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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극초음속'에 韓·日 다른 반응…'적 기지 공격' 빌미 삼는 日

[취재파일] '北 극초음속'에 韓·日 다른 반응…'적 기지 공격' 빌미 삼는 日
한 나라가 과도하게 무력을 증강하면 주변국들은 이를 자국의 무력 증강 기회로 삼든가, 움츠리며 강대국의 지원에 기대든가, 또는 가소로우니 무시하든가, 그도 아니면 뭔가 다른 방도를 찾는 것이 국제 정치의 작동 방식입니다. 연초에는 미사일에 손대지 않던 북한이 올해 1월에는 막 쏘는데 3번 중 2번이 무시무시하다는 극초음속 미사일입니다. 그렇다면 주변국인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요.

북한 김정은이 참관하는 가운데 발사되는 극초음속 미사일

우리 정부는 유감을 표명하고, 군은 요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보다 요격이 훨씬 어렵다는데 우리 군은 "잡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규탄의 목소리는 없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몹시 거슬리지만 지금 정부가 솔직하게 화를 낼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압니다.

반면 일본은 요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앓는 소리를 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일본은 요격 실력이 모자라니 뒤로 한발 물러서겠다는 기류로 읽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요격의 대안으로 선제 타격 즉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의 기회로 삼겠다고 기염을 토했습니다. 일본은 북한의 위협을 전수방위(專守防衛) 폐기의 밑돌로 삼을 셈입니다. 북한의 새로운 위협을 철저히 잇속 챙기는 데 활용하는 모습입니다.
 

北 극초음속에, 日 '적 기지 공격' 맞대응

지난 14일 일본 방위성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이른바 '적 기지 공격 능력'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쇼와(昭和) 시대의 개념이라든가 낡은 사고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적에 장관은 어떤 인식을 하고 있습니까?"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

일본 정부가 만지작거리는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는 말 그대로 적국의 공격 원점을 선제 타격하는 공격 전략입니다. 평화 헌법에 따라 외국을 공격하지도 침략하지도 않고 오로지 방위에만 전념한다는 일본의 전수방위 원칙과 상충될 소지가 큽니다.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이야기를 먼저 꺼냈습니다.

"최근 극초음속 활공무기와 변칙궤도로 비행하는 미사일 등 미사일 기술이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달 5일과 11일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하여 오늘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의 현저한 진전은 일본 및 지역의 안전보장을 위해 간과할 수 없습니다."

기시 방위상은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위협을 강조한 뒤 자연스럽게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의 필요성을 제시했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북한의 새로운 위협을 디딤돌 삼아 선제 공격, 선제 타격 등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의 필요성을 자국 언론에 어필한 것입니다.

"이른바 적 기지 공격 능력은 오랜 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지만 바로 현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선택지 중에 하나로 고려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이 요구되고 있는지 모든 선택 사항을 배제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검토하는 가운데 국민들이나 여당의 이해를 확실히 구하고 싶습니다."
 

日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어렵다"

회견 말미에 한 기자가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기가 어려운지 묻자 기시 방위상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습니다.

"일반론적으로 요격하기 어려워지는 미사일 기술을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것에 대해 우리도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시 방위상은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앞으로의 대처를 운운했습니다. 여기서 대처란 요격 체계의 강화가 아니라 앞서 언급한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일 것입니다. 원점을 먼저 공격하면 극초음속 핵 미사일도 무력화할 수 있으니 요격의 난도를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를 추진하는 일본에게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밑밥입니다.

기시 방위상 회견 하루 전인 지난 13일 우리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도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난도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부승찬 대변인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대응 능력에 대해 설명하는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

"우리 군의 대응 능력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 언론에서도 일부 보도가 나왔는데요. 명확히 말씀드리면 우리 군은 이번 발사체에 대해서 탐지뿐만 아니라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대응 체계도 지속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상의 그린파인 레이더, 해상의 이지스 레이더, 공중의 조기경보기 레이더이 탐지하고 요격 체계의 레이더가 이어받아 추적할 수 있으면 잡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극초음속 미사일은 기존의 순항미사일처럼 낮게 활공해 레이더의 눈을 교란하면서도 탄도미사일처럼 빠릅니다. 요격이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미국도 북한의 지난 11일 시험발사에 동해로 폭격기와 정찰기를 급파하고 일부 지역 항공기 운항금지 조치를 내릴 정도로 경계했습니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우리와 일본의 반응이 이렇게 참 다릅니다. 우리는 겉으로 당당한 편인데 북한의 미사일 전력이 빠르게 강해지고 있으니 사실 골치 아파 죽을 지경입니다. 선의에 기대며 스스로를 믿는 구도입니다. 일본은 겉으로 겁먹은 척 하며 숙원 해결의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철저한 실리 추구입니다. 국제 정치는 선의보다 실리로 움직인다는 공식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상황과 처지에 따라 같은 위협에도 제각각 반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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