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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를 계기로 촉발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 가능일로 미국이 제시했던 16일도 무사히 지나갔지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 유가가 폭등하면서 당장 기름값부터 발등의 불입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연장과 비축유 추가 방출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지역 휘발유 값은 1천800원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현지 우리 기업 직접 타격"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가 발간한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현황 및 우리 기업 영향' 보고서를 참고할 만합니다. 보고서는 먼저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 등으로 악화할 경우,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발생한 수출입 거래 피해가 재현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2014년 당시 우리나라의 러시아 수출액 규모는 101억 달러였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 뒤인 2015년에는 47억 달러로 급감했습니다. 1년 새 53.7%나 줄어든 겁니다. 1차적인 타격은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입게 될 걸로 보입니다.

대기업 중심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현대차 생산 법인이 (러시아에) 나가 있다. 대략 연간 23만 대 정도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에 TV와 세탁기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LG전자도 모스크바 근처에서 가전과 TV를 생산한다.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현대위아와 현대모비스 공장도 있다. 이런 쪽이 가장 피해가 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보고서의 경우, 우리 수출입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는 분야인 화장품(444개사)과 기타 플라스틱(239개사), 자동차 부품(201개사) 등을 중심으로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무역, 수출

"달러 결제 막으면 수출입 자체 막혀"

미국이 압박 카드로 제시한 러시아 달러 결제 금지도 우리 수출입 산업에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제재를 강화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 결제망에서 러시아가 배제되는 순간, 우리 기업들의 대금 결제 지연·중단 피해도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2014년 이후 탈달러화를 계속 추진해왔지만 달러화 결제 비중이 여전히 절반을 넘습니다. 류성원 전경련 산업전략팀장은 "미국이 러시아의 달러 결제를 막으면 (우리나라의 경우) 거래가 안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출입 자체가 막힌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접경 군 병력 철수 검증 필요

우크라이나 '희귀 광물' 수입 제한 우려

앞서 언급된 피해 우려 분야는 대부분 러시아입니다. 그렇다면 침공 위협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와의 교역에서는 별 피해가 없을까요?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10위 교역 대상국으로 규모가 작지 않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교역 규모는 연간 9억 달러로 교역 대상국 68위에 불과합니다. 교역 규모가 작은 만큼 설사 긴급사태가 발생한다 해도 피해가 미미한 겁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오는 일부 희귀 광물류는 대비가 필요합니다. 희귀 광물의 우크라이나 수입 의존도를 품목별로 살펴보면, 네온 23%, 크립톤 30.7%, 크세논 17.8%로 높은 편입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해당 광물의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수입 단가가 상승할 경우, 국내 제조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수입 의존도 70%가 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련 품목은 러시아 43개, 우크라이나 4개로 양국 전체 수입품 2천418개 중 1.9%에 불과해 설사 수입이 끊긴다 해도 전체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걸로 분석됐습니다.

그럼 당사자인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뭘까요? 무역협회가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동유럽권 수출입 기업 86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태 악화 시 우려 사항으로 거래 위축이 22.7%로 가장 높았고, 루블화 환리스크 21%, 물류난 20.2% 등의 순이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나라는 '남의 나라 일이, 남의 일일 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유가 급등은 이미 현실이 됐고 주식시장과 환율도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에서 이런 대외 리스크는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G2인 미국과 중국의 다툼에서 보듯 우리 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 자체의 경쟁력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교한 외교력 또한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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