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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병원 '같은 일, 다른 월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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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비하인드'는 코로나19 취재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SBS 보도본부 생활문화부 박수진 기자의 취재기 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기사에는 담지 못했던 박 기자의 취재물과 생각들을 독자들께 풀어놓습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 위중증 환자가 1천 명에 육박한 날. 2백여 명의 코로나 환자를 치료 중인 서울의 한 공공병원을 찾았습니다. 평소보다 상태가 악화된 코로나 중환자들로 병상은 꽉 차 있었고, 환자를 모니터링 하는 상황실은 분주했습니다.

'힘들다' '어렵다'는 토로가 먼저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인터뷰에 응한 병원 책임자의 답은 의외였습니다.
 
"환자만 보면 편하죠. 환자만 볼 수 있으면 어려울 게 없어요."
 
이 병원에선 작년 한해 2백 명 넘는 의료진이 퇴사했습니다. 대부분은 간호사인데, 간호사의 퇴사 규모는 1년 전보다 2배 늘었습니다. 코로나 업무 자체의 고됨도 있지만 그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새 파견 간호사가 들어오면 기존 직원들이 슥 데리고 가요. '너는 얼마 받냐' 물어보죠. 병원 소속 직원과 파견 직원 간 급여 차이가 커요. 저희 병원에서 주는 급여로는 파견 급여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직원 간 묘한 갈등, 이걸 다독이며 끌고 가는 일이 사실 환자 보는 것보다 더 힘들어요."
 
[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병원 '같은 일, 다른 월급'
 

2년 간 지속돼온 '같은 일, 다른 월급'

이 병원의 8년 차 이하 정규 간호사의 평균 급여는 3백만 원대, 같은 연차의 정부(중수본) 파견 간호사는 9백만 원 대입니다.

임금 차이의 이유는 쉽게 말해 '고용주'가 달라서입니다. 정규 간호사는 병원과 계약한 직원이고, 파견 간호사는 정부 또는 지자체와 계약 후 병원을 매칭 받아 일합니다.

정부의 파견 의료진 처우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지급된 임금 베이스를 근거로 책정됐습니다. 본인의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니 기본 급여도 높고, 위험수당 등 각종 수당도 붙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이렇게 장기화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같은 직종 간 급여 차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갈등이 생기고 있는 겁니다.

제가 다녀온 공공병원은 병원의 특성상 급여가 더 낮은 편이기도 했지만, 사정이 좀 낫다는 민간 병원도 모든 간호사를 정부 파견 급여 수준으로 지급하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정부가 사기업인 민간 병원의 임금 인상을 강제할 수도 없습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병원 '같은 일, 다른 월급'
 

지금 코로나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

'같은 일을 하는데 받는 돈이 적다', 이런 상황을 감내하며 일할 노동자는 많지 않습니다. 더 많이 벌 수 있는 기회를 찾아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올해 경력 8년 차인 간호사 A 씨는 한 달 전 다니던 병원을 퇴사했습니다. 현재 중수본 파견 간호사 신청 후 대기 중입니다. 근무하던 병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이 됐고, 중환자실 경험이 있는 A씨도 코로나 병동에서 중증 환자를 담당했습니다. 늘어나는 환자와 계속되는 초과근무가 버거웠지만, 퇴사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파견 온 간호사가 있었는데, 경력이 거의 없는 분이었어요. 중환자 진료 경험은 아예 없었고요. 하나하나 다 가르쳐야 했죠. 그런데 저보다 월급이 2배 많더라고요? 경력이 한참 부족한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받는다는 게.. 뭔가 자괴감?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묘한 갈등이 생겨나면서 협업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코로나 환자와 일반 환자를 모두 진료하는 병원에서 파견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B씨는 이렇게 털어놨습니다.
 
"기존 인력과 미묘한 어색함과 불편함이 있어요. 지금 파견은 저 혼자뿐인데요. 같은 듀티(근무) 때마다 업무 공유도 잘 안되고, 저는 이 병원이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은 게 많은데 안내도 자세하지 않고..보이지 않는 벽들이 있고, 서로 좀 어색해요. 파견 간호사 오카방(오픈카톡방) 보면 저랑 비슷한 분들 많은데, '통장에 찍히는 숫자 보며 참는다'는 분들도 있고요."
 
일부 전담병원은 기존 인력 유출은 심하고, 병원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파견 인력은 제때 충원이 되지 않으면서 '중수본 파견 수준의 임금'을 내걸고 '계약직 간호사' 모집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거점 병원 되면서 (확충한 병상 대비) 인력이 더 부족해졌는데, 코로나 병원이 많아지면서 사람 구하는 곳들이 많다보니 쉽지가 않다. 파견 인력도 요청한 수준에 맞게 오지 않다보니 임금을 높여서 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병원 '같은 일, 다른 월급'
 

정부의 해법 = 파견 '출장비' 줄이기?

정부도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관련 대책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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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책이 발표되자 파견 간호사들이 크게 반발했습니다. 파견 인력에게 지급되던 출장비에는 숙박비도 포함이 되는데, 다른 수당과 달리 세금을 떼지 않습니다. 전체 급여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를 없애니 반발이 나오는 겁니다. (파견 간호사는 현재 시스템 상 전혀 연고가 없는 지역의 병원이나 선별진료소로 가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정규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왜 그걸 파견직 급여를 삭감시켜 메우려고 하느냐"는 비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정규 간호사들도 파견 인력의 급여를 삭감해 '차이를 줄이는' 조치보단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 간호사 인력 대비 적정한 환자 수, 적절한 보상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간호사들은 코로나 병동에 입실하는 순간 모든 직종의 일을 다 하게 돼요. 일반 진료뿐만 아니라 환자들 식사 배식부터 투석 처치, 욕창 소독, 채혈, 이송까지요. 저희가 하는 일이 대가만 바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하는 일 만큼의 적절한 보상과 격려가 있어야 힘을 낼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고 생각해요. 임금뿐만이 아니라 간호사 1명당 진료하는 환자 수에 대한 정확한 기준도 있어야 하고요. 사명감만으로 일할 순 없잖아요." (서울 코로나 전담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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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코로나 의료인력 기준도 행정명령 내려야"

지난해 9월 보건의료노조와 정부는 노정합의를 하면서 코로나 병상의 간호 인력 배치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중증병상 기준 병상 하나에 간호사 1.8명을 배치하기로 했지만, 이 지침이 정부 '권고'에 그치면서 현장에선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처우개선을 위한 감염관리수당(생명안전수당)은 다행히 지난해 말 국회에서 예산 1,200억 원이 통과됐고, 정부 계획대로면 "이번 달부터 병원 소속 근무 인력이 최대 월 150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게 될 예정(지난해 22일 중대본 브리핑 발표 내용)"이지만 아직 지급되진 않았습니다.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에 대비해 지금보다 더 병상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 달 말까지 늘어날 코로나 중증 병상은 1,500여 개입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 규모가 지금보다 2-3배씩 늘어나면, 아무리 델타에 비해 치명률이 낮다 하더라도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 규모도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료 현장의 '위드 오미크론'을 위해선 '지속 가능한 의료 대응'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지금 5천 병상을 확보했다고 한다면, 실제 가용 가능한 건 그 정도가 안 됩니다. 병상 수에 비해 의료 인력이 부족해서요. 병상을 늘릴 거면 그에 맞는 인력 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행정명령도 같이 내려야 합니다. 지난해 계속 건의했지만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이 기준에 맞게 병원에서 소속 의료 인력을 확충하고 파견을 천천히 줄여 나가야합니다. 용병이 아닌 정규군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해요. 처우나 근무 환경 때문에 이탈하거나 이직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 취재 : 박수진, PD : 김도균, 일러스트 : 김정연, 제작 : D콘텐츠기획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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