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햄스터 2,000마리 안락사시키겠다"…1,200마리 이미 살처분

실험실 밖에 있는 햄스터가 코로나19에 걸린 것은 세계 최초 사례입니다. 홍콩 당국은 지난 16일 한 애완동물 가게 점원이 코로나19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가게를 다녀간 손님과 손님의 가족도 잇따라 확진됐습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고 있는 홍콩에선 3개월 동안 델타 변이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가게 점원이 해외를 다녀온 적도 없었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홍콩 당국이 애완동물 가게에 있던 동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고, 햄스터 11마리에게서 가게 점원과 같은 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이 가게의 농장 창고에서 채취한 샘플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왔습니다. 가게 점원의 바이러스는 유럽과 파키스탄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유전자 타입이 같다고 했으며, 햄스터는 지난해 12월 네덜란드에서 수입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햄스터가 가게 점원에게 코로나19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가게 점원과 햄스터의 바이러스에서 일부 돌연변이까지 발견돼 우려스럽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홍콩 당국은 가게와 창고에 있는 햄스터 2천 마리를 안락사시키기로 했습니다. 토끼, 기니피그, 친칠라 등 다른 동물 1천여 마리도 살처분하기로 했습니다. 살처분 결정이 내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홍콩 당국은 이미 1천200여 마리를 '인도적으로 처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햄스터 930마리, 토끼 159마리, 기니피그 81마리, 친칠라 38마리 등입니다.

동물보호단체 반발…"대신 햄스터 키우겠다" 시민 늘어

하지만 이번 홍콩의 경우 햄스터가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옮겼는지, 거꾸로 사람이 햄스터에게 전파했는지 아직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현재까지 해당 가게에 갔던 손님 한 명이 추가로 확진됐고, 다른 애완동물 가게의 손님도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반면, 새로운 델타 변이 감염자 중 한 명은 애완동물 가게에 가지도, 햄스터를 접촉하지도 않았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햄스터가 코로나19에 걸리기 전에 델타 변이가 이미 홍콩에 퍼졌고, 방역당국이 모르고 있는 사이 사람이 햄스터에게 전파했을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동물애호단체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햄스터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다는 확증도 없이 당국이 성급하고 가혹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햄스터 살처분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이 잇따르고 있고, 개, 고양이 등 다른 반려동물까지 집단 유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기된 햄스터를 대신 맡아 키우겠다는 시민들도 늘고 있습니다. 한 동물보호단체는 '햄스터 주인이 햄스터를 버린다고 하면 내가 대신 키우겠다'고 연락해온 사람이 3천 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덴마크의 경우 밍크 농장에서 키우던 1천700만 마리의 밍크를 모두 살처분했습니다. 워낙 많은 밍크를 살처분하다 보니 농장주들에게 지급된 보상금만 3조 4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멀쩡한 밍크까지 전부 살처분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반발이 거셌습니다. 덴마크 정부는 사과했고 담당 장관은 사퇴했습니다. 이번 홍콩 당국의 햄스터 살처분 결정을 도운 전문가들에게도 협박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습니다.
(사진 출처=홍콩 명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