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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바꾼 세상 미안" 아픔 공감하고 힘 보탠 시민들

<앵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9일째인 오늘(19일)도 구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는데요, 실종자 5명의 가족들, 그만큼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작은 도움이나마 힘을 보태는 우리 이웃들이 적지 않습니다.

신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첫 실종자가 발견됐을 때 가졌던 실낱같은 희망마저 이제는 희미해졌습니다.

[안 모 씨/피해자 가족 대표 : 기대했다가 실망하고…인내심이 더 있으셨는데 이제 그분들이 막 울분을 토하시더라고요.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건 아픔을 함께 공감해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고 직후부터 매일 밤 실종자 가족을 찾아왔다는 한 중년 남성.

7개월 전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17살 외동아들을 잃은 아버지였습니다.

[안 모 씨/피해자 가족 대표 : 밤 11시, 12시에 딱 오셔서 잠이 안 온대요. 와서 저기를 바라보시면서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는데 '어떻게 되세요?' 물었더니 '내가 그 학동 참사 아빠 된다'라고 하시면서….]

위로에 고맙다고 하면, 돌아온 말은 '미안하다'였습니다.

[안 모 씨/피해자 가족 대표 : 또 미안하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왜 미안해하는지 모르겠는데, 자기들이 좀 더 바꾸지 못한 세상에 미안하다고 그러시니까. 참, 이게 뭐.]

학동 참사 당시 친구를 잃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냈던 고등학생들은, 이번 사고 현장에도 찾아왔습니다.

[박규형/국제고 2학년 : 저희 친구들이 죽은 사고고 이번에 아버님들을 또 잃은 거잖아요. 마음이 굉장히 아프죠. 마치 내 가족을 잃은 것처럼.]

저도 며칠째 이곳 광주 현장을 지키고 있는데요, 그저께부터 현장 주변 담벼락에는 노란 리본 메시지가 담기기 시작했습니다.

광주 시민들과 실종자 가족들은 "빨리, 실종자들이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와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실종자 가족을 돕겠다며 매일 임시 화장실을 청소하는 주민들.

[박소례/광주광역시 서구 : 우리가 다른 공사는 도와줄 수 없고 우리가 잘 모르니까. 이제 이런 청소라도 해 드리고.]

끝 모를 터널처럼 어둑한 실종자 가족들의 시간,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불빛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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