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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안 믿겨" 90년 피아노 인생 그녀, 100살 앞두고 또 해냈다

'97세 현역' 피아니스트 슬렌친스카, '음악 속의 내 삶(My Life in Music)' 새 음반 발매

앨범 발매를 앞둔 '97세 현역' 미국 피아니스트 루스 슬렌친스카.

"믿기지가 않아요. 내 나이의 피아니스트가 새 앨범을 낸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지 않아요?"

90년이 넘는 세월을 건반과 함께 살아온 '97세 현역' 미국 여성 피아니스트 루스 슬렌친스카가 새 음반을 출시하는 소감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현지시간 19일 B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97번째 생일을 맞이한 슬렌친스카는 세계적 명성을 지닌 음반사 데카에서 '음악 속의 내 삶(My Life in Music)'이라는 제목의 음반을 지난해 취입했습니다. 이 음반은 오는 3월 발매될 예정입니다.

100살을 눈앞에 둔 그는 새 음반 출시 사실에 "내 나이의 피아니스트가 새 앨범을 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지 않느냐"며 감격했습니다.

데카 음반사 공동대표인 로라 몽크스와 톰 루이스는 "슬렌친스카가 첫 공연을 하던 때는 컬러 영화가 나오기 전으로, 겨우 컬러TV가 등장할 무렵이었다"며 "그때부터 9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가 여전히 정상의 위치에 서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습니다.

루스 슬렌친스카 (사진=DECCA 유튜브 캡쳐)

유럽 휩쓴 6살 '피아노 신동', 스승은 거장 라흐마니노프

1920년대 꼬꼬마 시절부터 피아노 연주를 시작한 슬렌친스카는 모차르트 이후 가장 걸출한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이미 6살 때부터 유럽에 이름을 날렸습니다.

또 러시아 피아노 거장이자 20세기 초 낭만파의 마지막 작곡가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의 생존해 있는 유일한 제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작곡가의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걸 라흐마니노프 선생님께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스승 라흐마니노프로부터 선물받은 달걀 목걸이는 지금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번 새 음반에도 스승 라흐마니노프와 그가 좋아하는 음악가인 쇼팽의 곡을 주로 담았습니다.

슬렌친스카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인연도 각별합니다. 존 F·케네디 전 대통령의 전 취임식 때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모차르트의 듀엣을 연주했고, 로널드 레이건에게는 '50년 콘서트 경력을 가진 첫 미국 여성'이란 상찬을 들었습니다.

슬렌친스카의 유년 시절.

"매일 9시간 피아노 연습"…혹독했던 유년 시절

하지만 슬렌친스카의 유년 시절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는 딸이 하루도 빠짐없이 9시간씩 연습하도록 혹독하게 몰아붙였고, 연습을 빠지거나 반항하는 날이면 체벌을 가하거나 밥을 굶기기도 했습니다.

결국 슬렌친스카는 15세에 은퇴를 결심한 뒤 캘리포니아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10년 뒤인 1951년 무대로 돌아온 뒤 1950~1960년대 데카를 통해서 바흐·쇼팽·리스트 등 음반 10장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당시 사연을 1957년 첫 자서전인 '금지된 유년기'에도 적으며 부친이 얼마나 자신을 엄격하게 자신을 가르쳤는지 가감 없이 적기도 했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슬렌친스카는 현재도 무대 또는 유튜브를 통해서 연주하면서 활발히 활동하는 현역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피아니스트로서의 '장수 비결'에 대해 이처럼 말했습니다.
 
"20대에는 '서른까지만 연주해야지'라고 생각했고, 서른이 되자 '마흔이 되면 은퇴해야지'라고 결심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아흔까지 오게 됐다"면서 "지금도 여전히 연주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운다. 음악은 내게 삶과 사람들을 이해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사진=DECCA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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