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문 대통령 양산 사저 내부 공사

오는 3월 9일은 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 5월 10일은 새 대통령 취임일입니다.

오늘(9일) 기준으로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딱 석 달 남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새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로 내려갑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기 후 계획에 대해 "저는 대통령 이후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며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 부부 사저는 원래 양산시 매곡동에 있습니다.

그러나 양산시 외진 곳에 있는 매곡동 사저가 경호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2020년 4월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사비를 들여 새 사저를 지을 대지를 매입했습니다.

문 대통령 사저는 지난해 말 외관 공사가 끝나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신축에 들어간 새 사저는 문 대통령이 개인 비용을 들여, 국유재산이 될 경호동은 청와대 경호처가 예산으로 짓습니다.

문 대통령과 경남고 동기 승효상 건축가가 사저 설계를 맡았습니다.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봉하마을 묘역을 설계·건축했습니다.


공사 가림막 너머로 보이는 새 사저는 저층이면서 창이 크고 옅은 회색 외벽과 푸른색 박공지붕(책을 엎어놓은 듯한 간단한 형태의 지붕)을 얹었습니다.

허정도 건축가(경남도 총괄건축가)는 "마을, 주변 자연경관과 어울리면서 튀지 않게 하려는 의도로 최대한 복잡하지 않게 건물을 설계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저와 경호동은 보안시설이라 구체적인 구조, 공사 진척도를 알기 어렵습니다.

사저 신축공사는 내부 마감, 전기·수도·가스 등 점검, CCTV 등 보안시설 보완 등을 거쳐 3월 중하순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상 1층, 지하 1층짜리 2개 경호동은 사저보다 공사 진척이 늦어 이보다 조금 늦게 준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마친 후 지방이자, 고향으로 내려오는 사례는 2008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낙향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문 대통령이 두 번째입니다.

문 대통령이 귀향지로 택한 양산시는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변호사 생활을 한 '제2의 고향' 부산시와 붙어 있습니다.

양산시 중에서도 하북면 평산마을은 '영남 알프스'(경남 밀양시·양산시, 울산시에 걸친 높이 1천ｍ 이상 고산지역)에 속한 영취산 자락에 있습니다.

차량으로 통도사까지 약 7분(4㎞),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김해 봉하마을까지 50분(56㎞), 2019년 10월 별세한 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가 잠든 하늘공원(천주교 공원묘원)까지 22분(14㎞), 기존 매곡동 사저까지 40분(35㎞) 정도 걸립니다.

문 대통령 사저는 평산마을 다른 주택들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 있습니다.

집 앞에는 논밭이 있고, 조금 더 너머에는 통도사 소유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을 새로운 이웃으로 맞을 평산마을은 우리나라 3대 사찰로 꼽히는 통도사와 인연이 깊습니다.

평산마을 토지 상당 부분이 통도사 소유입니다.

통도사 스님들도 평산마을에 주소를 두고 있습니다.

45가구, 100여 명 정도인 마을주민 일부는 통도사 땅에 농사를 짓거나 집을 지어 삽니다.

평산마을 사저는 양산 매곡동 기존 사저보다 지형, 분위기가 훨씬 개방적입니다.

매곡동 사저는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면서 경사지고 좁은 외길을 한참 올라가 경호동을 지을 평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산속에 있습니다.

평산마을은 문 대통령 퇴임을 조용하게 기다리는 분위기입니다.

한 마을 주민은 "사저를 구경하겠다며 가끔 들르는 외지인 외에는 마을이 아직 조용하다"며 "사저 신축공사도 마찰이 없고, 주민들은 아직은 대통령을 어떻게 환영할까 보다는 생업에 전념하는 편이다"고 말했습니다.

양산시는 문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평산마을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중입니다.

평산마을로 통하는 유일한 도로를 넓히고 주차장 확보에 나섰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