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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코딩, 대학 필수 과목으로…'네카라쿠배' 취업 위한 건가요?

[취재파일] 코딩, 대학 필수 과목으로…'네카라쿠배' 취업 위한 건가요?
"아아아아아아악……"

작년 봄, 대학 1학년인 딸아이는 코딩 숙제 마감을 앞두고 고라니 소리를 질러 댔습니다. '뼛속까지 문과'인 제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해 안타까운 눈빛만 보내다가 "이공계도 아닌데 왜 코딩을 배우냐" 하고 물었더니 "예술 전공 학생까지도 모두 들어야 하는 필수 과목"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속으로 '대학 평가의 주요 지표인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별 걸 다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코딩, 프로그래밍으로 무장한 취업 준비생들은 '네카라쿠배'로 대표되는 IT기업들이 곧바로 모셔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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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0여 개 대학에서 코딩은 '교양 필수'…'네카라쿠배' 취업용?

 
그런데, 현재 국내 50여 개 대학이 '교양 필수'로 가르치는 코딩 과목은 소위 '네카라쿠배' 취업용이 아니라고 김재현 성균관대 사범대학장 (컴퓨터교육과)은 단언합니다. 이 대학은 지난 2016년 처음으로 코딩을 '교양 필수'로 지정한 뒤 지난해부터는 졸업 전 코딩 관련 4과목 이수를 의무화했습니다. 코딩, 알고리즘, AI에 데이터 분석까지 그야말로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분야를 가르칩니다. 김재현 학장은 이제는 교육에서 3R의 시대가 아닌 4R의 시대라는 얘기를 꺼냈습니다. 3R, 즉 읽기 쓰기 셈하기 (reading, writing, arithmetic)에 코딩 교육 (algorithm)이 추가됐다는 거죠. 최근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국.영.수.코>를 말하는 거네요. 주입식 교육을 통해 외워야 했던 것을 이제는 인터넷과 컴퓨터를 통해 쉽게 해결하는 시대가 됐으며, 이제는 학교에서 컴퓨터를 활용한 문제 해결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컴퓨터를 과연 어떻게 쓸 것이냐에 대한 게 <컴퓨팅 사고력> 인데요, 컴퓨터 과학의 기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컴퓨팅 사고력을 길러주는 게 앞으로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1학년 때 교양 필수로 가르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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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 진행되는 코딩 워크샵에서 만난 김혜준 씨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2학년)도 코딩을 전혀 배운 적 없었지만, 대학 입학 뒤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코딩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받았던 정보 교육은 엑셀이나 PPT처럼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사용법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대학에선 그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초부터 배우기 때문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방식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정말 개별 맞춤 프로그램 제작이 가능해지는 거잖아요. 근데 그걸 어디에 맡겨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속 공부를 하든, 어떤 직업을 가지든 꼭 필요한 소양 같아요. "
 
김수환 총신대 교수 (한국컴퓨터교육학회 부회장)도 이 '설계 능력'을 말합니다.
 
"인간이 기존의 수학·과학으로, 머리를 써서 했던 프로세스를 이제는 컴퓨터와 협업해서 하게 되는데, 내가 컴퓨터공학과 친구처럼 전체 프로그램을 짜고 구현하지 못하더라도, 코딩의 프로세스를 경험한 학생이라면 '여기서 이렇게 한 번 해주면 어떨까' 라고 설계를 할 수 있죠. 이제 컴퓨팅 사고력의 보편적 수준은 이 '설계 능력'까지입니다."
 

대학에 부는 코딩 열풍… '컴퓨팅 사고력' 장착한 인재 양성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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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부는 코딩 열풍' 에 대해 기사를 쓰겠다고 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취업을 위해 수강료 1천만 원이 넘는 코딩 학원에 다니는 대학생 얘기 아니냐고 묻습니다. 처음에 제가 대학의 코딩 수업을 '네카라쿠배' 취업용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대학이 수많은 과목 가운데 코딩을 교양 필수로 지정하는 이유는 그만큼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교양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저의 학창 시절엔 문제 해결력을 키우기 위해 수학을 배운다고 했는데, 이제는 코딩을 배워야 하는가 봅니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싫어했던 수학처럼 대학 진학 이후엔 들여다보지 않을 수도 없는, 마치 국어나 영어와 같은 과목이 돼 버렸습니다. 이 시대의 대학생은 전문 프로그래머,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컴퓨팅 사고력'을 장착한 인재로 육성되고 있습니다. 요즘 얘기하는 MZ세대와는 또 다른 인류를 곧 만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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