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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올림픽에 소수민족 내세운 중국…"티베트인 휴대전화에 감시 프로그램"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중국은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의 대표단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한복을 입은 조선족도 출연해 한국에서 논란이 됐던 장면이죠. 특히 중국은 크로스컨트리 선수 다니거 이라무장을 올림픽 성화 봉송의 마지막 주자로 내세웠습니다. 이라무장은 개회식 다음 날 치러진 경기에서 65명의 선수 중 43위를 기록할 정도로 메달이 유력한 유명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인권탄압을 문제 삼고 있는 신장위구르자치구 출신 위구르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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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이라무장을 비롯한 각 종족의 선수들이 중국 선수단에 합류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는 중국이 동계 운동을 대대적으로 발전시키며 인민의 건강수준을 촉진하는 정책이 각 종족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한편, 중국이 민족단결의 대가족이란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자오 대변인은 또 "신장 집단학살이나 인권 침해는 거짓말이며 올림픽을 이용한 악의적인 모략과 정치 조작은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한 '민족의 통합'과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은 없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렸단 얘기입니다.

위구르인 성화 봉송 비판했다가…


그런데 이라무장의 성화 봉송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신장 지역의 청년 20여 명이 구금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위구르족 독립운동 단체인 세계위구르대회의 디리샤티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중국판 카톡인 '위챗'에서 이라무장에 대한 신장 청년들의 일부 발언이 당국을 불쾌하게 했으며, 신장 카스 지역 등의 최소 23명이 행정 구금 또는 벌금형에 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의 나이는 15세에서 21세 사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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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리샤티 대변인은 "카스에 사는 한 위구르족 청년이 '위구르인이 성화 봉송 주자로 선택됐지만 흥분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고 22명이 글을 다시 게재해 처벌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신장위구르 청년들의 처벌 소식은 중국 매체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중국은 자국에 큰 공헌을 한 이른바 '영웅'들에 대한 비방과 사회 분란 야기, 가짜 뉴스 유포 등의 이유로 SNS 이용자들을 체포해왔습니다.

"티베트인 휴대전화에 감시 프로그램 설치"


자유아시아방송은 또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 티베트 지역의 보안 통제와 인도로 망명한 티베트인과의 통신을 차단하기 위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지 소식통은 이 매체에 "티베트인들도 외부의 누구와도 대화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고 있다"며 "이전에 인도를 여행했던 티베트인들은 중국 정부의 표적이 되어 매일 현지 경찰서에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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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티베트의 소리(Voice of Tibet)' 방송은 "중국 당국이 새로운 휴대전화 감시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는데, 티베트인은 해외 친척이나 친구와의 접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휴대전화에 이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당국이 해외 친척과 접촉했거나 휴대전화에 민감한 사진이 있는 것을 발견하면 2~3개월 동안 구금한다"고 전했습니다.

신장과 티베트에 대한 직접 취재나 정보 접근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는 만큼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의 정확한 확인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국은 지난 2008년 3월 티베트인들이 라싸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하자 유혈 진압했습니다. 이후에도 승려들의 분신과 티베트인들의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신장에서는 2009년 위구르인과 한족 사이의 민족 갈등이 폭력시위로 폭발해 197명이 숨졌습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톈안먼과 쿤밍 철도역 등에서 불특정 다수를 노린 위구르인들의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이들 사태 이후 중국은 '사회 안정'과 '테러 방지'를 명목으로 티베트와 신장 지역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했고, 중국은 직업훈련소일 뿐이라고 말하는 수용소도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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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라무장의 성화 봉송이 중국 공산당에 충성하는 위구르인을 내세워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유린을 숨기고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만, 충성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성화봉송주자로 참여했던 위구르인 아딜 압두레힘이 반혁명 등 불순한 내용이 담긴 영상물을 시청한 혐의로 붙잡혀 징역 1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신장위구르 인권침해 관련 보고서를 만들고 있는 유엔 인권 담당 최고대표실은 신장 지역에 대한 독립적인 방문 조사를 요구하고 있고, 중국은 '우호적인 친선 방문' 형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중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시진핑 주석을 만나, 신장 인권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이번 올림픽으로 중국 사회주의 체제와 방역 정책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애국주의를 고양해 3연임으로 가는 길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성대하고 무결점의 대관식을 만들려는 중국이 '독립적인 조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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