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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매체 "경쟁으로 중국 · 한국 모두 향상…애증 관계"

[월드리포트] 중국 매체 "경쟁으로 중국 · 한국 모두 향상…애증 관계"
▲ 지난 12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 플라워 세리머니 후 이동하는 차민규(왼쪽)-중국의 가오팅위 (출처 : 연합뉴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14일 '경쟁이 중국과 한국 두 나라 스케이트 선수들을 향상시킨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한국은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이 정식 정목으로 채택된 이후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까지 금메달 24개를 따 역대 최다 금메달 수상 국가가 됐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금메달 10개로 뒤를 잇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매체는 한국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선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에서도 금메달을 땄다고 보도했습니다. 새삼스럽습니다. 한국이 스케이트 강국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쇼트트랙 발전을 위해 한국의 김선태 감독과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선수를 영입하는 등 '선두 국가'로부터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한국을 '선두 국가'로 치켜세운 겁니다. 이 기사는 "두 나라 간 경쟁은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며 이런 경쟁이 두 나라 선수들에게 한계를 뛰어넘도록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라는 글로 끝맺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경쟁이 중국과 한국 두 나라 스케이트 선수들을 향상시킨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 "중국 · 한국, 쇼트트랙 두 강호…애증 관계"


이에 앞서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2일 "중국과 한국은 쇼트트랙의 두 강호로 애증의 관계를 누려 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에서도 중국은 한국 쇼트트랙의 실력을 인정했습니다. 한국은 1992년 정식 종목 채택 이후 1992년(알베르빌), 1994년(릴레함메르), 1998년(나가노) 세 번의 동계올림픽에서 잇따라 최고 성적을 거두며 금메달 16개 중 9개를 휩쓸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처음으로 금메달 2개를 따기 위해 2002년(솔트레이크시티)까지 기다려야 했고, 이어진 네 번의 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이 두 차례, 중국과 러시아가 한 차례씩 제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김선태 감독과 안현수 코치를 거론하며 한국이 중국의 성공에 기여했다고 했습니다. 중국의 올림픽 스포츠 전문가 런하이는 "기술적인 면에서 중국과 한국은 최근 몇 년간 쇼트트랙에서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면서 "서로 강력한 라이벌과 경쟁할 수 있기 때문에 두 나라 선수들에게 좋은 현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쇼트트랙을 '애증 관계'라고 표현한 글로벌타임스 보도

한국 선수에 "존중" · "조롱"…중국, 온탕 · 냉탕 오가


여기까지만 보면, 중국 관영 매체들의 태도가 한국에 상당히 우호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의 한복 등장,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의 한국 선수들에 대한 잇따른 편파 판정으로 반중 감정이 고조되자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내놓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반중 감정은 얼마 남지 않은 한국의 대선과 대선 이후 대중국 정책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있습니다. 지난 9일 황대헌 선수가 남자 1,500m 쇼트트랙 경기에서 우승하자 주한 중국대사관이 직접 나서 축하를 보냈고, 글로벌타임스는 "황대헌이 논란 없이 진짜 실력을 발휘해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존중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관영 매체들은 두 나라 네티즌 간의 감정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중국 매체들은 12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메달 수여식에서 차민규 선수가 보인 행동을 문제삼았습니다. 은메달리스트 차민규 선수가 시상대를 손으로 쓰는 듯한 행동을 한 데 대해, '판정 항의를 암시한다'고 반발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반칙으로 실격 판정을 받은 캐나다 선수들의 몸짓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관영 매체는 차민규 선수의 몸짓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조롱을 받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글로벌타임스 13일자 보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시상대를 닦는 듯한 행동으로 조롱을 받고 있다'고 돼 있다.

또, 13일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 우다징의 탈락을 한국 황대헌 선수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황대헌 선수가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다 실격했는데, 황대헌 선수의 스케이트 날이 뒤쪽에 있던 우다징을 향하고 있어 우다징이 피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입니다. 이 때문에 우다징이 막판 속도를 내지 못하고 3위를 기록했다면서 일부 매체는 "황대헌 같은 선수는 평생 출전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중국 네티즌의 격앙된 반응을 여과 없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경쟁이 두 나라 선수들을 향상시킨다', '중국과 한국은 애증 관계'라는 기사에서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중국 선수들은 바뀐 쇼트트랙 규정에 따라 깨끗한 스케이팅을 고수하고 있지만, 한국 선수들은 여전히 상대를 괴롭히는 습관을 바꾸지 않아 반칙을 자주 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 미 · 중 갈등 속 '반중 감정 확산' 우려한 듯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한국에서 반중 감정이 확산하고 있는 데 대해 중국이 미국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1일자 보도에서 "일부 국가와 서방 언론이 이 기회를 이용해 중국과 한국 사이에 불화의 씨앗을 뿌리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례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의 트윗을 들었습니다. 델 코소 대사 대리는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 논란이 일자,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김치, K팝, K드라마…한복은 말할 것도 없죠'라고 적었습니다. 이를 두고 중국 네티즌들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가 올린 트윗

중국의 고민이 읽히는 대목입니다. 중국은 올림픽 개최국으로 판정 시비가 불거지는 것을 용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중국이 소수 민족이라 칭하는 조선족이 올림픽 개막식에서 자신들의 전통 의상 한복을 입고 나온 게 뭐가 문제냐고 항변하고 싶을 것입니다. 국력·경제력만큼이나 성장하는 스포츠 실력을 과시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도 않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다른 나라에 대한 한 국민의 감정은 국가의 정책만으로, 지도자들의 행보만으로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일관성과 진정성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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