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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문 비교 분석 - 엇갈린 판단의 이유는?

[취재파일]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문 비교 분석 - 엇갈린 판단의 이유는?
수학이나 과학을 공부할 때 결론보다 문제 풀이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법조 이슈를 보도하는 기자로서 판결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 있습니다. 법원의 판결 역시 일정한 논리 전개를 통해 특정한 결론에 도달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방역패스 집행정지와 관련해 최근 선고된 3건의 사건에 대해선 결론뿐만 아니라 결정에 이르게 된 논리적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특히 의미가 있습니다. 방역패스와 관련해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방역패스를 둘러싼 헌법적 쟁점은 무엇인지, 소송법적 쟁점이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의 범위를 좌우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같은 법원'에서 '엇갈린' 결정이 나왔다는 비판은 적절한 것인지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취재파일에서는 2022년 1월 16일 현재까지 선고된 3건의 방역패스 집행정지 관련 결정문을 분석합니다. 2022년 1월 4일에 서울행정법원 제8부가 선고한 2021아13365 사건, 그리고 2022년 1월 14일에 서울행정법원 제4부가 선고한 2021아13539 사건, 그리고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 제13부가 선고한 2022아10052 사건입니다. 세 가지 결정문 모두해 쟁점 별로 내용을 최대한 자세히 살펴보고, 각 결정문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비교하겠습니다.
 

결론은 어떻게 달랐나?

우선 세 사건의 결론, 정확히는 "주문"이 어떻게 달랐는지부터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 1월 4일 서울행정법원 8부 선고 사건 (이하 "1월 4일 8부 사건")
: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방역패스 처분 효력 정지

"보건복지부장관이 2021년 12월 3일에 한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 중 학원, 독서실, 스터디 카페를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로 포함시킨 부분은 본안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


○ 1월 14일 서울행정법원 4부 선고 사건 (이하 "1월 14일 4부 사건")
: 서울시에 국한해 상점·마트·백화점 방역패스 처분 효력 정지, 서울시에 국한해 12세-18세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처분 효력 정지

"서울특별시장이 2022년 1월 3일 공고한 서울특별시 공고 제2022-007호 중 방역패스 의무적용시설 17종 시설 중 '상점·마트·백화점' 부분 및 '12세 이상 18세 이하인 자에 대한 방역패사 적용대상 확대 조치' 부분은 본안 사건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 되는 날까지 효력을 정지한다."


○ 1월 14일 서울행정법원 13부 선고 사건 (이하 "1월 14일 13부 사건")
: 집행정지 신청 기각

"3,000 평방미터 이상 대규모 점포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 조치 효력 정지 신청을 기각"


이와 같이 결론이 다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세 사건의 신청취지가 달랐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효력 정지를 요구하는 방역패스 처분의 범위가 각각 달랐습니다. 둘째, 세 사건의 신청인들이 집행정지의 대상으로 규정한 행정기관이 서로 달랐습니다. 마지막으로 방역패스의 효과와 방역패스로 인해 달성하려고 하는 공익과 방역패스로 인해 침해되는 기본권의 정도에 대한 판단이 달랐습니다.

그렇다면 세 가지 포인트와 관련해 세 사건의 차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학원 방역패스
  

어떤 방역패스를 정지시키려고 했나? - 신청취지의 차이

○ 1월 4일 8부 사건 신청취지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방역패스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

→ 신청인: 함께하는사교육연합, 전국학무모단체연합 등

→ 재판부 판단: 인용(신청을 전부 받아들임)


○ 1월 14일 4부 사건 신청취지
- 질병관리청장, 보건복지부 장관, 서울특별시장이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 로 지정한 17종류의 시설 가운데 10종류의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의무적용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 ('상점·마트·백화점', '식당·카페', '영화관·공연장', '멀티방', 'PC방', '스포츠경기(관람)장(실내)', '박물관·미술관·과학관', '도서관', '실내체육시설', '파티룸' 등 10종)
- 12~18세 청소년을 방역패스 적용대상으로 확대하는 조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

→ 신청인: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1,023명

→ 재판부 판단: 일부 인용 (신청 가운데 일부만 받아들임)
- 질병관리청장, 보건복지부 장관의 처분에 대해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은 각하: 질병관리청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의 처분은 행정기관 상호 간의 조치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음,
- 서울특별시장의 처분 가운데 신청인들이 요구한 10개 종류 시설 중 ''상점·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 처분만 효력을 정지한다.
- 서울특별시장의 처분 가운데 12~18세 청소년을 방역패스 적용대상으로 확대하는 조치의 효력도 정지한다.


○ 1월 14일 13부 사건 신청취지
보건복지부 장관의 3,000평방미터 이상 대규모 점포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조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

→ 신청인: 혁명21(원외정당), A씨 (백신미접종자)

→ 재판부 판단: A씨의 신청 모두 기각 (원외정당인 혁명21의 신청은 신청인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각하)


이상이 세 사건의 신청취지와 이에 대한 각 재판부의 판단을 간략히 정리한 것입니다. 이것만 살펴봐도 세 사건에서 다뤄지고 있는 방역패스 조치의 범위가 다르며, 세 사건의 결론이 다른 이유 중 하나가 신청취지, 즉 문제를 삼고 있는 방역패스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란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소송법적 쟁점이 효력 정지의 대상이 되는 방역패스 범위를 좌우하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됐지만, 신청인들이 누구를 상대로 집행정지(이 경우 방역패스 처분의 효력 정지)를 요구한 것인지에 따라, 그리고 그 상대방의 처분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서 현실에서는 큰 차이가 발생한 것입니다. 재판부에 따라 같은 쟁점에 대해 서로 반대되는 결론을 낸 점도 눈 여겨 볼만한 점입니다.
 

누구를 상대로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했나?

○ 1월 4일 8부 사건 피신청인 (= 신청인 측에 소송을 제기한 행정기관)
1. 질병관리청장
2. 보건복지부 장관


○ 1월 14일 4부 사건 피신청인
1. 질병관리청장
2. 보건복지부 장관
3. 서울특별시장


○ 1월 14일 13부 사건 피신청인
1. 보건복지부 장관


방역패스와 관련된 행정청(행정기관)은 크게 3곳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입니다. 그런데 집행정지를 구하는 행정소송은 문제를 삼는 행정처분을 수행한 행정기관을 지정해서 제기해야 합니다.1월 4일에 서울행정법원 8부가 선고한 사건의 신청인들은 질병관리청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월 14일에 서울행정법원 4부가 선고한 사건의 신청인들은 질병관리청장과 보건복지부 장관, 그리고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 13부가 선고한 사건의 신청인들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를 두고 단순히 소송기술적인 문제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결정문을 보면 신청인이 지정한 소송 상대(피신청인)의 처분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차이에 따라 현실적으로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누구의 처분이 집행정지 대상이 될 수 있는가?

결국 재판부가 집행정지(효력정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송의 상대가 된 행정기관의 조치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자격(적격)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소송 상대(피신청인)로 지정된 기관의 조치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처분이 아니라면 집행정지 신청은 각하됩니다. 세 재판부는 이에 대해 각각 이런 판단을 내렸습니다.


○ 1월 4일 8부 사건 피신청인 관련 판단
- 질병관리청장의 조치: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음 → 집행정지 신청 각하
- 보건복지부 장관의 조치: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음 → 집행정지 신청 인용


○ 1월 14일 4부 사건 피신청인 관련 판단
- 질병관리청장의 조치: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음 → 집행정지 신청 각하
- 보건복지부장관의 조치: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음 → 집행정지 신청 각하
- 서울특별시장의 조치: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음 → 집행정지 신청 일부 인용 (서울시장을 상대로 한 신청취지를 검토한 후 재판부가 이유 있다고 판단한 부분만 받아들임)


○ 1월 14일 13부 사건 피신청인 관련 판단
- 보건복지부 장관의 조치 :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음 → 집행정지 신청 기각 (보건복지부 장관의 조치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는 있음. 다만, 신청취지를 재판부가 검토한 결과 이유 없다고 판단해 모두 받아들이지 않음)


특기할 만한 점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방역패스 관련 조치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서울행정법원 8부와 13부는 결론이 일치하는 반면 (행정소송 대상이 될 수 있음), 서울행정법원 4부는 다른 판단(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쟁점이 중요한 이유는 효력이 정지되는 방역패스의 범위, 그리고 앞으로 소송이 제기될 대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서울행정법원 8부와 13부가 판단한 것처럼 보건복지부 장관의 방역패스 관련 조치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법원이 방역패스 관련 조치의 집행정지를 결정할 경우 그 효력은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조치 자체가 전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기때문입니다. 반면 서울행정법원 4부처럼 보건복지부 장관의 조치는 집행정지를 구하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집행정지 신청은 지자체장의 조치를 대상으로 해야한다고 판단하면,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의 효력은 특정 지자체에 국한해 적용됩니다. 집행정지 신청 재판 역시 지차체 별로 각각 제기되어야 합니다. 이 경우 지자체 별 사건을 맡은 재판부마다 각각 다른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있겠죠.

이와 같이 누구의 처분을 행정소송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재판부 판단에 따라 방역패스 집행정지의 범위,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재판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8부·13부와 4부가 보건복지부 장관의 방역패스 관련 조치의 성격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은 이 조치를 '행정기관 상호 간의 내부행위'로 볼 것이냐 아니면 '그 자체로서 직접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처분'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 입장 차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8부와 13부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조치가 실질적으로 '직접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처분'으로서의 성격'이 있다고 본 반면, 4부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조치는 질병관리청 또는 지자체를 지휘하는 조치를 했을 뿐 '직접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처분'을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쟁점에 대한 최종적 판단은 이 사건들이 나중에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경우 대법원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익"과 "기본권"에 대해선 어떤 판단을 했나 - 근거, 마스크, 대체 수단

판단의 대상이 된 방역패스의 범위가 재판부 별로 다르다는 점을 반드시 감안해야겠지만, 세 재판부는 방역패스로 인한 '공익'과 '기본권 침해'의 우려에 대해 각각 조금씩 다른 곳에 방점을 찍은 판단을 했습니다. 특히 판단 대상이 된 방역패스의 범위가 사실상 상당 부분 중첩되고, 같은 날 결정을 선고한 4부와 13부의 판단이 정반대로 엇갈린 점이 눈에 띕니다.
 
거리두기, 식당 (사진=연합뉴스)
 
1월 4일에 결정을 선고한 서울행정법원 8부 판단의 키워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입니다. 8부 재판부 역시 코로나 백신을 국가가 적극 권장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백신미접종자의 기본권(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고 전제합니다. 그런데 백신접종자의 돌파감염 사례나 백신접종자 집단과 백신미접종자 집단의 감염 확률 차이 등을 검토하고,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의 주이용자가 청소년 층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기본권을 제한할 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것이 서울행정법원 8부의 판단입니다.

1월 14일에 선고한 서울행정법원 4부 판단의 키워드는 "중증화율"과 "마스크"입니다. 4부는 방역패스로 인해 달성하려는 공익의 주된 내용이 "중증화율" 통제라고 전제하고, 이 같은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일부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생활필수 시설 중 "마스크" 등 다른 방법으로 중증화율 상승을 통제할 수 있는 곳에 대해서도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정당화될 정도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중증화율이나 사망률이 현저히 낮은 청소년들에게도 방역패스 적용을 확대하는 조치 역시 마찬가지로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같은 날 선고한 서울행정법원 13부 판단의 키워드는 "대체 수단"과 "공공복리"입니다. 13부 역시 방역패스가 기본권 제한 조치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대형 점포 출입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증명서 제출 등 출입을 위한 "대체 수단"이 있다고 봤습니다. 또, 대형 점포 대신 소형 점포나 전통 시장 등의 "대체 수단"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신청인이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것으로 보이므로 온라인 구매도 대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중대한 방역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방역패스 효력을 유지해서 "공공복리"를 옹호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순서대로 보자면 1월 4일 선고한 8부는 방역패스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상대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반면, 이로 인한 기본권 침해는 심대하다고 봤습니다. 같은 날 선고했으면서도 대형 점포에 방역패스에 대해 정반대로 판단한 4부와 13부는 방역패스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존재하고,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합니다. 다만, 4부는 마스크 등의 대체적 방역수단이 있기 때문에 생활필수시설에 대한 방역패스는 과도하다는 판단을 했고, 13부는 소형점포나 온라인 구매 등의 대체 수단이 있기 때문에 긴급하게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떤 "대체 수단"에 주목했느냐에 따라서 두 재판부의 판단이 크게 엇갈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의 도입부에서 밝힌 것처럼, 재판의 결론 뿐만 아니라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래는 제가 세 재판부의 판단 이유를 최대한 결정문 원문에 근접하게 요약한 것입니다.


○ 1월 4일 8부 판단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방역패스로 인해 신청인들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그 효력을 정지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해당 방역패스로 인해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의사와 관계 없이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되므로, 코로나 백신 접종이라는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온전하게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백신미접종자 집단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조치다.
2. 백신미접종자라는 특정 집단의 국민에 대해서만 중대한 불리한 처우를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백신접종자에 대한 이른바 돌파감염도 상당수 벌어지고 있는 점, 백신미접종자 집단이 백신접종자 집단에 비해 코로나에 감염될 확률이 약 2,3배 크다는 정도여서 차이가 현저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춰보면 백신미접종자에 대해서만 해당 시설 이용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백신미접종자 집단이 백신접종자 집단에 비해 코로나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다고 볼 수 없다.
3. 코로나 백신이 국민 개개인의 코로나 감염과 위중증 예방을 위하여 적극 권유될 수는 있지만, 그러한 사정을 고려해도 백신미접종자의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위중증률과 치명률은 연령대가 낮거나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일 수록 낮으며, 특히 청소년의 경우에는 현저히 낮다. 이런 사정에 비춰보면 백신미접종자의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이용마저 제한하여 학습권과 직업의 자유 등을 직접 제한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정당화될 정도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4. 자발적인 백신 접종을 유도함으로써 위중증률을 통제하는 것이 방역당국이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최소침해적 조치로 보인다.
5. 현재 방역지침에 의하더라도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이용을 위해서는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여야 하는 등 기본적이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이런 사정과 백신접종률 등을 고려하면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한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코로나 감염율과 위증증률이 현저히 상승하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 1월 14일 4부 사건 판단

서울시장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전부를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신청 내용 가운데 '상점·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의무 적용과 12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에 대한 방역패스 확대 적용 조치로 인하여 신청인들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그 효력을 정지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1. 방역패스 처분은 그 자체로 백신미접종자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처분임은 분명하다. 국민의 기본권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지만,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고, 그러한 제한은 수단의 적합성, 최소침해성, 비례성 등의 한계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2. 행정기관이 제출한 소명자료 및 심문결과에 따르면, 방역패스 처분은 백신미접종자를 직접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라기 보다는 백신미접종자로 인한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인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방역패스는 백신미접종자인 코로나19 확진자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을 낮추어 의료 대응 여력을 확보하고,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백신접종률을 제고하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
3. 방역패스를 통해 코로나19 확진자 전체의 중증화율을 낮출 수 있다고 보이고, 코로나19 확진자 전체의 중증화율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의료체계의 붕괴를 막아 일반 중증환자의 생명권·건강권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수단으로 보이므로, 일부 다중이용시설이나 감염취약시설, 대규모 집회 등에 방역패스를 도입하는 것 자체의 공익이 인정된다.
4. 다만, 이와 같은 공익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방역패스가 제한 없이 광범위하게 시행되어 생활 필수시설의 이용까지 합리적 이유 없이 제약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면, 백신미접종자들은 필수 시설 이용을 위하여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되므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제받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5. 이 사건 신청인들이 효력정지를 구하고 있는 방역패스 의무 적용대상 시설 중 방역당국이 기본생활 영위에 필수적인 이용시설이라고 밝힌 것은 '식당·카페'와 '상점·마트·백화점'이다.
6. '식당·카페'의 경우 마스크 착용이 어려워 감염 위험도가 다른 다중이용시설에 비해 높은 반면, '상점·마트·백화점'은 이용 행태에 비춰볼 때 취식이 주로 이뤄지는 '식당·카페'보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밀집도 제한이나 방역 수칙 강화 등으로 위험도를 더 낮출 수 있다.
7. 그럼에도 생활필수시설에 해당하는 전체 면적 3,000㎡ 이상의 '상점·마트·백화점'을 일률적으로 방역패스 적용 대상으로 한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에 해당한다. 현재 방역지침에 의하더라도 ''상점·마트·백화점' 이용자들은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 방역수칙을 준수하여야 하므로, 이 시설들에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코로나19 중증화율이 상승하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하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8. 방역패스 도입으로 인한 공익의 주된 내용이 코로나19 중증화율을 낮추는 것이란 점 등에 비춰볼 때,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중증화율이 현저히 낮고 사망 사례가 없는 12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들을 방역패스의 적용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코로나19 중증화율이 상승하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9. 더구나 청소년의 경우에는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이상반응, 백신 접종이 신체에 미칠 장기적 영향 등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 백신 정종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성인에 비해 더욱 크다.
10. 자발적인 백신 접종을 유도함으로써 중증화율 등을 통제하는 것이 방역당국이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최소침해적 조치로 보이고, 부득이 한시적으로 일부 시설에 대해 방역패스를 도입하더라도 그 범위를 최소화하여 백신 접종 자체 또는 추가 접종을 선택하지 않는 백신 미접종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 1월 14일 13부 사건 판단

3,000평방미터 이상 대규모 점포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 처분으로 인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가능성을 즉각 해소하기 위하여 해당 처분의 효력을 긴급히 정지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해당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였을 때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를 배제하기 어려우므로, 처분의 효력을 유지함으로써 공공복리를 옹호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1. 해당 방역패스 처분에 따라 백신미접종자는 PCR 음성확인서나 예방접종의 예외사유 입증 서류를 구비하지 않으면 대규모 접포에 출입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계약 체결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 널리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의 획득마저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 일반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염려는 인정된다.
2. 그러나 이 사건 처분이 대규모 점포 입장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종이증명서를 제시하여 출입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을 마련해 둔 점, 대규모 점포가 아닌 소형 점포이나 전통시장에는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생필품 구매가 전면적으로 차단되지는 않은 점, 특히 신청인은 블로그, 트위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등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다고 보이므로 반드시 대규모 점포에 직접 출입하지 않고도 온라인을 통한 물품 구매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이는 점에 비춰보면, 해당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인정된다고 해도, 그 가능성을 즉각 해소하기 위해 처분을 긴급하게 정지해야 하 필요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즉각' 발생할 우려는 크지 않아 보이는 점,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연일 3,000명 이상을 기록하여 중대한 방역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점, 방역패스 적용 조치가 갖는 방역 효과에 대해 검증과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신청인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감안하더라도, 해당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였을 때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를 배제하기 어려우므로, 처분의 효력을 유지해서 공공복리를 옹호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법원
 

법원의 엇갈린 판단은 문제일까?

세 건의 방역패스 집행정지 관련 결정으로 조금은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됐습니다. 먼저 대형 점포 관련 방역패스라는 사실상 같은 대상에 대해 같은 날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 서울행정법원 4부와 13부 판단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같은 대상에 대해 한 재판부에서는 집행정지 신청 기각 결정을, 다른 재판부에서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릴 경우, 결과적으로 해당 방역패스의 집행은 정지됩니다.

원칙적으로는 방역패스 적용의 대상이 되는 백신 미접종자라면 누구나 각각 방역패스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소송을 제기한 사람마다 다른 재판부에서 판단을 받을 수 있는데, 같은 방역패스 처분에 대해 99곳의 재판부에서 방역패스를 유지하라는 결정을 내리고, 1곳의 재판부에서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해당 방역패스의 효력은 정지되는 식입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어떤 행정기관이 집행정지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도 매우 중요한 쟁점입니다. 이 쟁점에 대한 판단에 따라서 집행정지(효력정지) 결정의 효과가 전국 단위로 적용되는지, 지자체 단위로 적용되는지가 결정되고, 이에 따라 집행정지 신청을 보건복지부 장관을 대상으로 하여 전국 단위로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지자체 별로 각각 해야 하는 지가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보건복지부 장관의 조치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지자체장의 방역패스 관련 조치만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다면, 앞으로 방역패스 집행정지 소송은 각 지자체를 상대로 각각 제기될 것이고, 재판부에 따라 서로 다른 결론을 내놓아서, 결과적으로 지자체 별로 방역패스의 효력 적용이 달라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법원이 '통일된 결론'을 내놓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물론 정책적 영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행정소송의 경우 일관성 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방역패스가 선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재판부 마다 다른 판단을 내놓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원행정처 등이 재판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재판부에 주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과거에 존재했지만 재판의 독립과 관련해 상당히 논란이 되어서 지금은 사라진 관행입니다.

특히 국가권력으로부터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행정소송을 하는 재판부의 경우 독립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 개개인과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사회 시스템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신분이 보장된 법관이 다른 권력작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된 상태에서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것이, 국가권력으로부터 소수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고안된 가장 나은 방식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공익 달성을 이유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 최대한 합리적이고 엄밀한 방안을 찾는 것은 결국 행정부의 몫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인 만큼, 대처하는 방법 역시 전례가 있을 수는 없습니다. 법률적 논란과 사회적 갈등은 불가피합니다. 그래도 언제나 그러했 듯이,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은 버리지 않겠습니다. 내년 이맘 때쯤에는 코로나19를 둘러싼 결정과 판결이 흥미로운 법률적 이슈로만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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