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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삼성 스마트폰에 폐어망이 들어있다?

10일 0시, 삼성의 갤럭시 S22 시리즈가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삼성은 갤럭시 S22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역대 가장 강력한 S 시리즈'라는 수식어를 붙였습니다. 얼마나 강력한지 간단히 살펴보면, 공개된 S22 라인은 모두 3종인데, 이중 프리미엄인 '갤럭시 S22 울트라'가 눈에 띕니다. 갤럭시 노트와 갤럭시 S의 강점을 결합한 S22 울트라는 노트를 대표하는 S펜의 반응 속도를 70% 줄여 빠르고 정확하게 필기할 수 있도록 했고, 향상된 AI 기술을 적용해 야간에도 선명한 촬영이 가능하도록 카메라 성능을 높였습니다.

삼성 갤럭시 S22 울트라 3종

S22 시리즈의 스펙에 관해선 이미 많은 기사와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으니 이곳에 따로 적진 않겠습니다. 오늘 얘기하고 싶은 건 S22 공개에 맞춰 삼성이 적극 홍보하는 친환경 기술과 기업의 친환경 마케팅을 논할 때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입니다.

이혜미 취파용

버려진 어망에서 탄생한 고성능 플라스틱


지난해 8월 삼성은 모바일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지구를 위한 갤럭시(Galaxy for the Planet)'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2025년까지 모든 갤럭시 신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적용하고, 제품 패키지에 플라스틱 소재를 제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갤럭시 S22는 이런 삼성의 비전을 구현한 첫 번째 결과물입니다. 삼성은 해양 생태계 오염의 주범인 폐어망을 재활용해 고성능의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했습니다.
 

삼성 자체 검증 결과, 재활용 플라스틱의 내구성은 일반 플라스틱과 99%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갤럭시 S22 내부의 키 브래킷(key bracket) 부품과 S펜 커버 부품에 바로 이 재활용 플라스틱이 적용돼 있습니다. 올해만 약 50톤 이상의 폐어망이 이런 스마트폰 부품에 재활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은 폐어망을 재활용한 플라스틱을 S22 시리즈뿐만 아니라 제품 전 라인업에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뿐 아니라 국내외 많은 기업들은 친환경 기술 개발과 마케팅에 공들이고 있습니다. LG는 폐냉장고에서 플라스틱을 추출한 뒤 가공해 김치냉장고 부품으로 사용하고 있고, 디즈니는 지난해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100% 재활용이 가능한 인형 포장재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탈(脫) 플라스틱에 도전하는 것이죠.
 
▶ 관련 디즈니 유튜브 보러가기
 

친환경의 탈을 쓴 가짜를 경계하라


기업의 친환경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비판적 시각의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란 용어가 등장합니다.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세탁의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을 합친 말인데, 친환경으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가짜 친환경주의를 의미합니다. 포털에 검색해보니 '위장 환경주의'라고 해석하는데, 소비자 기만행위의 일종입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가 기업의 책무이자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요즘 '녹색', '그린', '지속가능'이란 단어를 앞세우지 않는 기업은 없습니다. 그린워싱은 이렇게 친환경이 남용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입니다. 국내에서도 그린워싱으로 논란이 된 몇몇 사례가 있습니다. 친환경을 강조하며 리유저블(다회용) 컵 무료제공 행사를 진행했는데 실상은 그냥 일반 플라스틱 컵이었다거나, 종이로 만들었다는 화장품 용기가 겉만 종이고 내부는 플라스틱이라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았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국내 그린워싱의 실태는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의 아래 기사를 참고하면 도움이 됩니다.
▶ [마부작침] 그린워싱, 우리는 얼마나 속았을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


그럼 그린워싱은 무조건 나쁜 것이냐. 반론도 있습니다. 한 매체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출처를 밝히고 소개합니다.
 
"사실 저는 '그린워싱이라도 하는 게 어디냐'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노력도 안 하면, 결국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거든요. 결과적으로 보니 실제론 환경에 큰 보탬이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섣불리 비판하기보다는 더 완성도 있는 대안을 찾아가는 단계라고 보고 응원해주시면 어떨까요?"
- 헤럴드경제, "그린워싱? 그거라도 해야 바뀌죠" 친환경 스타트업 대표의 부탁, 2022년 2월 10일 보도

개인적으로는 인터뷰이의 의견에 일부 동의합니다. 완벽하지 않다고 손 놓고 있기보단, 뭐라도 시도해보는 편이 훨씬 발전적이고 이로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린워싱은 탈 플라스틱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겪어야 할 성장통 아닐까' 잠시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연구 결과들이 그렇지 않다고 말해줍니다.

그린워싱은 소비자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인상을 남겨 기업 활동에 큰 위협이 됩니다. 송유진, 이정, 김길홍, 유현정(2011)의 연구를 보면, 그린워싱 정보를 접한 소비자들은 감정상태, 광고 태도, 브랜드 태도, 구매의도에서 모두 부정성이 강화됐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은 친환경 기만광고의 경우 일반적 기만광고보다 더 비윤리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 그린워싱은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의구심을 갖는 '그린 회의주의'를 증가시키고, 브랜드 신뢰와 충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레티김녹, 공태식, 2021). 친환경 이미지를 얻으려다, 아예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되는 것이죠.

친환경에 진심이 기업의 노력이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고, 그린워싱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텐데, 현재 환경부의 친환경 인증마크만으론 이를 구분해내기 부족해 보입니다. 영국은 올해부터 기업들의 그린워싱을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기업의 친환경 마케팅에 소비자들이 혼란이 느끼자 적극적인 규제에 나서기로 한 겁니다. 우리 사회도 그린워싱으로 인한 문제가 꾸준히 불거지는 만큼, 기준 강화와 보완책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문헌]
송유진, 이정, 김길홍, 유현정 (2011). 그린워싱 정보 인식에 따른 소비자의 구매행동의도. 소비자학연구, 22(1), 315-339.
레티김녹, 공태식 (2021). 그린워싱이 그린 브랜드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 서비스마케팅저널, 14(2), 6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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