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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이탈리아 대통령 마타렐라, 원칙·소신파 헌법학자

'재선' 이탈리아 대통령 마타렐라, 원칙·소신파 헌법학자
이탈리아 대통령에 재선돼 직무를 이어가게 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국민적 신임과 존경을 받는 헌법학자 출신 원로 정치인입니다.

2015년 대통령 취임 후 7년간 국가 통합의 상징이자 헌법 수호자로 불리는 대통령직을 비교적 잘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재임 기간 내각이 붕괴하는 정국 위기 때마다 냉철하고 정확한 상황 판단으로 국정 안정을 꾀한 걸로 인정받았습니다.

유럽중앙은행 총재 출신의 마리오 드라기 총리도 지난해 1월 주세페 콘테 내각이 붕괴하자 그가 대통령 권한을 행사해 발탁한 인사입니다.

그동안 여러 여론조사에서 매번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으로 언급된 것도 이러한 높은 국정 수행 지지도와 무관치 않습니다.

1941년 시칠리아 팔레르모의 정치명문가에서 태어난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탈리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로마 라사피엔차대 법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1967년 팔레르모 법대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그러다 1983년 부친 베르나르도 마타렐라가 창당 멤버로 참여한 기독교민주당 후보로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발을 들여놨습니다.

그의 정계 입문은 1980년 1월 당시 시칠리아 주지사이던 형 피에르산티 마타렐라가 지역 마피아 '코사 노스트라' 조직원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마타렐라 대통령이 피를 흘리는 형을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던 모습, 피에 물든 셔츠를 입은 채로 조문객을 받던 모습 등은 대중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됐습니다.

그는 정치 활동을 시작한 이래 2008년까지 하원에서만 내리 7선을 하며 무게감 있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의회에 있는 동안 의회관계장관, 교육장관, 부총리, 국방장관 등 내각의 중책을 맡아 각 부문 개혁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의회관계장관으로 있을 때는 의회의 오랜 관행이던 비밀 투표를 없앴고, 국방장관 재임 때는 징병제 폐지를 일궈냈습니다.

2007년 중도좌파 정당 민주당 창당에 일조한 뒤 2008년 총선 불출마와 함께 정계 은퇴를 선언한 그는 한동안 야인으로 지내다 2011년 10월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선출되며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2015년 1월 대통령에 당선되며 정치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오랜 정치 활동 기간 쌓은 청렴성과 공정성, 온화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성품 등이 대통령 당선에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당시 마테오 렌치 총리는 마타렐라를 '법치주의를 신봉하고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 '마피아와 맞선 정치인' 등으로 추켜세우며 적극적으로 지지했습니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애초 본인의 의사와 달리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됐지만, 첫 임기와 마찬가지로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일단은 현 의회와 내각이 내년 3월 총선 때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게 일차적 목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기 총리 내각을 구성하는 좌·우 정당 그룹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공동 후보 추천을 놓고 극한 대립 전선을 형성하며 정치적 혼란을 키웠습니다.

막판 마타렐라 대통령 연임으로 의견을 모으며 가까스로 갈등을 봉합했지만 양 정파 사이에 그동안 쌓인 감정이 향후 정국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올해는 총선을 앞두고 다수당의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정당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마타렐라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이탈리아 대통령은 다른 의원내각제 국가와 마찬가지로 평시에는 상징적인 국가 원수 역할에 머물지만, 연정 붕괴 등 정국 위기 때는 총리 후보자 지명, 의회 해산, 신임 내각 승인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합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대통령은 종종 정국의 균형추이자 안전핀으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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