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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UAE 순방과 천궁-Ⅱ 계약…그래서 'UAE 기밀 유출'은 덮나

[취재파일] UAE 순방과 천궁-Ⅱ 계약…그래서 'UAE 기밀 유출'은 덮나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작성 2022.01.18 09:16 수정 2022.01.18 10: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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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UAE 방문을 계기로 국산 중거리 요격 체계 천궁-Ⅱ UAE 수출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사상 최대의 국산 무기 수출로 한국 방산의 경사입니다. 첫 번째가 어렵지 두 번째, 세 번째는 쉽습니다. 대통령을 따라간 강은호 방사청장도 천궁-Ⅱ UAE 수출의 의의를 추가 수출에서 찾았습니다. 천궁-Ⅱ UAE 수출은 그래서 의미가 큽니다.

한국-UAE 관계가 한 단계 더 돈독해진 계기입니다. 특히 양국의 방산 협력은 앞으로 질적, 양적으로 강화될 전망입니다. 우리는 국산 무기와 국방과학기술 노하우를 공급하고, UAE는 이를 제값 내고 받아 방위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ADD 기밀유출 조사결과

그런데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재작년 4월 말 불거진 ADD(국방과학연구소) 퇴직 연구원들의 기밀 유출 사건입니다. 70명 가까운 퇴직 연구원들이 기밀 기술 자료들을 유출했고, 이 가운데 23명은 대규모로 자료를 빼돌렸습니다. 하이라이트는 UAE로 떠난 6명입니다. 이들과 함께 수조 원대 가치로 평가되는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의 기밀 기술이 UAE로 유출된 것으로 수사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ADD 퇴직 연구원들이 UAE로 떠난 길은 지금의 정부가 한국-UAE 협력 차원에서 놓았습니다. 정부가 닦은 길을 통해 천궁-Ⅱ UAE 수출액에 맞먹는 값어치의 비궁 기밀 기술 자료들이 UAE로 몰래 흘러간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은 ADD 기밀 유출 사건의 신속 수사를 지시했다는데 퇴직 연구원들이 UAE에서 돌아오지 않아 수사는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ADD 퇴직 연구원들의 UAE 기밀 유출과 우리 정부의 관계가 이렇습니다.

대통령과 방사청장, 그리고 임종석 UAE 특임 보좌관이 UAE에 함께 갔으면 우선 순위로 할 일은 방산업체들과 군이 일찍이 일궈놓은 천궁-Ⅱ 수출 계약에 편승이 아니라, 유출된 기밀의 복구와 퇴직 연구원들의 신병 인도를 UAE 정부와 협의하는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그리고 예상했지만 양국 간 그런 논의는 없었습니다. 덮었습니다.

기밀 유출 연구원들의 UAE 송출책은?

2018년 4월 UAE를 방문한 송영무 장관 일행. 오른쪽 4번째가 송영무 장관이고, 왼쪽 2번째가 남세규 ADD 소장이다.

UAE는 ADD 같은 연구소를 갖고 싶어 했습니다. ADD 고위 관계자도 2018년 UAE판 ADD 설립 방안을 기자에게 거듭 확인한 바 있고, 관련 기사도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오롯이 이전할 수 있는 한국 고유의 기술도 없고 법적으로도 장애가 많아서 UAE판 ADD 계획은 무산됐습니다.

대안으로 ADD 퇴직 연구원들을 UAE로 보내 UAE판 ADD를 설치하도록 돕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송영무 전 국방장관은 한 신문과 인터뷰에서 "ADD 퇴직자들을 데려다 쓰라고 우리가 UAE에 제안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여석주 전 국방정책실장도 "UAE판 ADD를 설립하지 못하니까 대신 UAE 측이 ADD 퇴직 연구원들을 채용해 연구개발 기반을 닦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즉 UAE로 기밀을 들고 떠난 혐의를 받고 있는 ADD 퇴직 연구원들은 국방부의 지도편달을 따른 것입니다. 그들 중 다수는 칼리파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칼리파 대학은 UAE가 ADD 같은 기관을 세우려던 곳입니다. 항간에는 ADD 퇴직 연구원들이 한국에서 받던 연봉의 10배를 칼리파 대학에서 받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기술 기밀 자료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ADD 퇴직 연구원들이 취업한 UAE 칼리파 대학

한국 연봉의 10배는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에 비해 푼돈입니다. 비궁은 국산 무기 최초로 재작년 미국 국방부의 해외비교시험(FCT·Foreign Comparative Testing)을 통과했을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합니다. 로켓이 발사되면 중간에 계속 유도하지 않아도 알아서 표적을 추적해 비행하는 최첨단의 '발사 후 망각'(fire-and-forget) 방식으로 다수 표적에 동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임종석 특임은 UAE 기밀 유출에 책임 없나

2017년 10월 대통령 비서실장 자격으로 UAE를 방문한 임종석 현 UAE 특임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와 악수하고 있다.

한국-UAE 협력은 국방, 방산에 그치지 않습니다. 에너지, 외교 등을 망라한 포괄적 관계입니다. UAE 측에 ADD 퇴직 연구원이라는 국방 R&D 최고급 최첨단 노하우를 제공하는 것도 한국-UAE 협력의 여러가지 카드 중 하나였습니다.

한국-UAE 협력의 총책은 그때나 지금이나 임종석 특임입니다. 송영무의 국방부가 단독으로 ADD 퇴직 연구원들의 UAE 송출을 추진했을 리 없습니다. 전체 정부 차원에서 논의했습니다. 송영무의 국방부가 분명히 UAE 기밀 유출에 책임이 있지만 임종석 UAE 특임의 책임도 작지 않습니다.

ADD를 관리감독하는 방사청도 모른 척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기자는 방사청에 "이번 방문 때 UAE 정부와 기밀 유출 건을 논의했냐"고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입니다. 대통령 수행원들이 흩어져 UAE의 곳곳을 방문했다는데 그중 누구 하나 칼리파 대학에 들러 비궁의 안부를 탐색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천궁-Ⅱ 수출은 UAE 기밀 유출의 대가인가

국산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수명의 ADD 퇴직 연구원들이 비궁 관련 기밀 기술 자료를 UAE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줌도 안 되는 퇴직 연구원들이 거액의 연봉을 챙기는 대가로 넘어간 수조 원대 비궁의 기밀은 이미 남의 나라 차지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천궁-Ⅱ라도 수출했으니 손해는 다소 덜었다고 스스로 위안할 수 있을까요.

천궁-Ⅱ는 송영무 전 장관과 청와대 핵심들이 2017년 11월 "곧 도태될 천덕꾸러기"라며 양산 계획에 제동을 거는 바람에 죽다 살아난 기구한 운명의 국산 무기입니다. LIG 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등 업체들이 죽기 살기로 개발과 양산에 매달려 이제 빛을 보고 있습니다. UAE에 제값 받고 파는 것입니다.

천궁-Ⅱ UAE 수출은 비궁 기밀 UAE 유출의 대가가 될 수 없습니다. 비궁 기밀 유출은 순손실입니다. 이번 정부의 사건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UAE 순방에서도 해결하지 못했으니 복구할 길이 더 막막합니다. ADD 퇴직 연구원들의 비궁 기술 기밀 자료 UAE 유출 사건은 미제(未濟)로 분류돼 머잖아 잊혀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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