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EU에 발목 잡힌 조선…항공은 중국이 '복병'

[취재파일] EU에 발목 잡힌 조선…항공은 중국이 '복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9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앞서 공정위 심사관은 지난해 말 조건부 승인을 내용으로 하는 심사보고서를 전체회의에 상정했습니다. 두 회사 합병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쟁 제한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인 슬롯을 일부 반납하고 '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인 운수권을 재배분하는 조건 등이 포함된 걸로 알려졌습니다.

공정위 심사관은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LA, 뉴욕, 장자제, 나고야 등 점유율 100%인 독점 노선 10개를 포함해 상당수 여객 노선에서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심사보고서를 3주간 검토한 뒤 지난달 말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는데, 업계에서는 두 항공사가 공정위 제시 조건에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해외 승인이 관건

일부 진통이 있더라도 국내 절차인 공정위 승인은 어렵지 않을 거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오히려 두 회사가 합병하기 위해 뚫어야 할 진짜 장벽은 해외 경쟁 당국입니다. 앞서 터키와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는 두 회사의 결합을 승인했고 태국과 필리핀은 두 회사 결합이 사전 심사 대상이 아니거나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기에 싱가포르도 조건 없이 결합을 승인하면서 이제 한국을 제외하면 미국과 EU, 일본, 중국, 영국, 호주 등 6개 국가의 승인만 남았습니다. 이 가운데 기업결합을 반드시 신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필수 신고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EU, 일본, 중국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항공자유화 국가로 운수권이 필요 없고, 사실상 완전 경쟁 시장이어서 별다른 제약이 없을 걸로 보입니다. 필수 신고 국가 중에서 주목해 봐야 할 곳은 EU와 중국입니다. EU의 경우, 최근 경쟁당국의 심사가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캐나다 1, 3위 항공사의 합병, 스페인 1, 3위 항공사의 합병을 불허한 바 있습니다. 우리 조선업계도 EU의 반대에 걸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무산됐습니다.

때문에 이번에도 EU 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다릅니다. 조선업계에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1위와 4위 업체로 결합 자체가 큰 주목을 받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대한항공조차 여객 부문 세계 19위 정도입니다. 합병에 따른 파장의 크기가 다른 겁니다.

아시아나항공-대한한공 (사진=연합뉴스)

'중국',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 발목 잡을까

이렇게 정리하고 보면, 가장 위험한 복병은 중국입니다. 공정위도 중국이 단일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18개 노선에서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특히 인천-장자제, 부산-칭다오 노선은 두 항공사가 결합할 경우, 독점 노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합병으로 실제 경쟁 제한이 발생할 수 있는, 즉 문제 제기가 나올 수 있는 요인이 가장 큰 곳이 중국인 셈입니다.

중국 정부가 그간 보여온 행태도 그런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중국은 자국 항공 산업을 키우기 위해 해외 항공사에 운수권이나 이착륙 횟수를 배분하는데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를 경유해 미주, 유럽으로 가는 중국인 여행객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항공사의 탄생을 반길 리 없다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여기에 최근 한중 양국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정책 결정 때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정무적 판단을 중시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시작된 중국의 한한령이 문재인 대통령 방중 같은 온갖 노력에도 아직까지 철회되지 않고 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이런 걱정이 기우이길 바라봅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