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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NFT가 뭐길래…기술 들어간 미술

NFT는 미술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요즘 뜨거운 관심을 받는 단어 중 하나가 NFT입니다. 디지털 아트에서 시작해 근현대 회화와 문화재, 그리고 미술 영역을 넘어 일반 동영상으로까지 NFT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미술계는 너도나도 NFT를 하겠다고 난리입니다. 서울옥션이 자회사 서울옥션블루를 통해 NFT 거래에 나섰고, 한국화령협회도 회원 갤러리들과 함께 NFT 작가 발굴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NFT의 대중화가 미술 분야에서 촉발됐기 때문인데, 첨단기술과 미술의 관계에 대해 아직도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이더리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NFT(Non Fungible Token)는 '대체불가토큰'으로 번역되는데, 유일무이한 토큰이라는 뜻입니다. 디지털 파일의 소유권과 거래내역이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복제나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미술의 한 영역인 디지털 아트는 파일로 저장되고 존재하기 때문에 그동안 무단복제와 위변조의 위험에 취약했습니다. 그래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죠.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디지털 아트 작품을 암호화하고 그 소유권과 거래도 블록체인위에서 안전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비플, 매일:첫 5천일/크리스티
 
NFT의 기술 표준은 2018년 만들어졌는데, 2021년 디지털 아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습니다. 2021년 3월 비플(Beepl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의 작품 <매일:첫 5천일>이 크리스티 옥션에서 6,900만 달러(약 780억 원)에 낙찰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비플의 작품은 그 이전까지 가장 비싸게 팔린 것이 100달러였다고 합니다. 이날 경매 시작가도 100달러였죠. 자신이 14년 동안 매일 한 장씩 그렸던 작품 5천개를 하나로 묶어 NFT 파일로 제작한 뒤 경매에 올리자 상상도 못한 금액으로 낙찰된 것입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연인으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그라임스가 제작한 디지털 캐릭터도 600만 달러에 팔리면서 NFT 열풍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도 그래픽 디자이너 마리 킴이 자신의 작품 캐릭터를 NFT로 만들어 288이더리움(당시 가격 약 6억 원)에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마리 킴, 미싱 앤 파운드/피카 프로젝트
 
가치를 인정받기도 어렵고 작품을 팔기는 더더욱 어려웠던 그래픽 아티스트와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입니다. 이에 힘입어 하태임, 김선우 등 최근 MZ 세대들에게 인기가 높은 화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디지털로 다시 만들어 NFT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사립미술관 간송미술관이 국보인 훈민정음 해례본과 고려청자를 NFT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작용도 생겼습니다. 이중섭, 박수근 등 대가들의 작품을 NFT로 만들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고, 또 이건용 작가의 제작과정 영상을 NFT로 만들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던 것입니다. 모두 저작권자와의 사전협의없이 사업을 벌이려다 좌절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싼 국내 작가 중 한 명인 박서보 화백은 자신의 작품을 NFT로 제작하자는 제안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미술 분야에서 NFT의 본격적인 활용은 아직 디지털 아트에 국한된 상황입니다. NFT의 핵심은 디지털 기반의 유일무이성과 복제 불가능성이기 때문입니다. 개념상 NFT 자체가 원본이어야 하는데, 디지털 아트가 아닌 경우 따로 있는 원본 작품을 NFT로 만든다는 것에 의문부호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NFT가 디지털 아트를 넘어서 미술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일회성으로 끝나기 쉬웠던 행위 예술과 시공간의 한계에 묶여있던 설치미술의 경우, 동영상 NFT로 작품으로서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 받을 수 있기도 합니다.

19세기말 프랑스에서 인상파의 등장은 교외로 나갈 수 있는 기차의 대중화와 휴대할 수 있는 튜브형 물감의 탄생이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바다로 들판으로 나가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며 빛의 색감을 표현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산업화 이후 공산품의 대량생산은 마르셸 뒤샹의 '레디 메이드'와 앤디 워홀의 팝 아트를 거치며 현대미술로의 길을 열어주었고요. 미술 분야에 새롭게 들어온 기술 NFT가 또 어떤 미래를 열어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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