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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죽은 오리 몸속 '농약'…치사량 10배 검출

벼 베기가 끝난 논은 새들의 먹이터다. 기러기와 오리, 두루미 등 야생 조류들이 어김없이 내려앉는다. 논바닥에 떨어진 볍씨는 새들에겐 좋은 먹잇감이다. 그런데 무심코 먹은 볍씨 탓에 새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농약을 볍씨에 묻혀 새를 노리는 불법 밀렵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7일 충남 아산의 한 논에서 야생오리 100여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환경부 소속 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청둥오리와 고방오리 등 폐사체 28마리를 부검했다. 소낭에는 볍씨가 가득했다. 유행 중인 조류인플루엔자 검사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폐사 원인을 따지는 다음 순서는 농약중독인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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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 검사 결과 모든 폐사체에서 살충제인 카보퓨란이 검출됐다. 카보퓨란은 매우 독성이 강한 살충제로 특히 조류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작물생산위원회에는 카보퓨란 치사량이 1kg당 2.5~5.0mg이라고 밝혔다. 죽은 오리 몸에서는 평균 25.191mg의 카보퓨란이 나왔다. 치사량 기준 10배가량의 고농도 독성이다. 누군가 고의로 농약을 묻힌 볍씨를 논바닥에 뿌려 오리 등 야생조류를 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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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부터 2월까지 두 달간 전국에서 농약중독으로 17건의 야생조류 집단폐사가 발생했다. 경기, 강원, 전북, 대구, 경남, 울산 등에서 폐사체 152마리가 발견됐다. 큰기러기, 쇠기러기, 청둥오리, 비둘기 등 11종의 야생조류가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참매와 독수리도 각각 1마리씩 포함됐다. 맹금류인 참매와 독수리는 농약 중독으로 죽은 오리 등 야생조류를 먹고 2차 피해를 입은 거다. 죽은 새들에서 검출된 농약성분은 대부분 카보퓨란과 포스파미돈 등 살충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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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에도 농약중독으로 인한 야생조류 피해가 멈추지 않고 있다. 12건의 야생조류 폐사가 발생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농약중독 검사 결과를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전국 주요 철새 도래지에 대한 엄중한 감시를 요청하기로 했다.
 
농약 등 독극물을 살포해 야생생물을 포획하거나 죽이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멸종위기종을 밀렵할 경우 처벌이 더 무거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백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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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농약 살포행위가 들녘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다 보니 범인을 잡기가 쉽지 않다. 목격자 제보가 절실한 이유다. 불법행위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이 지급된다. 농약 등 독극물 살포행위를 신고할 경우 1백만 원을 받게 되고, 야생조류 폐사체를 신고해 농약중독으로 확인되면 10만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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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든 볍씨 탓에 겨울철새 등 야생조류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고 있다. 먹이를 미끼로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야만이다. 모두를 부끄럽게 하는 농약 밀렵을 멈추게 해야 한다. 적극적 신고와 감시가 필요하다. 야생조류는 퇴치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야 할 생태계 구성원이라는 공존의식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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