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이상호 아쉬운 탈락에도 중국 네티즌 조롱…화합의 올림픽은 어디에

통한의 0.01초. 고개 숙인 '배추보이' 이상호 선수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예선 전체 1위를 했기에 더 그랬습니다. 이상호는 어제(8일)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8강서 러시아의 빅토르 와일드에게 0.01초로 졌습니다. 이상호는 "빙상 종목에서 메달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응원했는데 어제 불미스러운 판정으로 너무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며 "기대해 주셨던 금메달로 기분 좋게 만들어 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개인적으로는 후회가 남지 않는 경기를 마쳐서 후련하다"고 말했습니다.

송욱 월드리포트1

중국 네티즌 "의외의 결과가 아니라 응보"


그런데 어제 저녁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검색 순위 10위 안에 '이상호 탈락(#李相昊出局#)' 이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습니다. 오늘 아침까지 총 조회수는 1억 3천만 회가 넘었습니다. 해시태그의 설명은 '이상호가 마지막 순간에 0.01초 뒤져 4강 진출에 실패했다'는 내용이었지만, 게시물과 댓글들은 조롱 일색이었습니다.

송욱 월드리포트2
▲ '이상호 탈락' 관련 중국 웨이보

중국 네티즌들은 "축하한다", "이것은 의외의 결과가 아니라 응보", "이번에는 어떤 변명을 댈 것이냐"는 글과 함께 한국을 비하하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대부분이 이상호 선수 개인보다는 한국을 조롱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제(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벌어진 심각한 편파 판정에 한국이 강하게 반발한 것에 대해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이 적반하장 식으로 "공정한 심판 결과였다", "반칙을 일삼은 것은 한국이었다"고 주장하며 한국을 비난하고 나선 것과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송욱 월드리포트3
▲ 한국을 조롱하는 중국 웨이보 게시물

쇼트트랙 경기 이후 웨이보에선 '황대헌 반칙', '한국 선수들 인터뷰 거부', '한국 대표팀 기자회견' 등의 해시태그가 검색 10위 안에 오르고, 뉴스 검색 사이트에서도 관련 기사들이 상위 조회수에 올랐습니다. 맹목적인 애국주의를 표출하는 중국 네티즌, 일명 '샤오펀훙'들은 "그동안 소국이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훔쳐갔다",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축제와 화합의 장'은 어디에


한국에서는 반중 정서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해 '문화공정' 논란이 확산된 상황에서 쇼트트랙 경기의 편파 판정이 불을 질렀습니다. 선거와 맞물려 정치권들도 반중 정서 확산에 가세한 상황에서, 특히 '공정'을 중시하는 2030세대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인터넷에는 "눈 뜨고 코 베이징", "일본은 백 년의 적, 중국은 천 년의 적" 등의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착한 중국인은 죽은 중국인'이라는 의미의 '착짱죽짱' 같은 극단적인 '혐중' 표현까지 다시 확산하고 있습니다.

송욱 월드리포트4
▲ 출처 : 트위터

한국의 반중, 혐중 여론은 다시 중국 네티즌들에 의해 확산되며 한중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 화합의 장'이라는 말은 무색하게 됐습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개회식 '한복 논란'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놓았습니다.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중국 조선족과 한반도의 남북은 같은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복식을 포함한 전통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 전통문화는 한반도의 것이면서 중국 조선족의 것으로 이른바 '문화 공정' '문화 약탈'이라는 말이 전혀 성립되지 않는다. 중국은 한국의 역사문화 전통을 존중하고, 한국이 조선족을 비롯한 중국 민족들의 감정도 존중해 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진화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이 소식을 전하며 '한국 대선후보들이 선거 때문에 중국을 비판하는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는 한국 기업들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도해 한국 정치권에도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송욱 월드리포트5
▲ 주한 중국대사관 입장문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1992년 수교 이후 사이 양국 간 교역 규모는 40배 가까이 증가했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됐습니다. 하지만, 양국 국민의 감정은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 왜곡, 사드 사태, 김치·한복 등 문화 약탈 논란 등을 겪으면서 악화됐습니다. 추궈훙 전 주한 중국대사는 최근 한 포럼에서 한중 관계의 양대 난제는 전략적 상호 신뢰 부족과 상대국에 대한 여론 악화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자유로운 인적 왕래를 통해 상대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문화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서로에 대한 반감은 이제 위험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습니다. 상호 불신이 상호 존중으로 바뀌기까지는 매우 험난한 길이 예상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