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지 않았어요" 한밤중 큰불에 뛰어든 고교생 4명

한밤중 상가에 불이 나자 지나가던 고등학생들이 인근 건물의 소화기를 가져다 신속하게 진화에 나서 대형화재의 위험을 막았습니다.

오늘(15일) 성남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밤 11시58분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의 6층 상가 건물 1층 점포에서 불이 났습니다.

마침 귀가하기 위해 이곳을 지나던 성남고등학교 2학년생 5명은 불을 보고 다른 건물로 번져 큰 피해가 날 것을 우려, 119로 화재 신고를 함과 동시에 인근 건물에서 소화기 3개를 가져다 직접 진화에 나섰습니다.

소화기를 가져온 건물은 이들 중 한명인 전 모(18)군이 합기도를 수련하는 도장이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평소 합기도장을 드나들면서 소화기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같은 시간 성남소방서에는 화재 신고가 잇따랐으며, 불길이 높이 치솟자 순찰을 하던 경찰도 달려와 화재 진압에 동참했습니다.

학생들과 경찰 등의 노력으로 화재는 8분여만에 초기 진화됐으며, 소방대원들도 신고 접수 6분만에 현장에 도착해 초기 진화를 지휘하고 14분만에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습니다.


학생들은 불을 끈 후 현장을 떠나 소방관들은 '어린 영웅들'의 활약상을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화재는 환풍구의 먼지로 인한 누전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사고원인은 조사 중입니다.

소방서 관계자는 오늘 "건물의 외부가 불에 잘 타는 목재여서 순식간에 대형화재로 번질 수 있었다. 건물은 화재로 6층까지 검게 그을렸지만 초기 진화를 잘해서 피해를 줄였다. 고등학생들이 위험할 수 있었는데 대단하다"고 말했습니다.

소화기를 들고 직접 화재를 진압한 전 군은 "너무 당연한 일이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합기도 3단으로 전국대회 우승 경력도 있다는 그는 앞으로 체육학과 진학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소방관이 꿈이라는 이 모 군은 "소방서에 신고했지만, 그전에 불이 크게 번질 거 같아 친구들과 함께 불을 끄기로 했다. 특히 건물들이 붙어 있어 대형화재가 발생할까 걱정했다"고 말했습니다.


화재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에 상황을 설명해주며 조사에 도움을 준 박 모 군은 "길을 가는데 건물 오른쪽 벽면에서 왼쪽으로 불이 번지면서 간판에 불이 붙고 2층까지 불꽃이 치솟았다"면서 "학교에서 소화기 조작법을 배웠다. 무섭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박 군은 앞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치료해주는 간호사가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선행을 제보한 주민 A씨는 "요즘 청소년들의 안 좋고 힘든 소식도 많지만, 좋은 이야기를 널리 알려 팍팍한 세상이 아직 살만하다고 생각하고 건강한 청소년들이 더 많아지길 바랐다. 기특한 아이들이고 다친 사람이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