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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반성'에 성범죄 감형…"5만 5천 원" 써준단 업체

<앵커>

성범죄자들이 재판에 넘겨지면 감형받으려고 반성문을 수십 장, 수백 장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말로 범행을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재판부에게 보여주기식 반성을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 이 문제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박하정 기자입니다.

<기자>

사귀다 헤어진 두 남녀. 남성 A 씨는 어느 날 밤 여성의 집 방범창을 뜯고 안방까지 들어가 잠을 자던 여성을 성폭행하려고 했지만 여성이 경찰에 신고해 미수에 그쳤습니다.

재판 결과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입니다.

오늘(26일)은 이 사건을 자세히 뜯어보겠습니다.

성범죄 양형 기준을 들여다보면 이 사건은 제2유형이고요, 그럼 기본이 징역 5년 이상 징역 8년 이하입니다.

'처벌 불원', 즉 피해자가 합의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형이 줄어들어 '징역 3년 이상 5년 6개월 이하'가 됐는데, 또 하나가 더 있다네요.

'진지한 반성', 앞선 범위 내에서 낮은 형을 고르게 해줍니다.

결국 판사는 '징역 3년', 그리고 '5년의 집행유예'를 결정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너도나도 반성을 '증명'하려고 나서고 있는데 아예 법원에 낼 반성문을 대필해주는 업체도 있습니다.

직접 의뢰해봤습니다.

[반성문 대필업체 : 반성문 금액은 5만 5천 원이고요. 기간은 하루 정도 소요됩니다.]

'전략적 대필'에 '문예창작과 출신'까지 앞세우는데, 강제추행 사건을 문의하자 하루 만에 반성문이 도착했습니다.

최근 성범죄자들이 기부나 헌혈을 할 경우 반성의 근거로 인정된다는 것이 알려진 뒤에는 해당 기관에 문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김다슬/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 : 가해자의 아버지가 고액의 후원금을 보내고 변호사가 이제 이렇게 하면 좀 잘 봐줄 수 있다고 해서 기부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법원은 2016년부터 4년 동안 선고된 성범죄 중 양형 기준 적용으로 집행유예가 나온 사례 가운데 63.8%의 판결에 '진지한 반성'을 적용했습니다.

어떤 것은 진정한 반성이고, 또 어떤 것은 아닌지, 법원은 어떻게 판별해 형을 줄여주는 것일까.

[신진희/대한법률구조공단 피해자 국선 전담 변호사 : 진심으로 이 사람이 반성하고 있는지는 사실은 신밖에 모를 것 같아요. 판사 입장에서는 A라는 피고인은 막 이렇게 열심히 노력을 해요. B, C, D, E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요. (그러면 A에 대해서는) 그래도 얘는 좀 봐줄 만하네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런 반성이 피해자가 아닌, 재판부만을 향하고 있는데도 무작정 감형을 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볼 때입니다.

[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 정말 회의적이에요. 저희가 사건을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재판장님 들어오십니다.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 이렇게 하는 순간 너무나 고개를 푹 숙이고 이렇게 두 손을 완전히 모으고 어깨까지 이렇게 모으고 재판장이 뭘 물어도 이렇게 '네, 네' 머리를 조아리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라고 하면, 재판부에게는 모든 것을 향하는데, 피해자에게는 절대 향하지 않는 모습이 재판에서의 반성이더라고 하는 것이죠. 재판부에게 하는 반성이 반성인가요.]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이기은, 디자인 : 성재은·전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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