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인-잇] "염전노예 수사 불안하다, 경찰청이 직접 나서달라"

최정규 |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 겸 활동가

2014년 신안 염전노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후 7년이 지난 작년 10월, '제 2의 염전노예 사건'이 또다시 터졌다. 신안군의 한 염전에서 7년 간 임금체불과 감금을 겪었다는 박영근 씨의 폭로가 쏟아지자 이때 시민단체들은 이렇게 외쳤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서 직접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염전노예 사건 이후 7년이나 지났음에도, 같은 지역에서 그것도 똑같은 사건이 또다시 발생한 만큼 재발방지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지역경찰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전남지방경찰청은 피해자 박영근 씨가 폭로한 가해자를 3개월간 수사했고, 그 결과 가해자는 구속기소 되었지만 지난 1월 26일 시민단체들은 다시 한번 경찰청 앞에 서서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서 직접 수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이 이렇게 재차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의 직접 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① 장애인이 스스로 탈출할 때까지 학대 현장에 두어야 하나


첫째, 박영근 씨 이후 또 한 명의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탈출하여 도움을 호소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찰은 박영근 씨를 포함해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의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도 가해자로부터 분리하는 특단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단 한 명의 피해자도 외면하지 않고 구출해야 하는 경찰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오랜 기간 동안 가해자의 착취 속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피해자들의 심리적 종속관계를 고려했다면 피해자들이 계속 학대 현장에 남겠다고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을 그곳으로부터 탈출시키기 위해 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할 것이 아닌가? 장애인들이 스스로 탈출할 때까지 학대 현장에 두고 보겠다는 경찰의 미봉책은 불안함을 낳는다.

장애단체 활동가 조태홍 "국가는 미봉책의 해결만으로 염전노예 사건을 마무리할 생각을 하지 말라"


② 수상한 금전거래를 확인하고도 추가 수사는 없다?


두 번째는 가해자에게 염전 운영을 맡긴 '태평염전'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태평염전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염전의 운영을 '염사장'이라는 개인업자에게 맡겨 염전을 운영하게 하고 생산된 소금을 유통하여 판매한 수익을 일정 비율로 염사장과 나누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염사장은 단순 임차인이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가 직결된 사실상 동업관계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박영근 씨를 포함한 피해 장애인들을 착취한 가해자와 그 아버지는 2014년 신안군 염전노예 사건 당시 장애인 학대에 연루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판결문의 내용을 추론해보면 적어도 2006년부터 태평염전의 염사장으로 염전을 운영한 사실이 확인된다. 무려 15년 동안 동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해자 일가의 장애인 학대 사실을 태평염전이 정말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

SBS '끝까지 판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 진행 과정에서 인부 중 한 명의 계좌에서 태평염전 기업과 염사장의 수상한 돈거래를 확인했으면서도 관련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인잇 최정규
 



위 돈거래는 누가 보아도 정상적인 것이 아니고 피해자들의 추가 피해가 의심되기에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반드시 진행되었어야 한다. 가해자의 주장처럼 단순히 인부들의 명의를 빌린 것이라고 하더라도 '염전 허가를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받는 행위'를 소금산업진흥법에서 처벌하고 있기에 더더욱 철저히 수사를 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전남지방경찰청은 관련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③ 전남지방경찰청에 수사를 맡겨두는 것이 최선일까?


전남지방경찰청은 추가 고발 등이 이루어지자 바로 다음 날인 1월 27일 수사전담팀 팀장을 형사과장에서 수사부장(경무관)으로 격상하고 팀을 확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3개월 동안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을 볼 때 전남지방경찰청에만 맡겨두는 것이 최선인지 의문이다.

경찰청은 3개월 전 이 사건 수사를 전남지방경찰청에게만 맡겨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사를 지휘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는 가까스로 탈출한 피해 당사자들의 피해 확인과 가해자 처벌이라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①'왜 장애인들이 염전노동에 유입되는지'-노동시장의 문제점, ②'왜 소금생산과정에서 이런 장애인 인권침해가 계속 반복되는지'-염전산업구조의 문제점 등을 치밀하게 파악하는 노력을 통해 제대로 된 수사 결과를 이제는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인-잇 #인잇 #최정규 #상식을위한투쟁

# 본 글과 함께 생각해 볼 '인-잇', 지금 만나보세요.

[인-잇] 또 염전 노예? 수사 믿고 맡길 수 있겠습니까

최정규 변호사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
인잇 사람과 생각을 잇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