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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권 말 아파트 값 하락…'참여정부 반면교사'가 거둔 성과일까

아파트 가격이 굉장히 많이 올랐다, 특히 서울 아파트 가격이. 그리고 그걸 잡기 위해서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합쳐서 한 17번이나 발표했다. 따라서 그렇게 여러 번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 부동산 가격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명백한 실패다.
 
얼핏 들으면 임기를 석 달가량 남겨둔 현시점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한 정부 관계자가 회한을 담아 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위 발언이 나온 건 2017년 8월 3일,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채 석 달이 안 되는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서울 집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8.2 대책을 내놨고 청와대에서 직접 정책의 배경 설명을 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그때 나온 말입니다.

8.2 대책 설명에 나선 건 참여정부 때 사회정책비서관을 지냈던 당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이었습니다. 김 수석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거울 삼아 8.2 대책이 마련됐다고 강조하면서 "참여정부 (부동산) 실패론이 제기될 때마다 저 역시 큰 책임감을 느끼고 늘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던 게 기억납니다.

4년 넘게 지난 지금,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다들 아시다시피 대통령이 직접 고개를 숙였을 만큼 뼈아픈 성적을 거뒀습니다. 당시 김 수석의 절치부심이 무색하게 된 셈입니다. 최근 아파트 값 하락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간 수많은 비판 속에서도 유지해온 대출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걸까요?

아파트
  

수도권 아파트 값 하락

4일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1월 31일 조사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2% 떨어진 걸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7월 넷째 주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겁니다. 부동산원 통계로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값이 17.97%나 올랐던 것에 비하면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특히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아파트값 상승률 1, 2위를 기록했던 인천과 경기의 아파트값 변동률도 128주, 약 2년 5개월 만에 하락 반전했습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각종 부동산 공약, 여기에 설 연휴까지 겹치면서 거래 시장이 극도로 침체됐고, 이에 더해 글로벌 통화 긴축에 따른 미국 등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까지 나오자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걸로 분석됩니다.

전세 시장도 매매 시장과 비슷한 분위기여서 전셋값 상승 지역은 107곳에서 75곳으로 줄었고 하락한 지역은 46곳에서 63곳으로 늘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0.02% 내려서 2년 8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통상 전세 시장 비수기인 겨울철인 데다 설 연휴로 거래가 더욱 줄었고 여기에 전세자금 대출 금리까지 인상되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부동산원 설명입니다. 현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결과가 조금만 더 일찍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클 것 같습니다.
 

아파트 값 하락…그걸로 된 걸까

아파트 값이 떨어지기 시작했으니 뚝심 있게 대출을 틀어 막았던 현 정부의 유동성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걸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한몫 한 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가격 하락이 질적인 면에서도 참여정부와 현 정부가 추구하던 그런 변화와 부합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부동산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매매 건수는 지난해 8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6천394건은 월 기준으로 작년 한 해 중 최소 기록이기도 합니다. 작년 말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 규제 기조에다 기준금리마저 인상되면서 주택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집값이 떨어져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 중 하나는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내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앞서 드린 설명이 맞다면 집값을 잡기 위해 밀고 나간 대출 규제가 주택 매매, 그러니까 서민들의 내 집을 막고 있는 게 돼 버린 셈입니다.

그럼 집값을 잡기 위해 도입한 강력한 부동산 세제는 얼마나 역할을 했을까요? 역시나 집값 하락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서민들을 '벼락 거지'로 느끼게 만든 부동산 급등, 현 정부 인사들이 그토록 외쳤던 불로소득 환수에도 기여했을까요?
부동산 매물
 

시장에 내놓기보다는 증여를…부의 대물림

4일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주택 증여 건수는 총 1,694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해 9월 1,004건, 10월 1,200건, 11월 1,296건에 이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건데, 지난해 11월 대폭 오른 종부세에 일부 다주택자들이 증여를 택한 결과로 보입니다. 이런 흐름은 서울 주택 거래 시장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 7.8%에서 10월 10.8%, 11월 11.4%, 12월 14.6%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25개 구 가운데 증여 비중이 가장 높은 건 강남구로 20.4%나 됐습니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강남구 역대 최고치라고 합니다. 집값이 비싼 강남에서 증여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증여를 꼽습니다. 절세와 부의 대물림으로 증여가 활용되고 있는 겁니다.
 

2007년 부동산 가격 안정과 2022년 아파트 값 하락

끝으로 2017년 8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이 참여정부 부동산 실패의 반면교사를 설명하면서 했던 말을 잠시 소개할까 합니다.
 
(2006년 다시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대출규제, 유동성 규제에 나서게 됐고 그 결과 2007년 1월부터 부동산 가격 안정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그때 되돌아보면, 노무현 정부는 그동안 한국사회 갖고있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본 틀 즉 수요억제 공급확대 기본 틀로 부족한 게 있었는데, 그걸 뒤늦게 알았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참여정부와 참여정부를 이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뼈 아픈 정책 실패를 들라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역시나 부동산 정책일 겁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실패가 두 정권 모두 임기 말에야 바로 잡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본 틀로는 부족한 게 있었는데 그걸 뒤늦게 알고"도 왜 그 실수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는지… 여기서부터는 다음 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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