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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사일 쏘며 화물열차 재개…북한, 무슨 생각일까

북한 전술유도탄 검수 사격시험

북한이 어제(17일) 전술유도탄 검수 사격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로 보이는데, "전술유도탄들을 선택적으로 검열하고 무기체계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북한 발표에서 보듯, 기존 무기의 성능 점검 차원으로 보입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에 이어,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 등 북한은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 무력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올해 정세를 대화보다는 무력시위 쪽으로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결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코로나로 북중 국경을 봉쇄한지 2년 만인 그제(16일) 북한이 중국과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닫혀있던 국경을 다시 연 만큼 북한이 대외교류에 다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지난해말 유엔 측이 북한에 코로나 백신 6천만 도스 지원 의사를 전했고, 북한이 지원 가능한 백신이 화이자인지 모더나인지 물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중국에 도착한 북한 화물열차
  

미사일 쏘며 화물열차 운행 재개

한편으로는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며, 다른 한편으로는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한 다소 상반돼 보이는 듯한 움직임. 북한의 대외정책 무게중심은 어디에 있을까요?

일단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 재개는 전면적인 대외 교류 재개로 보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들은 화물열차 운행이 아직은 방역시험 성격이며, 중국에서 들여간 물품에 대해 의주 방역장에서 최소 10일에서 최대 두 달까지 소독 작업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합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긴급 물자 조달에 나서긴 했으나, 아주 제한적인 범위에서 물자 교류가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중국 단둥에 도착한 북한 화물 열차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 움직임에 대해서도 북한이 그리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당초 북한은 중국이나 다른 나라 백신보다는 미국산 백신, 즉 화이자나 모더나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모습을 보면 백신 자체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장 어제(17일) 노동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많은 나라들에서 비루스왁찐(바이러스 백신) 개발사업이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또 여러 가지 왁찐(백신)들이 개발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안정된 생활환경에 대한 락관(낙관)과 신심을 가져다주기에는 너무도 불충분하다는 것이 현 보건위기 실태가 새겨주는 진리이다."

외부에서 백신을 대규모로 지원해준다면 거부하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백신에 목을 매고 있지는 않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화보다는 무력시위에 무게

지난해 6월 노동당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언급했던 북한이 지난해말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대외정책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해가 바뀌자 마자 무력시위에 나섰다는 것은 올해 북한이 대화보다는 무력시위에 무게를 두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동안 관망세를 보였던 북한이 이 사태가 장기화된다고 보고 미국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를 다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직은 주요 우방인 중국의 동계올림픽이 목전에 있기 때문에 단거리미사일로 수위조절을 하고 있지만,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3월 한미군사훈련이 실시되면 중장거리 미사일로 본격적인 무력시위가 행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 재개는 북미 대립과 유엔 제재 속에서 버티기 위한 필수적인 물자 조달 차원으로 보입니다. 지난 2년 간의 국경봉쇄에도 그럭저럭 버티는데 성공한 북한이 긴급 필수물자만 중국에서 조달하면 국내상황을 보다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백신은 외부에서 지원해준다면 거부하지는 않겠지만 백신에 목을 매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백신 지원이 북한의 대외정책 결정에 결정적 변수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북한 무력시위는 대남, 대미 압박 차원인가

흔히 북한의 무력시위는 대남, 대미 압박 차원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지금 시점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북제재 완화 내지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이 무력시위를 한다고 해서 미국이 대북정책을 전환할까요? 과연 북한은 자신들이 무력시위를 하면 미국이 대북정책을 전환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을까요?

북한이 최근 내놓은 언급들을 보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이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20년 7월 김여정의 담화에는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우리는 미국으로부터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고 그러한 위협을 억제하며 그런 속에서 우리 국익과 자주권을 수호할 전망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실제적인 능력을 공고히 하고 부단히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 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대상해야 한다."

미국은 변하지 않을 것인 만큼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억제할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북한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미의 지속적인 대화 요구에도 북한이 응하지 않은 것은 지금 시점에서 북미대화가 큰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변하지 않으며, 미국의 장기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핵능력을 부단히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북한 생각이라면, 지금 북한의 핵능력 개발은 비핵화 협상에 대응하기 위한 협상용이 아닙니다. 북한은 주변 정세에 따라 다소간의 등락은 있을 수 있지만, 핵보유국으로 가는 길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핵보유 의지가 명확하다면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이끌겠다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우리가 대북정책의 궁극적 목표로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은 계속해야겠지만, 실질적인 대북정책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수립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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