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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후쿠시마 1호기, 바닥에 '침전물' 가득

도쿄전력, 로봇이 촬영한 내부 모습 공개

후쿠시마 원전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피해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 1, 2, 3호기가 노심용융을 일으켰습니다. 원자로 압력용기 내부의 고온으로 핵연료의 거의 전부가 녹아서 바닥을 뚫고 격납용기 아래로 흘러내렸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가운데 1호기의 경우 실제 어떤 모습으로 녹아내렸고, 지금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지금까지 영상으로 확인된 적은 없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지난 8일, 1호기 격납용기 내부에 대한 조사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2017년 3월 이후 5년 만의 조사 재개인데, 당초 2019년 재개를 예정하고 있었지만 조사에 사용되는 로봇을 1호기 내부로 투입하는 경로를 변경해야 했고, 여기에 코로나 사태의 영향도 있어 현장 조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던 상황이었습니다.

현재 원전 1호기 격납용기 바닥 부근은 방사능 오염수가 약 1.8m 깊이로 고여 있습니다. 도쿄전력은 여기에 원격으로 조정하는 수중 로봇을 투입해 용융 핵연료의 잔해(데브리·debris)에 대한 조사를 비롯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로봇은 용도에 따라 모두 6가지로 준비됐는데, 이 가운데 첫 번째 로봇은 수중을 통해 격납용기의 바닥면에 접근한 뒤, 향후 다른 조사 로봇이 안전하게 투입될 수 있는 '가이드 링'을 설치하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이 '가이드 링'은 다른 조사 로봇의 제어용 케이블이 엉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인데, 직경 30cm 정도로 간격을 두고 모두 4개를 설치하게 됩니다. 또 이 과정에서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주변 영상을 바깥으로 전송하는 것도 1호 로봇의 임무에 추가됐습니다.
로봇을 원격 조종하는 도쿄전력 관계자들

1호 로봇은 8일 오후에 1호기로 투입됐습니다. 원자로는 용융 핵연료가 흘려내려 구멍이 뚫린 압력용기를 '페데스탈'이라는 이름의 콘크리트 원통이 감싸고 있고, 그 바깥을 격납용기가 다시 감싸고 있는 구조입니다. 원래 압력용기와 근접한 페데스탈에 열려 있는 부분(개구부)가 있어 이쪽으로 로봇을 투입하면 작업이 상당히 편할 수 있었지만(2, 3호기의 경우 이렇게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1호기의 경우는 개구부 부근의 방사선량이 너무 높아 반대편인 격납용기의 가운데 부분에 파이프를 관통시켜 로봇을 투입했습니다. 1호 로봇은 격납용기의 바닥으로 내려가 수중을 천천히 이동하며 '가이드 링' 4개를 순차적으로 설치하고 격납용기 바닥 부근의 영상을 찍어 외부로 전송했습니다.

격납용기 바닥 부근의 모습 (사진=영상 캡처)

도쿄전력이 그제(9일) 1호 로봇이 촬영한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내부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아래쪽에 오렌지색으로 울퉁불퉁 쌓인 침전물을 볼 수 있는데요, 이 침전물은 격납용기 내부의 구조물에 흡착돼 있었습니다. 앞서 2, 3호기에서 확인된 용융 핵연료의 잔해(데브리)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도쿄전력 측은 "현 시점에서는 (물질의 정체를) 확실히 알 수 없다"며 일단 선을 그었습니다. 또 이번 조사만으로는 침전물이 어느 정도의 양으로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지도 불분명합니다. 2017년 조사에서는 이 부근에서 깊이 90cm의 퇴적층이 확인됐지만, 이때도 침전된 물질이 용융 핵연료인지 여부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놀랄 만한 것은 격납용기 하부에 고인, 1호 로봇이 이동한 오염수의 방사선량입니다. 도쿄전력은 이번 측정에서 물속의 방사선량이 시간당 1~2 시버트였다고 밝혔습니다. 원전 작업자의 피폭 한도가 1년에 50 밀리시버트인 것을 감안해 계산해 보면, 만약 사람이 이 물속에 들어가면 불과 1~3분 사이에 1년어치의 피폭한도에 도달하게 됩니다. 당연히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조사할 수 없는 환경이라 로봇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도쿄전력 측은 앞으로 남은 5개 종류의 원격조종 로봇을 순차적으로 투입해 격납용기 내부의 촬영, 센서를 통한 용융 핵연료 유무 등의 조사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2호 로봇의 투입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아 1호 로봇이 촬영한 이 침전물이 예상대로 원전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의 잔해인지 판명되는 데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폐로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용융 핵연료 잔해를 끄집어 내는 일인데요, 이 핵연료의 잔해가 대체 얼마나 되고 어디에 어떻게 가라앉아 있는지 아직 그 실체조차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원전 부지에 저장된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르면 내년 봄에 시작될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염두에 두고 착착 수순을 밟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원전 앞바다에서 삼중수소를 측정하는 지점은 모두 12곳인데, 이를 50개로 늘리겠다는 것이 강화 방침의 골자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10km 안쪽의 바다에 설치하고, 바깥쪽인 50km 안쪽에서는 해수면은 물론 해저에서도 바닷물을 채취해 삼중수소의 양을 측정할 계획이라는 게 일본 정부의 설명입니다. 측정 횟수는 1년에 4차례를 기본으로 하고, 해양방출이 시작된 직후에는 측정 간격을 좁혀 바닷물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겠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이런 계획을 다음 주로 예정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단에게도 설명할 예정입니다. 일본 정부의 계획대로 조사가 이뤄질지 IAEA의 전문가들이 계획을 꼼꼼하게 살펴봐야겠지만, 지역 어민들도 우려를 표명하는 '해양 방류' 방침을 그대로 강행하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고집에는 전혀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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