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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2/3) : TV토론 보고 마음 바뀔까요?

TV토론 보고 마음 바뀔까요?

스브스레터 이브닝 최종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주요 대선 후보 4명이 참여하는 TV토론이 오늘(3일) 테이프를 끊게 됐군요. 지상파 방송3사가 주관하는 토론회이고요, 여기에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법정 토론회가 3번 예고돼 있으니까 4자 TV토론은 적어도 4번 열리게 되죠. 선거가 한 달여 남았고 그동안 맞토론을 놓고 줄다리기 끝에 무산된 만큼 이번 토론에 관심이 높아졌죠. 그래서 선거의 변수라고들 하는데요, TV토론이 유권자들의 투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이재명·윤석열 양자 TV 토론 불발
  

부동산·외교안보 등 공방…룰 까다로워 맹탕되나?

토론의 룰을 살펴볼까요? 오늘(3일) 토론회는 밤 8시부터 두 시간 동안 KBS 스튜디오에서 진행돼요. 채널 3곳에서 동시에 중계되죠. 진행은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이고요. 토론 주제와 형식도 결정됐는데요, '부동산'과 '외교·안보'를 주제로 각각 20분씩 주제토론을 하게 돼요. '자유 주제'와 '일자리·성장'을 주제로 각각 총 28분씩의 주도권 토론도 진행되는데요, 1명이 7분씩 주도권을 갖고 최소 2명의 상대 후보에게 질문하는 방식이죠. 지난 31일 맞토론을 놓고 막판에 여야가 '자료 지참'을 두고 의견이 달라서 무산됐는데요, 이번 토론에서는 참고 자료를 들고 토론에 나설 수 있어요.

토론 시작과 끝에 후보 4명이 각각 30초씩 모두발언과 마무리 발언을 하고요, 토론 중간에 사회자의 공통질문이 2차례 이뤄지는데 후보들이 각각 30초씩 단답형으로 답변할 수 있게 돼 있죠. 공정한 진행을 위해 토론의 룰이 이처럼 세세하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데요, 선관위가 주관하는 법정 TV토론도 룰이 비슷하겠죠. 유튜브 채널 '삼프로TV'가 1명씩 초청해 대담식 토론을 한 것과는 많이 다르죠. 그래서 '맹탕 토론'이 될 거라는 우려도 있고요, '삼프로 TV' 토론과 달리 주요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치열한 공방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네요. 서로의 공격과 방어를 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겠죠.
 

토론 앞두고 열공하는 후보들 

TV토론은 후보들의 자질, 공약, 국정능력 등을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는 기회죠. 후보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공방이 있을 텐데요, 이 의혹 공방도 유권자들에게는 판단의 정보가 되죠. 후보들이 그래서 별다른 일정 없이 토론 준비하느라 열공했다는 소식들이 들리네요. 

대선 후보 첫 4자 TV토론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성남지사와 경기지사를 지낸 행정가의 면모를 부각할 것으로 예상되죠. 실행력이 있는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되, 강성 이미지를 탈피하고 안정감 있는 '경제 대통령'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해요. 이번 대선에서 중도층 공략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많이 나왔고, 이 후보로서는 확장성이 당면 과제이기도 하거든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정권교체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네요.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교체론이 50%를 넘는 상황인데요, 윤 후보 지지율을 보면 정권교체 여론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니까요.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의 도덕성에 대해 공격적으로 검증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장동 의혹이나 이 후보 아내 김혜경 씨에 대해 최근에 제기되는 의혹을 공격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양강 후보의 퍼주기 공약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정책 공약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보이고요,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양강 기득권 정당에 대해 시원시원하게 비판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되네요.
 

지난 대선 때 토론 1등은 심상정

5년 전 19대 대통령 선거 때 열린 법정 TV토론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가 있네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용역을 받아서 한국정치학회에서 수행한 연구죠. 이 연구를 보면 '토론을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후보'를 묻는 질문에  심상정 후보라고 응답한 비율이 44.2%로 압도적으로 높네요. 2위는 유승민 후보 26.8%였고요. 이어서 문재인 후보 14.4%, 홍준표 후보 6.9%, 안철수 후보 1.9% 순이에요. 
출처 :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 효과 분석 연구
연구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은 아닌데요, 심상정 후보가 토론 1등한 건 당시에도 논리적으로 거대 양당 후보들을 비판하며 선명한 이미지를 줬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죠. 반면에 안철수 후보가 꼴등한 건 토론에서 말 실수했기 때문으로 보이네요. 당시 안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질문한 게 지금도 토론 실수로 회자될 정도이니까요. 국민의당 대선평가위원회도 대선 패배 원인으로 꼽았는데요, 당시 국민의당의 ‘19대 대통령 선거 평가보고서’에는 “TV토론을 통해 아무런 내용도 없는 중도를 표방하면서, 오히려 ‘MB 아바타’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적폐청산에 반대한다는 이미지만 심어줬다”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죠.
 

투표장의 표심은?

19대 대선 득표율을 볼까요? 당시 문재인 후보가 41.08%로 당선됐고요. 홍준표 후보 24.03%, 안철수 후보 21.41%, 유승민 후보 6.76%, 심상정 후보 6.17%의 순이었죠. 투표 결과만 보면 토론 잘한 순위와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렇지만은 않죠. 토론에서 뼈아픈 실수를 범한 안철수 후보는 투표 이전 여론조사의 지지율을 까먹었고, 토론 1등이었던 심상정 후보는 투표 전 여론조사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거든요.   

다시 한국정치학회의 연구를 볼게요. 응답자의 29%가 후보자 TV토론 시청 후 지지 후보에 변화가 있었다고 했는데요, 구체적으로 보면 토론회를 보고 지지후보 바꿨다는 응답이 19.7%, 지지후보 없었는데 TV토론 보고 생겼다는 응답이 9.3%였네요.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에 TV토론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거죠. 후보자 토론회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무려 95%에 달했고요.  
출처 :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 효과 분석 연구
 

이번 선거에서 TV토론 영향력은?

위의 연구 대상이었던 19대 대선은 박근혜 탄핵이라는 큰 정치적 소용돌이가 있었기 때문에 일반화해서 얘기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토론과 무관하게 문재인 후보 지지로 결심한 유권자가 많았다고 봐야죠. TV토론이 영향력이 있었다는 연구는 보수 표심에 영향력이 있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죠.

누구에게 표를 줄지 마음을 굳힌 유권자에게는 TV토론이 큰 변수가 아닐 수 있죠. 정치 진영이 양극화되고 공고해질수록 더욱 그럴텐데요. 미국에서도 2016년 대선 때 힐러리가 3차례의 토론에서 모두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트럼프가 승리했죠. 유권자들은 TV 토론의 승패와 상관없이 이미 자신이 어느 후보를 뽑을지 결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인데요, 이번 우리 대선은 어떨까요?

이번 대선에서는 TV토론이 변수가 될 거라고 보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은 비호감 후보 간 대결이고 진영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졌기 때문에 TV 토론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죠. 진보 성향의 유권자가 이재명 후보에 대해 물음표를 제기하고 보수 성향의 유권자 또한 윤석열 후보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현상이 있다는 거죠. 두 번째로는 첫 번째와 연장선에 있는 얘기이지만, 아직도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TV토론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견해가 있죠.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 포인트)를 보면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는 응답이 23.8%에 달했거든요. 특히 스윙보터라고 할 수 있는 2030표심이 막판까지도 바뀔 수 있다는 점도 TV토론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고요. 세 번째는 양강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기 때문에 TV토론이 변수라는 의견이죠. 토론을 잘하는 건 물론 중요하지만 말 실수 하나도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죠.
 
1. 이 글에 인용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자세히 실려 있습니다.
2. 참고문헌: 한국정치학회,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 효과 분석 연구", 2017년
 

오늘의 한 컷

입춘첩을 대문에 붙이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입춘을 하루 앞두고 있네요. 대구향교에서 유림이 '입춘대길 건양다경' 입춘첩을 대문에 붙이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이에요. 건양다경은 '밝은 기운을 받아들이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기원한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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