지고 좋은데 혼자 가만히 있으면 밥도 먹기 싫어. 우울증 걸리겠어, 진짜. 어떨 땐 눈물 많이 나.]

1인 노인 가구에 스마트기기를 보급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습니다.

[(어르신 약 복용 시간입니다.) 알았어요.]

돌봄 로봇은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하고, 동작 감지 센서는 움직임을 실시간 감지합니다.

[위 모 씨 (80세) : 안 움직이면 내가 죽은 줄 알 것 아니야. 그래서 저것을 (복지사) 선생님이 보고 있으면 내가 산지 죽었는지 알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항시 든든한 마음이 들어. 마음이 더 편안해요.]

문제는 고독사 위험군 가운데 노출이나 지원을 꺼리는 사례도 많아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송인주/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 : 도시일수록 더 익명성이 높고 지역사회 관계망은 거의 소홀하잖아요. (여러 경우를 보면) 최초로 위험한 사람들을 확인하고 발견하는 주체는 동 주민센터가 아니라 이웃이에요.]

고독사방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실태조사를 위한 연구용역만 발주한 상태입니다.

위험 계층을 찾아내고 지원하는 튼실한 공공체계를 갖추고 소외된 이웃을 챙길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적극 참여를 이끌어 낼 때, 고독사방지법은 비로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윤 형, 영상편집 : 박춘배, VJ :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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