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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 (1/11) : 고1인데 ▲▲당원…정치에 새 바람?

스브스레터 이브닝 최종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정당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고등학교 1학년. 이제 볼 수 있게 됐네요. 만 16세 이상이면 누구나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정당법 개정안이 오후에 국회를 통과했어요. 정당 가입 연령이 지금까지는 만 18세 이상이었으니까 두 살 어려진 거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1 정당인, 고3 의원님 볼 수 있다

개정된 정당법은 만 16세 이상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여야가 선거전을 치르는 와중에도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고요.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이미 지난달 31일, 그러니까 열흘쯤 전에 개정된 공직선거법의 후속 조치 거든요.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 선거 피선거권 연령 기준을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낮췄지요. 피선거권 나이가 낮아진 건 헌정사상 처음이어서 의미가 적지 않은데요, 이렇게 낮아진 피선거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려면 정당 공천이 가능해져야겠죠. 만 18세 정당 가입 기준을 그대로 둔다면 만 18세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은 정당 활동을 거의 못하게 되니까 공천 절차에서 배제되는 불합리한 모순이 발생하거든요. 그래서 지체없이 정당 가입 나이 기준도 만 16세로 내린 거죠. 쉽게 정리해 볼게요. 당장 오는 3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에 만 18세 넘는 고3이 출마할 수 있게 됐는데, 오늘(11일) 개정된 법이 공포만 되면 정당 가입해 정당의 공천을 받아서 '▲▲당' 후보로 출마할 수 있는 거죠. 정당 가입 연령이 하향되지 않으면 무소속으로만 출마할 수 있는 거고요. 

국회 본회의 (사진=연합뉴스)
 

'법정 연령' 없애고 정당 자율에 맡기자?

정당 가입 연령을 낮추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아예 연령 제한을 없애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해요.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다수 의원이 (연령제한) 전면 폐지를 통해 정당의 당헌당규로 규정할 것을 제안했는데도 16세로 연령을 제한한 점이 아쉽다"고 했는데요, 법률로 정하지 말고 정당 자율에 맡기자는 의견도 꽤 있었나 봅니다. 

실제로 미국과 서유럽에선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 '법정 연령'이 없는 곳이 많죠. 연합뉴스 취재를 보면 영국은 정당에 맡겨져 있는데 집권당인 보수당은 당원 가입 연령 기준이 없고 보통 만 16세 이상의 나이에 입당한다고 하네요. 노동당의 입당 허가 연령은 14세, 녹색당이 16세 이상이고요. 독일도 비슷해요. 기독교민주연합, 자유민주당 등 우파 계열 정당은 16세 이상, 사회민주당 등 좌파 계열 정당은 14세 이상이 가입할 수 있다고 해요. 미국이나 일본도 법정 연령 제한은 없는데요, 대부분 정당이 만 18세 이상이라는 기준을 둔다고 하네요.
 

청년층 '과소대표', 이제 바뀌나?

피선거권이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되고, 정당 가입 나이도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낮아진 건 청년층 정치 참여의 문이 넓어졌다는 얘기죠. 지금의 정치 구조에서 청년층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요, 만 18세에서 39세의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데도 지난 21대 총선에 당선된 국회의원은 4.3%에 불과했죠. 50대가 유권자 18.8%에 59%의 당선자를 배출한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에요. 그래서 중앙 정치무대에서 청년층은 과소대표되고, 중장년층은 과대대표되는 문제가 늘 제기돼 왔죠. 국제의원연맹 (IPU)의 자료를 보니까 우리의 청년 의원 비율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네요. 국제 의원들의 나이별 비율은 30세 이하가 2.6%, 40세 이하 17.5%, 45세 이하 30.2%로 집계됐군요.

(사진=IPU 홈페이지)
이런 현실에서 청년들에게 정치의 기회를 보장하는 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죠. 피선거권을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한 국회 정개특위가 배경을 설명한 적인 있는데요, “청년을 비롯한 시민들의 공무담임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했어요. 

여야 정치권의 현실적인 고민도 반영된 걸로 보이네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먼저 피선거권 연령 인하를 언급했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화답하면서 논의가 빨라졌죠. 여야가 차기 대선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공감대가 쉽게 형성된 것으로 보이네요. 여야 모두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정치 개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기대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히고요. 

물론 정치할 수 있는 나이를 낮췄다고 청년층의 정치권 진출을 담보할 수는 없죠. 젊은 신인을 발굴하고청년층의 정치입문이 활발해 지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한데요, 기성 정치권이 풀어야 할 과제죠.  
 

"민주주의 성숙" VS "교실 정치화"

청소년 단체들은 정당 가입 연령 기준 하향에 대해 환영하고 있어요. 한국청소년정책연대는 '민주주의를 한층 더 성숙시키고 청소년 사회참여의 진일보한 의미를 가져온 조치'라고 평가했네요. 전교조 측에서도 "정당 가입에는 연령제한이 특별히 필요하지 않다. 청소년도 국가의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 존중받기 위한 권리가 필요하다. 청소년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이 시민으로서의 삶의 역량을 강화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라며 반기고 있고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우려하는 입장인데요, "정당 간 이념 대립이 국론분열의 원인이 되는 후진적 정치가 미성년 학생들에게 파고들어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정당에 가입한 학생들이 학교에서 정당 홍보, 가입 권유 활동 등을 할 경우 교실 정치장화와 학습권 침해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냈어요. 학부모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각 정당에서 정당인으로 청소년들을 확보하려고 하면서 교실이 정치의 장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면서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고 있네요. 
 

대통령 피선거권 나이도 낮추자?

대통령 피선거권은 헌법에 규정돼 있는데요, 대통령 후보 자격에 대해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죠. 대통령 피선거권 나이를 낮추려면 개헌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죠. 하지만 청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을 타고 대통령 피선거권을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해질 가능성은 있죠. 특히 청년 유권자가 중요해진 이번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의제를 던질 수도 있고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등이 모두 30대에 국가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고 하네요. 우리도 젊은 국가 지도자를 볼 수 있을까요?
 

오늘의 한 컷

화성 추락 전투기 잔해 조사하는 군 관계자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화성의 야산에 추락한 공군 F-5E 전투기 사진이에요. 이 전투기는 공군 10전투비행단 소속인데요, 이륙 후 상승 중에 엔진 화재 경고등이 켜진 뒤 기체가 급강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요. 30대 대위가 조종사인데요, 두 차례 '이젝트'(Eject·탈출하다)를 외치며 비상탈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순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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