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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시각장애인이 온라인으로 마스크 사는 법

[마부작침] 시각장애인이 온라인으로 마스크 사는 법
코로나19로 시작된 언택트 생활. 비대면으로 하는 활동들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밖으로 나가질 않아도 클릭과 터치 몇 번 만으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좋아지기도 했고요. 아마도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가 익숙한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쇼핑몰 사이트에 들어가서 클릭 한 번이면 집 앞에 상품이 배달되고, 어플로 몇 번 누르기만 하면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장애인들이 온라인으로 쇼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각장애인이 온라인으로 마스크를 사야 한다면? 당장 컴퓨터에서 시각적 정보를 차단한다면 어떨까요. 모니터와 마우스 없이 오로지 키보드만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을까요?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장애인들의 웹 접근성은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나 시각 장애인들의 접근성은 더욱 취약해진 상황인 만큼 마부뉴스가 한 번 정리를 해보려고 해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건 "시각장애인이 온라인으로 마스크를 사는 법"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에 대체 텍스트 제공하라"


5년 전, 시각장애인 963분이 대형 유통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낸 일이 있어요. 온라인 쇼핑몰에 음성 안내 서비스가 없는 탓에 차별을 받고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한 거죠. 음성 안내 서비스를 사용하면 웹 페이지에 있는 글자들을 소리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 입장에선 필수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쇼핑몰에 올라온 상품 정보들이 이미지에 담겨 있는 탓에 시각장애인들은 상품의 상세 설명과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도가 없었죠.

2021년 2월, 긴 소송 끝에 법원은 "대체 텍스트를 갖추지 않은 건 장애인 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고 인정했어요. 그리곤 원고 1명 당 10만 원씩 지급하고 온라인 상품정보에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라고 판결했죠. 2008년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시행된 후 온라인 쇼핑몰을 상대로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성 차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받은 첫 사례입니다. 물론 유통업체들은 모두 항소했어요.
꼭꼬가 브이를 하고 있다

웹 접근성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장애의 구분 없이 모든 사용자들이 웹에 올라와 있는 정보와 기능을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우리나라는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1>을 두고 있는데, 이 지침에는 눈으로 화면을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이미지에 대한 설명을 대체 텍스트로 입력하도록 되어 있어요.

위에 그려져 있는 홈페이지에 들어간다고 한 번 생각해볼까요? 왼쪽엔 꼭꼬라는 닭 캐릭터 이미지, 오른쪽엔 글이 적혀있습니다. 이 홈페이지에서 음성 안내 서비스를 켜고 이미지 영역을 선택한다면 alt 속성에 들어있는 "꼭꼬가 브이를 하고 있다"라는 글자의 음성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비장애인이 이미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동등하게 제공하는 거죠. HTML <img> 태그의 alt 속성은 대체 텍스트가 들어가는 영역인데, alt는 alternative text의 앞 3글자에서 따온 거예요. 하지만 페이지를 제작할 때 추가로 입력해야 하는 탓에 많은 홈페이지에서 대체 텍스트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이미지를 참고하세요


대체 텍스트에는 이미지의 의미나 용도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합니다. 이미지에 담겨있는 텍스트가 동일하게 들어가면 가장 좋죠. 그렇다면 2022년 현재, 우리나라 주요 쇼핑몰의 상황은 어떨까요? 법원의 지적을 받았으니 그 사이 변화했는지, 주요 쇼핑몰 홈페이지 정보를 크롤링해봤습니다. 대상은 국내 쇼핑몰 2곳(쿠팡, G마켓)과 해외 쇼핑몰 1곳(아마존)으로 한정했어요.

국내 쇼핑몰에서 마스크, 영양제, 신발, 밀키드 등 생필품을 검색해보니 제품 항목명에 적혀있는 제목 글자가 대체 텍스트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OO 일회용 마스크, 100개입, 1개, 블랙"이라는 상품명이 대체 텍스트에도 고대로 있는 거죠. 다행히도 음성 안내 서비스를 켜면 시각장애인이 상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더라고요. 다만 상품 이미지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지만 이미지에 붙어있는 할인 마크나 인증 마크 등의 정보는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국내와 해외 온라인 쇼핑몰 페이지를 비교함

하지만 문제는 상품 클릭 이후에서 발견됐어요. 우리나라 쇼핑몰에서는 상품 상세 정보를 기다란 이미지에 다 넣어서 제공하고 있잖아요. 그 기다란 이미지에 대체 텍스트가 담겨 있지 않으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겁니다. 제품 설명 하단에 상품 정보 제공 고시 항목에 텍스트로 입력하도록 되어 있지만 거기에는 "자세한 정보는 상세 설명 이미지 참조"라고 적혀있거든요.

식품 성분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분표는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정말 중요한 정보인데, 이미지로 제공해주는 탓에 시각장애인이 식품의 성분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길이 없어요. 반면 해외 쇼핑몰에서는 텍스트로 제공을 해주면서 음성 안내 서비스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자 오레오를 검색해봤습니다. 국내 쇼핑몰(G마켓, 쿠팡, SSG, 11번가)에서는 영양 성분과 기본 정보 모두 이미지로 제공해주고 있더라고요. 여기에 대체 텍스트는 따로 없었습니다. 반면 해외 쇼핑몰(월마트, 아마존)에 들어가 보면 영양 성분과 기본 정보가 모두 텍스트로 표시되어 있어요. 첨부된 이미지에도 대체 텍스트가 하나하나 들어가 있어서 시각장애인도 모든 정보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죠.
 

우리나라 웹 접근성 점수는 60.7점


인터넷 쇼핑뿐만 아니라 인터넷 뱅킹, 영화 관람을 위한 예매, 증권 거래, 주민센터에서 서류를 떼는 것까지... 요즘 시대에 온라인 기술과 비대면 기술을 활용하는 건 필수적입니다. 게다가 더 많은 분야들이 언택트 산업으로 들어오고 있기도 해요. 코로나19로 등교가 올 스톱되면서 등장했던 비대면 원격 교육이 그 대표적인 사례겠죠. 하지만 아직까지 모든 영역에서 접근성이 동등하게 갖춰져 있지 않아서 장애인들은 불편함을 겪고 있어요.

모든 사람이 모든 정보를 동등하게 이용하는 건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정부에선 매년 <웹 접근성 실태조사>를 통해 이 기본권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어요. 위에선 쇼핑몰의 대체 텍스트만 얘기했지만, 웹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들은 다양합니다. 동영상의 소리를 대신할 자막과 수화 제공, 색맹을 위한 색상 등 총 24가지의 검사 항목들이 있거든요.
2020년 업종별 웹 접근성 점수 현황

2020년 우리나라 웹페이지의 전체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60.7점입니다. 2019년과 비교해보면 53.7점에서 7점 오른 건데, 여전히 미흡하죠. 2019년엔 조사한 1,000개의 웹사이트 중에 75점 미만인 경우가 666건으로 66.6%였는데, 2020년엔 그 수치가 821건으로 80% 이상으로 확 늘었어요. 전체 평균 점수는 늘었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높은 점수를 받은 웹사이트는 오히려 줄어든 상황입니다.

가장 웹 접근성이 잘 갖춰진 업종은 금융 및 보험업이었어요. 71.5점으로 평균보다 10점이 넘는 점수를 받았죠. 2019년의 점수 60.7점과 비교해도 10점 넘게 상승한 겁니다. 반면 숙박 및 음식점업은 53.6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어요. 쇼핑 사이트를 포함한 도매 및 소매업도 55.3점으로 뒤에서 2등을 했죠. 두 업종은 나란히 2019년 대비 점수가 하락하기도 했어요. 평가 항목 중에서는 대체 텍스트 제공 항목 준수율이 24.1%로 가장 낮았습니다.
 

접근성의 부족은 정보격차를 일으킨다


- 2020년 기준 디지털 정부 평가 OECD 국가 중 1위
- 2019년 기준 디지털 경제 규모 전 세계 4위


우리나라의 디지털화 수준은 남 부럽지 않은 위치에 있습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짙은 만큼, 디지털화가 많이 진행된 우리나라에서 웹 접근성이 떨어지게 되면 그 차이는 더 큰 정보 격차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도 하죠. 모든 걸 디지털로 얻을 수 있는 시대에서 디지털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구조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을 테니까요.
2014년과 2020년의 취약계층의 정보화 지수 비교

2020년 디지털 취약계층의 정보화 지수는 72.7점입니다. 일반 국민의 정보화 수준을 100이라고 할 때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정보화 지수가 72.7%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거예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과거에 비해 그 격차는 줄어들었습니다. 2014년 취약계층의 정보화 지수는 50.1점이었거든요. 장애인도 2014년 60.2점에서 2020년 81.3점으로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어요. 여전히 격차가 가장 큰 계층은 고령층인데, 2020년 현재 점수는 68.6점입니다.

이런 정보격차가 누적되면 단순히 격차로 그치는 게 아니라 불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요. 코로나19로 우후죽순 생겨난 키오스크를 생각해볼까요? 키오스크를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들과 노인들은 특별한 교육과 보조 수단이 갖춰지지 않으면 사용하기 어렵죠. 그렇게 되면 키오스크에 수집되는 데이터엔 아예 노인과 장애인들의 데이터만 포함되질 않게 될 겁니다.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게 된다면 아예 장애인과 노인은 고려되지 않을 수 있는 거죠.
 

우리 모두를 위한 정책


우리나라에선 매년 웹 접근성 실태조사도 이뤄지면서 상황도 파악되고 있지만 개선 속도가 빠르진 않습니다. <웹 접근성 지침>처럼 가이드라인도 갖춰져 있지만 지침을 준수하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하거나 강제하고 있지 않거든요. 그 사이 피해를 보고, 차별을 겪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어요.

혹시 작년 말에 마부뉴스의 <출근시간 장애인 기습시위, 어떻게 생각해?> 레터 기억나시나요? 장애인 이동권을 다뤘던 레터에서도 한 번 이야기했었지만 대부분의 장애는 후천적 장애가 훨씬 많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웹 접근성 정책은 시각 장애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를 위한 정책일 수 있겠죠.
대체 텍스트가 들어간 이미지 구성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웹 접근성과 정보 격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독자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언젠가 모든 웹사이트에 대체 텍스트가 다 들어가서 장애에 상관없이 모두가 동등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오늘은 아래 링크에 있는 <웹 접근성 체험>을 해보고 소감을 들려주면 좋겠어요! 해보면 오늘 마부뉴스가 더 와닿을지 모르죠 :)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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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강수민, 강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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