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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언제까지 '조종간 붙잡은 손'만 바라볼 건가

11일 F-5E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고 심정민 소령

지난 11일 F-5E 전투기 추락으로 순직한 고 심정민 소령의 영결식이 내일(14일) 고인의 소속 부대인 제10전투비행단에서 엄수됩니다. 1993년생 꽃 같은 스물아홉 청년 조종사는 그토록 사랑했던 하늘로 떠납니다.

공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순직 조종사는 다수의 민가를 회피하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은 채 민가 인근 야산에 충돌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빨간 마후라에 부끄럽지 않은 마지막 비행이었습니다.

심 소령을 하늘로 보내며 공군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길 창창한 조종사들이 제 목숨 희생하는 줄 알면서 조종간 붙들고 민가 회피하는 비행을 언제까지 지켜볼 참입니까. 수명연장 조치, 쉽게 말해 인공호흡으로 버티는 F-4, F-5를 언제까지 띄울 참인지요.

430대니, 440대니 하는 공군 적정 전투기 보유 대수가 무슨 소용입니까. F-4, F-5는 이제 버려야 합니다. 북한도 F-4, F-5는 신기해할 뿐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F-4, F-5 전면 퇴역으로 장성을 포함한 장교들 보직과 예산 뺏길까 걱정입니까. KF-21 편성 부대 TF라도 만들어 일정 정도 보직 유지하면 됩니다.

영공수호는커녕 안전도 보장 못하는 F-4, F-5는 심정민 소령의 희생을 끝으로 퇴역시키길 바랍니다. 두 노후 기종을 속히 폐기 처분하는 길이 제 2, 제 3의 심정민을 막는 방도이고, 심 소령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공군의 도리입니다.

비행 훈련 중인 우리 공군 F-5

'수명연장' 조치로 버티는 F-4와 F-5


F-5 타이거 전투기는 1977년부터 1986년까지 총 330대 도입됐습니다. 수명주기가 38년이라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폐기될 예정이었습니다. 1984년, 1985년, 1986년 들어온 뒤 살아남은 극소수의 F-5 외에 현재 모두 퇴역할 운명이었습니다.

F-4 팬텀은 1977년부터 1979년까지 총 180대 들어왔습니다. 수명주기는 40년. 1979년 제일 늦게 들어온 팬텀도 2019년에 모두 퇴역했어야 했습니다. 즉 F-4는 우리 공군 기지에 앉아 있으면 안 되는 기종입니다.

하지만 F-4와 F-5 두 기종 상당수가 현재까지 살아있습니다. 기골 보강 등 대대적인 수리를 해서 수명을 인위적으로 5년씩 연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F-5는 2020년부터 2029년까지 운용합니다. 앞으로 8년 더 비행한다는 뜻입니다. F-4의 수명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장됐습니다.

수명연장은 했지만 정상적인 기능을 내지는 못합니다. 곳곳에서 수리 수요가 쏟아지는데 부품은 단종됐습니다. F-4나 F-5 다른 전투기에서 부품을 빼내 돌려 막는 동류 전환이라는 수법으로 마지못해 생명줄을 붙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D 프린팅 기법으로 단종 부품을 만들기도 한답니다.

인공호흡으로 연명하는 와중에 치료도 제대로 못 받으니 사고는 숙명입니다. 2000년 이후 F-4와 F-5를 합쳐 17대 추락했고, 젊은 조종사 10여 명이 순직했습니다.

비행훈련 중인 우리 공군 F-4, F-4 편대

적정 보유 대수는 신줏단지인가


공군과 여러 학자들은 전투기를 400대 하고도 수십대를 더 보유해야 영공 수호할 수 있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펴고 있습니다. 미국의 랜드연구소 같은 세계적 권위의 학술기관도 북한 위협에 대비한 우리 공군의 전투기 적정 보유 대수를 최소 500대로 추정했습니다. 공군 창군 50주년 학술대회에서 한 외국 학자는 북한의 주요(minor) 표적이 10,000개 이상이고, 핵심(major) 표적이 1,000개 이상이라고 지목했는데, 전투기 적정 보유 대수는 이렇게 많은 북한 표적을 타격하기 위해 산출된 숫자입니다.

그렇다면 F-4와 F-5가 북한 표적 타격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운 좋게 기기 고장 없이 북한 내륙 깊숙이 날아가 폭탄 떨어뜨리는 데까지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6.25 때 미 공군 폭격에 혼쭐 난 북한은 방공망을 제법 촘촘히 구축하고 있습니다. F-4와 F-5의 북한 내륙 침투 비행, 대단히 어렵습니다.

육군 미사일 사령부가 운용하는 각종 사거리의 현무 지대지 미사일, 공군 F-15K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 북한 표적을 때리는 것이 우리 군의 작전계획입니다. F-4와 F-5의 작전계획 상 역할은 없거나, 있어도 명목뿐입니다. 공군도 잘 알 것입니다.

비행 훈련 중인 우리 공군 F-4

조직 해체 두려운가


400대 이상 되는 공군의 전투기 적정 보유 대수 중 4분의 1 이상 차지하는 F-4와 F-5는 허수입니다. 수명도 다 지났으니 이제 버려야 합니다. 전체를 퇴역시키면 공군 조직의 4분의 1이 사라집니다. 공군은 뼈 아픈 손실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F-4와 F-5를 대체할 한국형 전투기 KF-21 120대가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양산됩니다. KF-21을 운용할 조직과 인원을 준비하는 절차를 조기에 착수함으로써 F-4와 F-5 운용 부대 해체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럼에도 일정 기간 전투기 300대 선만 보유하는 것이 영 걸린다면 기존 전투기 짱짱하게 성능 개량해서 쓰길 바랍니다. 툭하면 러시아 공군에 전파교란당하는 F-15K 성능 개량하고, FA-50 무장 강화하고, F-35A 결함 확실하게 잡아내면 KF-21 나올 때까지 그럭저럭 버팁니다.

F-15K 성능개량이 지지부진한 것은 공군과 방사청의 의지가 동시에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항전장비 셧다운으로 동체 착륙한 F-35A의 사고 조사도 미 측에 휘둘리는 분위기가 감지되는데 좀 강단 있게 밀어붙여야 합니다. FA-50에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확실한 지름길이 있는데 아무도 결심을 안 합니다.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군 당국의 나태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여야 대선 캠프는 선택적 모병제, 병사 월급 200만 원 같은 물정 모르는 공약 내지 말고, F-4와 F-5 등 각군의 노후 장비를 치밀하게 파악해서 조기에 교체할 방안이나 강구했으면 좋겠습니다. 표 몇 장이 아니라 진정 안보를 생각한다면 그리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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