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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최악의 코로나 상황 맞은 홍콩…오미크론이 불러온 방역 딜레마

[월드리포트] 최악의 코로나 상황 맞은 홍콩…오미크론이 불러온 방역 딜레마
"밀수 및 불법 입경 차량 또는 선박 제보 시 포상 최고 10만 위안(1천885만 원), 불법 입경자 제보는 1명당 1만 위안" 중국 남부 광둥성 주하이시 샹저우구 방역 당국이 발표한 내용입니다. 이런 방침은 지난 14일 광둥성 주하이를 통해 홍콩에서 불법 입경한 15명이 적발됐다는 소식 이후 나왔습니다. 15명 가운데 2명은 후난성 천저우에서, 2명은 광저우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앞서 광둥성 후이저우시는 불법 입경 관련 제보에 최고 50만 위안의 포상금을 내걸었습니다. '제로(0) 코로나'를 유지하지 못하면 자리에서 쫓겨나는 지방 관리들에게는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는 홍콩으로부터의 불법 입경은 공포의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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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하이시, 불법 입경 신고자에게 10만 위안 포상 (사진 출처 : 중국 펑파이)

인구 750만 명인 홍콩의 지난 16일 하루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4천285명입니다. 지난 14일 신규 환자가 처음으로 2천 명을 넘어선 지 이틀 만에 두 배로 증가했습니다. 홍콩 매체 SCMP는 "홍콩에서 지난해 12월 말 시작된 5차 대유행으로 1만 4천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 시작 이후 지난해 말까지 1만 2천여 명의 누적 확진자 숫자를 두 달여 만에 넘어선 것입니다. 최악의 코로나 상황입니다.

야외에 누워있는 환자들…홍콩 의료 시스템 한계 봉착


홍콩의 코로나19 대응 의료 시스템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병실이 없어 병원의 응급실 앞 거리는 병상에서 담요를 덮고 있는 노인들로 가득 찼습니다. 병원 앞 도로도 차례를 기다리는 응급차들로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SCMP는 약 1만 2천 명의 환자가 입원하기 위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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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서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야외 대기 장소에 있는 환자들 (로이터 영상 캡처)

발등에 불이 떨어진 홍콩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전담 병원과 격리용 호텔을 추가로 지정하고, 임시 병원 건설도 추진 중입니다. 2020년 중국 우한에서 보름 만에 지어진 임시 병원을 모델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홍콩 국회인 입법회의 의원들은 빈 유람선을 격리와 검사에 사용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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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병원 앞에 환자를 태운 응급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 영상 캡처)

홍콩은 중국처럼 코로나19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실시해왔지만,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에 방역 체계가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홍콩의 오미크론 지역사회 감염은 지난해 말 항공기 승무원이 자택 격리 규정을 위반하고 외부 식당에 가면서 시작됐습니다. 홍콩 당국은 즉시 일부 국가에서 오는 여객기의 입국을 금지하고 유흥 시설도 임시 폐쇄했습니다. 이후 격리 시설에서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들이 발생했고, 추적이 불가능한 감염 사례도 속출했습니다. 최근 중국의 설인 춘제 연휴를 지나면서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시진핑 한마디에 "홍콩 시민 전수 검사"


오미크론 확산 이후 홍콩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1월 홍콩 고위층은 방역 수칙을 어기고 200여 명이 참석한 파티를 열어 논란이 됐습니다. 많은 정부 인사들이 파티에 참석했고 친중 의원인 주니어스 호는 "정부 방역 정책은 쓸모없다"며 '내로남불'의 자세를 보였습니다. 장기 격리가 경쟁력을 해진다는 지적에 홍콩 여행객에 대한 호텔 격리 기간을 21일에서 14일로 단축한다는 발표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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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홍콩 대표 위트먼 헝이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

17일 홍콩 매체인 성도일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방역 당국이 다음 초부터 전 시민을 대상으로 강제 코로나19 검사를 벌일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매일 최대 100만 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1회씩, 3주에 걸쳐 총 3회 검사를 받아야 하며 만일 이를 거부할 경우 1만 홍콩달러(약 153만 원) 벌금에 처해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홍콩 명보는 "전수 검사는 최후의 수단이며, 중국 본토의 전문가가 홍콩으로 와 샘플을 채취해 선전으로 보내 검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신체 정보가 유출될 것이란 홍콩 시민들의 우려도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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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런 방침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의 방역을 강화하라고 불호령을 내린 지 하루 만에 나왔습니다. 친중 성향의 홍콩 문회보와 대공보는 16일 "시진핑 주석이 홍콩 정부에 코로나19 방역이 최우선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황을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하고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며 "시 주석은 자신이 홍콩 상황에 우려하고 홍콩 주민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음을 한정 부총리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게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홍콩도 '중국식 전면 봉쇄' 될까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광범위한 도시 폐쇄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공개적으로 방역을 강화하라고 압박을 가한 만큼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 주석의 발언은 이례적인 것으로, 홍콩 당국이 더 광범위한 봉쇄와 더 강력한 방역 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캐리 람 장관은 다음달 27일에 있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역대 홍콩 행정장관은 모두 중국 정부가 낙점한 인물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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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백신 접종소 (로이터 영상 캡처)

하지만, 아시아의 금융허브인 홍콩은 이미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외국기업과 고급인력들이 유출되고 있습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에서 지난해 직원의 12%가 퇴사했고,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해 홍콩에서 이사급 20명이 떠났습니다. 홍콩 보안법으로 시위는 사라졌지만 시민들 사이에서 중국 본토와 홍콩 정부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홍콩의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은 73.9%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저조한 편입니다. 오미크론이 가져온 방역 딜레마 속에서 홍콩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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