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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로또 1등 100억 당첨' 되면 100억 다 받는다고요?

[취재파일] '로또 1등 100억 당첨' 되면 100억 다 받는다고요?

'꿈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조기호 기자

작성 2022.02.05 08:15 수정 2022.02.05 18:5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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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추첨 횟수가 벌써 1천 회를 넘었습니다. 2002년 12월 7일 처음 추첨했으니까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네요. 사람으로 치면 로또도 이제 성년으로 접어든 셈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로또를 붙잡고 환호하고, 탄식했을까요. 그리고 1천 회를 넘어 당첨될 때까지 도전 중인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미국 파워볼에서 8천500억 원의 잭팟이 터졌네, 유럽 유로밀리언에선 3천억 원 당첨자가 나왔네 하는 소식은 상상만 해도 흐뭇합니다. 우리나라에선 19회 때 407억 원이 역대 최고 금액이었죠. 그러나 당첨금은 갈수록 쪼그라들어서 현재 1등 당첨금은 평균 20억 원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돈이라도 받는 게 어디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1등, 20억 원에 당첨된다 해도 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실제 수령액은 13억 7천만 원 정도가 됩니다. 당첨금에 대한 세율이 구간별로 적용돼서 6억 2천여만 원이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거죠.

미국, 유럽과 비교하기는 언감생심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우리와 똑같은 '로또'를 사용하는 가까운 나라 일본과 한번 비교해볼까 합니다. 일본도 여러 종류의 복권이 있습니다. 그 중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구입하는 것이 로또6와 로또7입니다. 로또6는 총 43개의 숫자 중에 6개를 찍는 방식이고, 로또7은 37개 숫자 중에 7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당첨 확률은 각각 6,096,454분의 1, 10,0295,472분의 1입니다. 우리 로또가 8,145,060분의 1이니까 일본의 로또6보다는 높고, 로또7보다는 낮은 편입니다.

일본 도쿄의 한 복권방  (도쿄지국 한철민)

한 게임당 금액은 로또6가 200엔(100엔=1,041원/2.4일 기준), 로또7이 300엔입니다. 우리보다 각각 2배, 3배 정도 되는 금액입니다. 그렇다면 당첨금은 얼마일까요. 로또6는 1등 기본 당첨금이 20억 원으로 우리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월되면 60억 원으로 올라갑니다. 로또7은 1등 기본 당첨금이 60억 원입니다. 이월 되면 100억 원까지 뛰게 됩니다.

특이한 점은 로또6이든, 로또7이든 정해진 숫자만 다 맞으면 당첨금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월된 로또7에 1명이 당첨됐다면 그 사람은 당첨금 100억 원을 고스란히 손에 쥘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일본에서는 로또 당첨금에서 세금을 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꿈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는 일본인의 생각이 정책에 반영된 결과라고 합니다. 그들은 로또 구입 비용에 이미 세금이 포함돼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파친코'의 나라라서 그런지 복권에 대한 생각도 참 발칙합니다.

4일 밤 추첨 로또7  (도쿄지국 문현진)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그렇다면 저는 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로또가 인생역전의 모토로 '로또생' 외길을 걸어왔는데 현실은 인생 기지개 펼 수 있는 정도랄까요. 로또 1등에 나 홀로 당첨된다 해도 이제는 서울의 변변한 아파트 한 채 사기도 어려워졌습니다. 부동산과 물가는 뜀박질하고 있는데 어른이 된 로또만 아직 아이 옷을 입고 있는 형국입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로또 당첨금에서 세금을 거두면 나라 살림에 엄청 도움이 됩니까. 그건 아니랍니다. 미미하답니다. 로또 당첨금에 세금을 떼지 않는 정책을 고려할 생각 없습니까.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기 때문에 그건 조세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세금을 떼는데 일본이 안 떼는 줄 몰랐다고 합니다. 희한한 나라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행성 문제가 걱정되는지도 물었습니다. 그렇답니다. 정부로서는 국민들의 사행 심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 국민들의 생각도 제각각일 겁니다. 우리도 세금을 떼지 말자부터 조금만 떼자, 지금 같이 운영해서 여러 좋은 곳에 사용하자 등등 다양할 수 있습니다. 딱 뭐가 정답이다, 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겁니다. 마치 대선 주자들이 '꿈에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고 나서면 여기저기서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다만 이제 성년이 된 로또를 놓고 세율과 사용처 등에 대해서는 당국이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은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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