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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앞으로 동계 올림픽이 열릴 수 있을까?

[마부작침] 앞으로 동계 올림픽이 열릴 수 있을까?

안혜민 기자

작성 2022.02.11 13:30 수정 2022.02.11 17: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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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앞으로 동계 올림픽이 열릴 수 있을까?
베이징 올림픽이 한창인데 쇼트트랙 경기의 석연치 않은 판정 때문에 여론이 시끌시끌해요. 인터넷 여론이 심상치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선전하고 있습니다. 황대헌 선수가 쇼트트랙 남자 1,500m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고 쇼트트랙 3,000m 여자 계주 경기에서도 극적인 레이스로 결승 진출을 해냈으니까요.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에 출전한 김민석 선수가 평창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으로 동메달을 따기도 했죠. 물론 메달이 다는 아닐 겁니다. 지난 4년간 노력한 선수들이 국가를 대표해서 대회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고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니까요.

경기 외적으로도 이번 올림픽에선 여러 가지 이슈가 많습니다. 중국의 문화 공정에 대한 논란도 뜨겁고, 인공 눈과 빙질에 대한 이야기도 많죠. 아마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인공 눈이 100% 사용된 최초의 동계올림픽이라는 이야기 들어봤을 거예요. 이번 주 마부뉴스는 이 인공 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왜 이번 올림픽에서는 인공 눈이 그렇게나 많이 사용된 건지, 그 이면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는 건지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질문은 이겁니다. “앞으로 동계 올림픽이 열릴 수 있을까요?”
 
[일러두기] 잠깐! 오늘 레터에는 역대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해외 도시들이 자주 나와요. 그래프에도 이 도시들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데, 한글로 쓰면 너무 길어져서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탓에 부득이하게 줄임말을 사용했어요. 이 점 양해해주세요. 레터에서 사용한 21개의 도시 줄임말, 후다닥 정리하고 갈게요!
 
CHX 프랑스 샤모니 SJV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STM 스위스 장크트모리츠 ABV 프랑스 알베르빌
LKP 미국 레이크플래시드 LHM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GAP 독일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 NAG 일본 나가노
OSL 노르웨이 오슬로 SLC 미국 솔크레이트시티
CRT 이탈리아 코르티나 담페초 TRN 이탈리아 토리노
SQV 미국 스쿼밸리 VNC 캐나다 밴쿠버
INN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SOC 러시아 소치
GNB 프랑스 그르노블 PGC 대한민국 평창
SAP 일본 삿포로 BJG 중국 베이징
CGA 캐나다 캘거리    
 

입춘으로 문을 연 올림픽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본 사람? 봄의 입구, 입춘으로 올림픽의 문을 열었어요. 개막 당일인 2월 4일이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이어서, 60초 카운트다운이 아니라 24부터 카운트다운을 했더라고요. 진짜 우리가 느끼는 따뜻한 봄은 절기로 치면 경칩과 춘분 즈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베이징에선 2월에 이른 봄을 맞이한 모양입니다.

동계 올림픽과 봄, 어찌 보면 이질적인 두 단어이지만 데이터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겁니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 장자커우, 옌칭의 2월 평균 온도를 분석해봤어요. 1960년부터 2021년까지 세 도시의 2월 평균 기온을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그 수치가 올랐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베이징, 옌칭, 장자커우 2월 평균 온도 선그래프(1960~2021년)

그래서 야외 종목이 펼쳐지는 장자커우와 옌칭은 고민이 많아요. 2월이 따뜻해지면 눈이 녹아버려서 제대로 된 설상 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될 테니까요. 게다가 장자커우는 애초에 눈이 많이 오지 않는 지역이거든요. 연간 적설량이 18~20cm 정도인데, 우리나라 강원도에 한 번 눈이 오면 4~5cm 정도 눈이 쌓이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적은 수치인지 감이 올 겁니다. 겨울 날씨도 따뜻해지고, 눈도 오질 않으니 해결책을 찾아야 했는데, 그게 바로 인공 눈인 거죠.

인공 눈을 만들려면 많은 물이 필요해요. 베이징 동계올림픽 주최 측에서 발간한 IOC 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번 올림픽에 수자원이 얼마나 드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보고서에 따르면 장자커우 지역에 필요한 물은 190만㎥인데, 이 중에 인공 눈을 만드는데만 73만㎥가 쓰일 예정입니다. 전체의 38.4% 규모죠.
장자커우 지역에 사용되는 수자원 양 이미지

190만㎥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감이 안 올 수 있습니다. 국제대회용 수영장 규격이 통상 2,000㎥ 정도니까, 장자커우 지역에만 950개의 수영장 규모의 물이 사용되는 셈입니다. 컬링 경기장으로 사용되는 베이징의 워터 큐브(겨울 한정 아이스 큐브)의 사이즈가 98만㎥ 정도니까, 워터 큐브를 꽉 채운 물 1.9배가 장자커우에 사용되는 거예요.

그런데 이 지역이 중국 내에서도 물 부족으로 고생을 겪는 지역이라 말이 많아요. 조직위는 장자커우에 사용되는 수자원의 규모가 지역 대비 2.8%에 불과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지만 홍콩의 환경단체 차이나 워터리스크는 최근 장자커우 지역 주민들의 절반 이상이 물 부족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거든요. 게다가 인공 눈은 잘 녹지 않도록 화학 처리를 하는 탓에 환경오염 문제도 있어요.
 
Q. 인공 눈은 어떻게 만들까요?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해 장자커우에서만 11개의 대형 물탱크가 가동되고 있어요. 장자커우 주변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와서 이 물을 430개의 인공 눈 제조기에 넣어 눈을 제조하는 공정이죠. 경기장에 인공 눈이 뿌려지면 제설기로 경기장의 모양을 잡고 길을 냅니다. 참고로 자연 눈은 하늘에서 생성되어 땅에 떨어질 때까지 시간이 넉넉해서 눈 결정이 형성되지만, 인공 눈은 기계로 만들기 때문에 눈 결정이 만들어지지 않아요.
 

갈수록 개최지의 기온이 오른다


근데 사실 인공 눈 사용이 어제오늘 일인 건 아닙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선 인공 눈이 전체의 80%나 사용됐고, 2018년 평창에선 90% 이상을 차지했거든요. 평창 동계올림픽의 인공 눈 제설에 동원됐던 업체 이야기를 보면, 2017년 11월 15일부터 2018년 1월 10일까지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 76만㎥의 물을 인공 눈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고 하더라고요.
박스플롯 설명

인공 눈 사용이 늘어나는 이유는?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지의 평균 기온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어요. 1936년에 열린 4회 동계올림픽부터 2018년 23회 평창올림픽까지, 15개 개최지의 올림픽 기간 일평균 기온 데이터로 박스 플롯을 그려봤습니다.

박스 플롯이 조금은 복잡하게 생겼지만 잘 살펴보면 데이터의 분포를 단박에 파악할 수 있어요. 이 그림 안에 중앙값과 사분위수, 최댓값과 최솟값을 모두 한 번에 볼 수 있거든요. 중앙값은 데이터의 가장 중앙에 위치한 녀석을 의미하고, 사분위수(Q1, Q2, Q3)는 자료를 4등분해서 각 경계에 위치한 값들을 의미해요. 상자의 폭과 선을 보면 데이터가 어떻게 분포했는지 알 수 있죠. 상자의 폭이 좁다면 중앙값을 기준으로 데이터가 많이 몰려있다는 거고, 상자의 폭이 넓다면 데이터가 넓게 분포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역대 동계올림픽 일평균온도 박스플롯

그림을 보면 역대 동계 올림픽 개최지의 중앙 기온과 평균 기온이 점차 오르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최근 동계올림픽을 보면 혹한의 날씨로 유명세를 얻은 평창을 제외하곤 평균 기온이 영상에 가까운 쪽에 위치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개최지의 기온은 개최지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고도는 어디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엄밀하게 비교가 되긴 어렵다는 건 알아두세요!
 
Q. 추웠던 평창에서 인공 눈은 왜 사용한 거죠?

날씨가 따뜻해지는 탓에 인공 눈을 만들었다면, 평균기온이 영하였던 평창에서는 굳이 인공 눈을 만들 필요가 없었을 텐데, 왜 평창에서 90% 가까운 인공 눈을 사용한 걸까요? 아까 인공 눈은 눈 결정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했죠? 눈 결정이 있는 자연 눈은 결정 사이사이에 빈 공간이 많아서 단단하지 않고 쉽게 바스러집니다. 반면 인공 눈은 빈 공간이 없어서 딴딴하죠. 그 탓에 자연 눈에 비해 더 많은 마찰열을 발생시켜서 스키가 더 잘 나갑니다. 인공 눈이 동계 올림픽 기록 향상에 도움을 주는 거죠. 실제 스키장에서도 자연 눈이 오더라도 인공 눈을 만들어 사용해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인공 눈 위에 자연 눈이 덮이지 않도록 계속해서 쓸어내는 작업을 했어요.
 

삿포로만 살아남는다


탄소배출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 미래엔 어떨까요? 국제공동연구팀이 현재처럼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미래에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역대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21곳 중에 과연 살아남는 곳은 어디인지 시각화를 해봤어요. 개최지에 그려진 눈 결정의 모양에 따라 구분을 했는데, 완벽한 눈 결정은 개최가 가능한 지역, 녹아버린 눈 결정은 개최가 불가능한 지역을 의미합니다.
동계올림픽 개최여부 범례

현재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2080년 즈음이면 21곳 중 단 한 곳에서만 올림픽을 열 수 있어요. 아래 그림에서 삿포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눈 결정이 녹는 모습이 보이죠? 2041년부터 2070년까지의 시점(2050s High)에 동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지역은 미국의 레이크플래시드(LKP), 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LHM), 오슬로(OSL), 일본의 삿포로(SAP)와 나고야(NAG) 등 5곳뿐입니다. 2080년 즈음엔 일본의 삿포로 단 한 곳에서만 동계올림픽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어요.
현재 탄소배출 수준일 경우 동계올림픽 개최지의 재개최 가능 여부 시각화

지난해 열렸던 도쿄 올림픽을 생각해보면 동계 올림픽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원래라면 오전 7시에 열려야 할 마라톤 경기가 폭염으로 인해 1시간 앞당겨져 오전 6시에 개최되기도 했고,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 직원이 더위로 실신하기도 했으니까요. 도쿄 올림픽은 지난 40년간 개최된 올림픽 대회 중 가장 뜨거운 올림픽이었어요.

하계올림픽도 동계올림픽 예측과 비슷합니다. 현재 추세의 탄소 배출이 이어질 경우 2085년에 하계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기후 여건을 갖춘 곳은 아시아 2곳, 북미 3곳, 동유럽 3곳, 서유럽 25곳 정도니까요. 캐나다의 캘거리와 밴쿠버, 노르웨이의 오슬로는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곳인데 기후변화로 인해 하계올림픽 후보지로 바뀌게 됐어요.
 

올림픽의 미래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앞으로 개최가 쉽지 않은 것도 있지만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나면서 당장 개최지를 찾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어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오히려 올림픽을 개최하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올림픽의 저주도 괜히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게다가 환경오염 이슈도 만만치 않아요. 미래 세대에 피해를 전가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올림픽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져가죠.

사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우여곡절 끝에 열리게 됐어요. 개최지 선정 마감 시한 전에 6개의 도시에서 신청서를 냈지만, 선정 전에 3개 도시가 신청을 철회했거든요.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비용 문제로 신청을 철회했고, 폴란드 크라쿠프에선 올림픽 유치 반대 여론이 주민의 70%를 넘어서 포기했죠. 노르웨이 오슬로 역시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강했습니다. 2주가량의 축제를 보기 위해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는 데에 반발이 큰 겁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총예산은 공식적으로는 39억 달러로 발표됐습니다. 최근 20년 사이의 올림픽 가운데 가장 적은 액수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대 385억 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보기도 해요. 이를테면 장자커우와 허베이성을 잇는 철도를 짓는데만 92억 달러가 투입됐는데, 이런 비용들이 개최 비용에 포함되지 않았거든요. 이만치의 돈을 들여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는데 배출된 온실가스만 해도 130만 6,000t에 가까워요. 연간 22만 대의 자동차가 생성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을 정도죠.
지속가능한 올림픽

IOC도 2014년부터 지속 가능한 올림픽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눈 가리고 아웅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1992년부터 2020년 사이에 7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이 사용된 16개의 올림픽의 지속 가능성을 지표로 분석해보면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지표가 감소하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제대로 된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더 높아질 수 있을 거예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앞으로 올림픽은 어떻게 될까요? 점점 개최를 희망하는 도시도 줄어들고 있고, 지구가 더워지면서 환경 조건이 맞는 지역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결국 올림픽이 축소되거나 사라질까요? 아니면 IOC의 노력대로 지속 가능한 올림픽으로 탈바꿈해 계속해서 올림픽을 볼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을 아래 댓글로 알려주세요!(*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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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강수민, 강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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