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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고도 1,300미터…'대홍단 감자' 유명한 양강도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 있는가

평균 고도 1,300미터…'대홍단 감자' 유명한 양강도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우리나라의 도(道) 가운데 평균 해발고도가 1,300미터를 넘는 곳이 양강도입니다. 개마고원과 백무고원이 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데, 고지대가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 지역에서는 기후조건에 맞는 몇 가지 밭작물이 집중적으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감자는 대표적인 주산물

먼저, 감자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주산물입니다. 양강도에서는 대홍단군, 보천군, 김형권군, 풍서군, 삼수군, 운흥군 등에서 감자를 기본작물로 재배합니다.

특히 대홍단군은 '대홍단 감자'라는 노래가 남한에도 알려져 있을 정도로 감자 생산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김정일은 1998년 10월 대홍단을 현지지도하면서 "감자는 흰 쌀과 같다"며 감자농사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킬 것을 강조했습니다. 식량이 부족한 북한에서 감자가 식량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계기로 대홍단에서는 대대적인 감자 증산 운동이 펼쳐졌습니다. 제대군인 수백 명이 감자농사를 위해 배치됐고, 기술자돌격대가 파견돼 바이러스 없는 감자 종자 개발 등 감자 연구에 투입됐습니다. 대규모 감자 농사에 필요한 트랙터와 화물차 등 기자재 지원도 이뤄졌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에 힘입어 이 지역의 감자재배 면적은 1998년 4만 정보에서 2000년대를 지나면서 20만여 정보까지 확대됐다고 합니다.

안정식 취재파일용

북한에서는 감자생산에서 크게 혁신을 일으킨 대홍단군 농업근로자들의 정신을 일컫는 말로 '대홍단 정신'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식량 부족 속의 자력갱생이라는 북한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겠죠. 어쨌든 북한 당국의 정책적 의도에 따라 방대한 지역에 대규모 감자밭이 조성돼 있는 만큼, 이 지역은 통일 이후에도 감자 생산의 주요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말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식량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인민들의 식생활 문화를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 위주'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나라의 알곡생산 구조를 바꾸고 벼와 밀농사를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쌀이 부족해 감자와 옥수수가 식량의 대체재였던 북한이 쌀과 밀 위주로 식생활을 바꾸겠다는 것인데, 만약 이렇게 된다면 대홍단의 위상과 중요도가 좀 낮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7∼8월 평균기온 18∼20℃

양강도 지역의 기후조건에 맞는 또다른 작물은 고랭지채소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양강도 지역은 평균 해발고도가 1,300미터를 넘고 7∼8월 평균기온이 18∼20℃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에서 1,000미터 이상 지역에 위치한 농경지의 70%가 양강도에 있다고 합니다. 남한에서는 대관령 등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한 고랭지채소 재배가 양강도의 경우 대부분 지역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양강도의 또다른 특산물 중 하나는 호프입니다. 호프는 맥주와 약품의 원료로 쓰이며 서늘한 지역에서 잘 자랍니다. 양강도에서는 해발 700∼900미터 지역에서 전반적으로 호프를 재배하는데, 이 지역 호프의 질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수군, 갑산군, 김정숙군, 풍서군, 보천군, 운흥군 등에서 호프를 많이 재배하는데, 특히 갑산군의 호프 생산량은 양강도 전체 호프 생산량의 30% 가량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우리가 흔히 험한 지역을 말할 때 일컫는 '삼수갑산'이라는 말은 양강도의 삼수군과 갑산군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통일 이후 북한 지역 산업은 경쟁력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남한에 뒤질 수 밖에 없습니다. 통일 이후에도 북한 지역에서 경쟁력이 있는 산업은 최대한 살려야 하는데, 북한 당국이 정책적으로 조성한 대규모 농업단지는 중요한 고려대상입니다. 양강도의 감자, 고랭지채소, 호프와 같은 작물은 양강도의 특수한 기후조건이나 대규모 영농이라는 측면에서 통일 이후에도 살려나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이 지역의 농업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적절한 구조조정과 함께 기계화가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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