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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ADD, '미사일 올인'하더니…北 미사일에 밑천 드러내고 망신

[취재파일] ADD, '미사일 올인'하더니…北 미사일에 밑천 드러내고 망신
국내 최고 미사일 전문가를 자처하는 박종승 박사가 ADD(국방과학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한 이래 ADD는 미사일 개발에 말 그대로 올인하고 있습니다. ADD 안에 미사일 연구원을 신설해 ADD 전체 인력의 3분의 1을 쏟아부었습니다. 공격용 미사일과 요격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미사일도 중요하지만 항공력·지상력·해상력·미래전력의 균형적 증강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ADD 내부에서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ADD의 수장이 미사일 전문이라 '마이너'들의 반론은 소리 없이 진압됐습니다. ADD는 순탄하게 '미사일 왕국'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ADD의 미사일 실력은 빼어나야 마땅합니다.

지난 7일 ADD의 미사일 실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지난 5일 발사체에 대한 ADD의 분석과 평가를 기자들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입니다. 그런데 박종승 소장을 필두로 ADD의 미사일 최고 고수들이 나서 북한이 주장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의 실체를 부정했습니다. 그냥 탄도미사일에 불과하고 우리 미사일 중에서도 좀 오래된 현무-2C보다도 못하다고 혹평했습니다.

나흘 만에 ADD의 밑천이 드러났습니다. 미국이 서부지역 항공기 운항을 금지하고 첨단 정찰기를 보내 북한을 감시하더니 북한이 지난 5일과 똑같은 형상의 발사체를 어제 또 쐈습니다. 합참에 따르면 속도는 마하 10으로 2배가 됐고, 비행거리도 부쩍 늘었습니다. 북한은 오늘 "사거리 1,000km에 극초음속 미사일 최종 시험발사 성공"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민간의 학자들, 여러 국방부 출입 기자들이 짚었듯 북한이 올 들어 쏘는 발사체는 초기 개발 단계의 극초음속 미사일입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니"라는 ADD의 분석은 틀렸습니다. ADD가 미사일 연구 조직은 키웠는데 실력은 영 신통치 못합니다.
 

신형 미사일 초기 개발의 증거들

북한이 작년 9월과 지난 5일, 그리고 어제 쏜 발사체에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장소가 북한에서도 북쪽 내륙인 자강도 무평리입니다. 동북 방향으로 딱 1발씩 쐈습니다. 일정 기간을 두고 같은 곳에서 1발씩 쏘는 행태는 북한이 새로운 단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반면 개발이 끝나 전력화된 단거리 미사일들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한꺼번에 여러 발 쏩니다.

작년 9월과 지난 5일, 그리고 어제 발사체들의 비행 궤적도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탄도미사일처럼 치솟아 올랐다가 정점을 찍고 낙하하더니 순항미사일처럼 활강 비행했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궤적입니다. 최고 속도도 작년 9월 마하 3~4에서 지난 5일 마하 5~6, 어제는 마하 10에 도달했습니다. 작년 7월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서 마하 7이 나온 것을 보면 북한의 극초음속 기술 발전 속도가 눈부십니다.

북한 김정은은 어제(11일) 극초음속 발사 현장을 방문해 시험 발사를 지도했다.

종합하면 북한은 본격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오늘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선포했지만 현재는 개발 초기 단계로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성공의 관건은 활강 구간의 속도가 마하 5~6 이상을 유지하느냐 입니다. 북한이 최종적으로 어떤 극초음속 미사일을 만들어낼지 알 수 없습니다. 즉 사거리, 속도 등 핵심 제원은 지금으로선 미지수입니다. 빼어나지 않더라도 제법 구색을 갖춘 극초음속 미사일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보다 요격하기가 어렵습니다. 순항미사일처럼 저고도로 비행해 레이더망을 피하면서도 속도는 탄도미사일처럼 빠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군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성공을 기정사실화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언젠가 할 일이 아니라 당장의 의무입니다. 실패할 것이란 기대는 애저녁에 버려야 합니다.
 

"극초음속 미사일 아니"라는 ADD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추정 발사체에 입을 다물던 군 당국이 지난 7일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자처했습니다. 군 고위 관계자와 함께 미사일에 정통한 국방 기관 과학자들이 브리퍼로 나섰습니다. 미사일에 정통한 국방 기관은 바로 ADD입니다. 박종승 소장과 ADD의 미사일 연구 관련 고위직들이 브리핑에 참석했습니다.

사실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경고음을 울려야 할 곳이 ADD입니다. 그런데 ADD는 레드 라이트 대신 그린 라이트를 켰습니다. 그들은 "북한 발사체는 극초음속 미사일도 아니고 그냥 탄도미사일"이라고 했습니다.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의 시험발사 속도도 마하 6입니다.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지난 5일 마하 5~6, 어제 마하 10을 찍었습니다. 북한 미사일은 지르콘보다 한참 후발주자인데도 쏠 때마다 기록 경신입니다. ADD는 현무-2C와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교했는데 ADD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북한 발사체의 비행 궤적입니다. 현무-2C와 완전히 다른 궤적인데 ADD 박종승 소장 등은 현무-2C와 북한 발사체를 동일 계열인 양 비교했습니다.

ADD처럼 "북한 발사체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니"라고 자기 최면을 걸면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습니다. 깨어나면 현실은 악몽이 됩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사일 과학자를 자처하는 자들이 북한 미사일을 이렇게 허술하게 분석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ADD가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위협을 과소평가하면, 군도 그대로 과소평가합니다. 대북 방어태세에 큰 구멍이 날 판입니다.
 

ADD를 전면 개혁하라는데…

국민 불안을 우려하는 청와대나 국방부의 지시를 받고 ADD가 일부러 틀린 판단을 하는 척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랬다면 과학이 정치에 놀아난 꼴이라 더 큰 문제입니다. 객관적 사실을 정치에 팔아먹는 과학자는 과학자도 아닙니다.

작년 발표된 감사원의 ADD 감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ADD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연구개발하랬더니 업체에 시제 개발 맡긴 채 뒷짐 지고 사업관리에 열중했습니다. 비닉(秘匿)이나 최첨단 무기도 아닌 일반 무기체계 개발은 방산업체에 넘기라는데도 붙들고 버티기 일쑤입니다. 그래 놓고 개발 기간은 방산업체보다 오래 잡아먹어 감사원의 엄중한 질타를 받았습니다.

십수 년 전부터 ADD를 개혁하라는 각계의 요구가 쏟아졌습니다. 국회도 간청하고 ADD를 관리감독하는 방사청장도 ADD 개혁을 노래했습니다. ADD를 슬림화하고 진짜 연구개발에만 전념하는 연구소를 만들라는 외침입니다. 하지만 ADD는 미사일 연구원만 비대하게 키웠습니다. 그래 놓고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앞에서 무력했습니다. ADD의 실력이 이 정도로 퇴락했다면 보통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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