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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청해부대 또 집단감염…속히 쾌유하고 강군으로 거듭나길

[취재파일] 청해부대 또 집단감염…속히 쾌유하고 강군으로 거듭나길
군 내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만 해도 많아야 하루 30명대, 적은 날에는 10명 미만이었는데 1월 중순을 지나면서 100명 돌파가 다반사입니다.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자 아무래도 밀접·밀집·밀폐 3밀의 장소인 군도 다소 흔들리는가 봅니다.
 
코로나라면 치를 떠는 아덴만의 청해부대도 어김없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작년 7월 34진 272명 무더기 확진 같은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36진 장병 304명 중 11%인 35명이 집단으로 감염됐습니다. 36진 확진자와 비확진자 전원은 현재 낯선 오만 땅에서 치료와 격리의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연락도 쉽지 않아 가족들은 애가 탑니다.
 
함정은 최악의 3밀 공간입니다. 육군, 공군, 해병대의 부대들도 울타리 밖보다 훨씬 심한 3밀의 악조건을 겪고 있습니다. 주의하고 개선하고 있겠지만 군대 3밀 환경의 완전한 해소는 불가능합니다. 동서고금 나라 지키는 자들의 숙명입니다. 코로나19 잘 막아내기를, 확진돼도 속히 쾌유하기를 그저 바랄 수밖에요. 욕심 같지만 코로나 이겨내고 더 강한 군인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코로나에 취약한 함정, 그중에서도 최악은 청해부대

작년 11월 12일 아덴만을 향해 출발하는 청해부대 36진 최영함

함정은 일체형 공기 순환 시스템으로 건조됩니다. 감염병이 퍼지기 딱 좋은 구조입니다. 게다가 장비, 설비, 물자, 무기가 부지기수라서 함정 내부는 비좁습니다. 전투, 운항, 정비 등 할 일도 다양해서 장병들은 많이 탑니다. 코로나19 창궐하기 딱 좋은 3밀의 최고봉입니다.
 
청해부대는 함정들 중에서도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합니다. 이역만리 아덴만의 낯선 바다와 항구를 누비느라 아무리 조심한들 외부 접촉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감염되면 전파 속도는 빠르고, 대응 속도는 늦습니다. 협조 잘 되는 오만의 현대식 항구도 우리 땅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해적들이 출몰하는 아덴만의 우리 상선 보호 임무를 포기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청해부대 32진, 33진은 백신이 풍족하지 않은 때에 임무를 수행했던 터라 백신 접종도 않고 바닷길에 올랐습니다. 운이 좋아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34진도 정부가 해외 선상(船上) 접종의 안정성을 확신하지 못한 탓에 백신을 못 맞았습니다. 피랍 국민 보호를 위해 아프리카 가나의 척박한 지역으로 급파됐다가 현지 항구에서 바이러스 침투에 당했습니다. 장병 301명 중 272명이 확진되는 최악의 집단감염이 벌어졌습니다.
 
2차 접종까지 마친 35진은 무사했는데 역시 2차 접종을 마친 36진은 35명 집단감염에 직면했습니다. 임무를 마다하지 않는 군인에게 일찍이 예고된 고난입니다. 장병들이 그리워하는 고향 땅의 사람들은 설 연휴 먼 나라에서 갑작스럽게 치료받거나 격리된 그들에게 격려를 보내야 마땅합니다.
 

모든 군이 힘겹게 넘는 '코로나19 고지'

옛날 군대가 힘들었다지만 당시 바깥 사회도 그만큼 먹고살기 어려웠습니다. 요즘 군대 좋다지만 바깥 사회에 비하면 열악합니다.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를 유사시에 대비해 오밀조밀 모여 생활하고 훈련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위험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외출, 외박, 단결 활동은 대폭 축소됐고, 반대로 격리는 급증했습니다. 혈기왕성한 장병들에게 요즘 군대는 반(半) 감옥입니다. 불평불만이 비등합니다. 작년 봄과 여름, 물의를 빚었던 격리 장병용 부실 도시락 사건도 그런 상황 속에서 불거졌습니다. 다행히 배식은 많이 나아졌고 장병들은 제법 잘 견디고 있습니다. 군은 꾸역꾸역 코로나19 고지를 넘는 중입니다.
 
작년 11월 12일 아덴만을 향해 출발한 청해부대 36진 최영함의 장병들

설날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청해부대 장병들에게 참 미안한 연휴입니다. 다른 군인들에게도 이번 연휴는 평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은 또 뭔가 발사할 것 같고, 전방 철책은 365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언제든 외부의 무력이 고개 들이밀 수 있는 동서남해와 그 위의 하늘도 삼엄하게 지켜야 합니다. 코로나19 방어도 게을리할 수 없습니다.
 
고루한 이야기 같지만 군인들은 설날 연휴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합니다. 우리의 군인들 대부분은 응원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청해부대 36진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이들이 청해부대 36진을 격려하면 그 목소리는 합참과 해군을 거쳐 오만까지 전달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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