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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별 문턱서 "다 잊자" 껴안은 尹 · 李…비 온 뒤 땅? 불안한 동행?

결별 문턱서 "다 잊자" 껴안은 尹 · 李…비 온 뒤 땅? 불안한 동행?
다시 안 볼 사이처럼 으르렁대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돌연 대선 승리를 위한 '원팀'을 외치며 포옹했습니다.

이 대표를 당장 끌어내려야 한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던 의원들은 윤 후보와 끌어안은 이 대표 이름을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둘의 관계는 지난 6일 종일 냉탕과 온탕을 오갔습니다.

어제(6일) 오전만 해도 윤 후보와 이 대표는 '별의 순간'을 뒤로 하고 '이별의 순간'으로 향하는 듯했습니다.

윤 후보가 이 대표 제안대로 지하철역 출근길 인사에 나섰으나 이 대표가 "관심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반목하는 기류가 뚜렷했습니다.

윤 후보가 신임 사무총장과 부총장 임명안을 들고 간 비공개 최고위에선 이 대표가 "내 도장 찍힌 임명장은 줄 수 없다"고 버텨 서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초유의 당 대표 사퇴 결의를 추진한 것은 이번 내홍의 클라이맥스이자 중대 분수령이 됐습니다.

의총 초반은 갈등 해소에 '에누리'를 두지 않는 듯 험악한 분위기였습니다.

자리에 없는 이 대표를 향해 "사이코패스·양아치"라는 욕설이 날아가 꽂혔습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의총에 출석해 의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 시작하면서 폭발 일보 직전이었던 의총장에서 김이 빠지고 온화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특히 의원들의 마음이 풀어진 변곡점은 이 대표가 "세 번째 도망가면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대목이었다고 합니다.

'이 대표가 수틀리면 또 뛰쳐나갈 것'이라는 윤 후보의 불신과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있다'는 이 대표의 소외감이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다 툭 끊어진 순간이었습니다.

여의도 당사에 머무르면서 의총장 기류를 시시각각 보고받던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진정성을 내보였다는 전언에 "짐을 싸 건너올 채비를 했다"고 합니다.

이번 화해는 윤 후보와 이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먼저 지지율 추락으로 곤경에 처한 윤 후보는 '2030 대변자'를 자처하는 이 대표를 내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통 큰 '대인배' 면모를 보임으로써 '꼰대' 이미지를 뒤집는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입니다.

'이 대표를 내치면 대선에서 진다'는 당 원로들의 조언이나 '이 대표와 같이 가야 한다'는 청년 보좌역들의 건의도 윤 후보의 결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입니다.

일부 측근이 이 대표와의 화해를 극구 만류했으나, 이번에는 '윤핵관'의 조언보다 이대로 가면 대선에서 질 수도 있겠다는 '육감'을 우선시했다는 것입니다.

반면, 의원들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반란'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이 대표에게도 출구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사퇴 결의가 최종 의결될 경우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는 것입니다.

마침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선대위 해산을 선언한 것에 대해 비교적 긍정 평가하며 획기적인 공동 선거운동을 제안했던 터였습니다.

지난달 초 '울산 담판' 때와 마찬가지로 김기현 원내대표를 사태 봉합의 일등 공신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윤 후보의 의총장 깜짝 방문도 김 원내대표와의 긴밀한 소통 끝에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후보가 오후 6시 20분에 의총장에 오겠다고 하자 김 원내대표는 비공개 토론이 한창이니 오후 7시에 와달라고 조율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의원들은 어제 오후 늦게 '이 대표의 언행에 심각한 일탈이 있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절대다수 의원은 이 대표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한다'는 등 2개 항으로 구성된 사퇴 결의 초안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이 초안을 들고 이 대표를 압박해 화해의 결정적 계기가 된 그의 의총 참석을 끌어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국회사진기지단, 연합뉴스)

일단 국민의힘은 급속도로 원팀에 가까워진 모습입니다.

벌써 당내에서는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졌다'는 자평이 나옵니다.

윤 후보는 화해 계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피는 물보다 진하다"며 "저희는 피 같은 당원"이라고 답했다. "지나간 것을 다 털고 잊어버리자"고 거듭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유일하게 두려운 것은 이기지 못하는 것"이라며 "후보와 신뢰를 구축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을 사과하고 선거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했습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의 재결합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윤 후보가 조만간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가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최악의 파국을 막기 위한 '언 발에 오줌 누기'로, 여전히 불안한 봉합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윤 후보의 고집과 이 대표의 즉흥적인 태도가 언제든 불꽃을 일으켜 극심한 내홍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 대표를 강하게 비토하던 핵심 지지층을 껴안는 것은 윤 후보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2030이 돌아오는 만큼 골수 지지층이 이탈할 수도 있다"며 "윤 후보가 중심을 잘 잡고 주도권을 놓치지 않아야 그런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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