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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해요"…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의 눈물

[취재파일]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해요"…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의 눈물

박찬범 기자

작성 2022.02.18 10:14 수정 2022.02.18 15:1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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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받지 못한 돈 2,562억 원

SBS는 장하성 주중대사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디스커버리펀드에 투자한 사실을 밝혀내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들이 가입한 펀드 상품은 일반 투자자들의 것과 달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별 대우를 받았던 것인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펀드 환매가 중단된 만큼 이들 유력 인사들의 투자금 회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언론이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남은 피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금융감독원(2021.4월) 자료에 따르면, 미상환금이 2천562억 원입니다. 지난 2019년 4월에 환매가 중단된 만큼 약 3년 동안 돈이 묶여 있는 것입니다.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대위가 국회를 통해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 중단 현황 자료를 받았습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환매 중단 상품은 163개입니다. 개인 투자자 1천162명에, 법인 투자자 196명의 투자금이 묶여 있습니다.

박찬범 기자 디스커버리 취재파일용

펀드 피해자들 "우리 부자 아닙니다"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대위는 디스커버리펀드 피해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 등 판매사 본사 앞에서 투자금 100%를 돌려달라는 집회를 열고는 합니다. 3년 동안 178차례 개최했습니다. 금융정의연대도 함께 도와주고 있습니다.

지난달(1월)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 나가봤습니다. 피해 투자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사연은 저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6개월~1년 기간 동안 투자해 3% 정도의 수익을 볼 수 있다는 은행 직원 말에 가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피해자 본인이 직접 나서서 투자했다기보다는 '권유'에 의한 투자가 일반적이었습니다.

박찬범 기자 디스커버리 취재파일용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부자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게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디스커버리펀드가 위험한 상품이었다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피해자들은 은퇴 후 노후 자금, 이사 자금, 자녀 결혼 자금, 주택 자금, 사업설비 투자 등 예금돼 있던 돈을 가지고 3% 정도 이율을 생각하고 투자한 게 전부라고 이구동성 말합니다. 한마디로 은행·증권사 직원에게 속았다는 것입니다.

① 딸 이주 자금 맡긴 주부

60대 여성 A 씨는 3년째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디스커버리펀드에 3억 원을 투자했다가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돈은 자신의 딸이 재건축 이주 자금으로 받은 것입니다. 향후 다른 집으로 이사 갈 때 써야 하는 돈이었습니다.

A 씨는 6개월에 3% 수익률을 볼 수 있다는 은행원 말에 투자했습니다. 딸 명의의 계좌에 돈이 있었지만, 가족관계상 친모인 만큼 대리가입이 가능하다고 해서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딸이 6개월 뒤 300여만 원의 이자를 챙길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입니다.

A 씨는 원금의 10%라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었다고 알려줬다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A 씨는 이렇게 딸의 이주 자금을 날린 못난 엄마가 됐습니다.

박찬범 기자 디스커버리 취재파일용

② 설비 투자금 맡긴 사장님

중소기업 대표 B 씨는 법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B 씨는 당시 6개월 후 공장 설비와 기계 구입을 위해 예비자금으로 7억 원을 마련했습니다. 근데 30년 넘게 거래한 은행 직원이 디스커버리펀드 투자를 권유했다고 합니다.

B 씨는 처음에 투자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6개월 뒤 꼭 필요한 자금인 만큼 손실이 나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은행 측의 설득 끝에 6개월짜리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B 씨는 해당 은행으로부터 자금 대출도 추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결국 지금도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찬범 기자 디스커버리 취재파일용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해요."

일반 투자자들이 펀드 가입 경위서를 읽어봤습니다. 공통적인 부분이 일부 있습니다. 은행 직원들이 가입 권유 시 했던 말들입니다. 피해자들은 은행 직원들이 해당 펀드 자산운용사 대표가 장하성 주중대사의 남동생이라는 점을 꼭 말했다고 합니다. 또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펀드라고 말해 안심시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환매 중단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위험도 1등급 고객

판매사마다 고객들의 등급을 분류합니다. 등급은 고객들의 투자 성향에 따라 다릅니다. 공격적인 투자를 즐길수록 점수가 높고, 등급도 높습니다. 한 은행은 디스커버리펀드에 가입할 때 공격 투자형(점수 82점 이상) 고객만 가입할 수 있도록 설정했습니다. 펀드 피해자들은 전부 공격 투자형에 해당하는 고객이었을까요? 일부 은행 직원은 투자 고객들의 위험도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사인을 했으니 잘못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말이 있습니다. 은행 측이 사인을 본인을 했으니 자기책임이 있다고 말할 때입니다. 하지만, 피해 투자자들은 충분한 상품 설명이 없었고, 서류 조작도 사실로 드러난 만큼 책임을 묻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판매사 따라 운명 엇갈린 피해자들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한 판매사는 12곳입니다. 이 가운데 기업은행이 판매한 상품이 가장 많습니다. 지난해 4월 기준 미상환액 2천562억 원 가운데 761억 원이 기업은행 투자자들입니다. 일부 투자 원금이 회수되면서 미상환액도 줄어들곤 있긴 합니다.

피해자들의 상황은 판매사에 따라 다릅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피해 투자자들에게 100% 보상을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원금 보장이 됐습니다. 내가 믿고 맡긴 은행·증권사가 어딘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셈입니다.

박찬범 기자 디스커버리 취재파일용

100% vs 40~80%

피해자들은 본인들의 과실이 없는 만큼 투자금 100%를 돌려달라고 말합니다. 피해 투자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 원금 일부만 보상하는 게 잘못됐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상품을 판매한 일부 은행·증권사는 보상 비율을 놓고 이견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중재하게 됐습니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기업은행 투자자들의 손해 배상 비율을 결정했습니다. 비율은 피해자마다 다릅니다. 지난해 5월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된 배상 비율 두 가지 사례를 보면 각각 64%, 60%입니다. 이번 분쟁 조정 신청서 빠진 피해자들은 40~80%(법인, 30~80%) 내에서 배상 비율을 자율 조정하도록 권고했습니다.

박찬범 기자 디스커버리 취재파일용

산정 기준은 판매사 직원이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을 책임을 물어 비율의 30%를 우선 정했습니다. 여기에 본점 차원의 관리 책임을 물어 펀드 유형에 따라 15%, 20%를 가산했습니다. 그다음에 투자자별 가입 당시 상황에 따라 가감 혹은 차감하는 방식입니다. 비율 10%포인트를 더할 수 있는 '부당 권유'는 없었다고 판단해 미반영됐습니다.
 

보도자료 대표 사례자가 조정 거부

문제는 보도자료에 대표 사례자로 소개된 당사자가 분쟁 조정안으로 나온 64% 배상 비율을 거부했다는 점입니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이번 분쟁 조정에 따른 배상 기준까지 제시했지만, 정작 분쟁 조정 사례자가 동의하지 않아 의미가 퇴색됐습니다. 대표 사례자가 거부한 배상 비율 산정 기준을 가지고 나머지 피해자들에게 적용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 겁니다.
 

금융위, 디스커버리펀드 제재 의결

금융위원회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대한 기관 업무 일부 정지 3개월, 과태료 5천만 원, 과징금 1천500만 원 등 제재를 의결했습니다. 장하원 대표는 직무 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상황입니다.

자산운용사도 피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DLI(미국 현지 자산운용사)의 대표 책임으로 발생한 '사고'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 회복을 돕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울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박찬범 기자 디스커버리 취재파일용

피해자들을 위해

피해자대책위원회는 2020년 3월부터 지금까지 전국 지점을 다니며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자신들이 투자한 원금을 돌려달라는 것입니다. 보상 문제는 수사의 영역이 아닙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판매사가 보상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랍니다.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가 맹추위 속에 보상 촉구 집회에 나가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찬범 기자 디스커버리 취재파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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