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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비하인드] "백신을 맞으라고 한 제 잘못일까요"

코로나 비하인드 2편_수정
준우 어머니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말, 청와대 분수대 앞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준우의 영정 사진을 안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백신 피해자 가족들의 기자회견 현장. 울분과, 정부와 언론을 향해 날카로운 말들이 쏟아질 때도 준우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아들의 사진을 꽉 안은 채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겠다며 청와대로 향하는 가족 대표단의 뒤를 따르면서도 어머니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백신을 맞으라고 한 제 잘못일까요

두 번째 만남은 지난 4일 국회였습니다. 야당 국회의원이 주최한 청소년 백신 부작용 피해 학부모 증언 간담회였습니다. 이날도 어머니의 품 안엔 아들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눈물도 계속 됐습니다. 다만 첫 만남 때와 달리, 어머니의 목소리엔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나와 말하는 이유는, 우리 아들의 죽음이,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맞은 백신 접종의 부작용이기 때문입니다. 백신 접종 75일 만에 저희 아들은 하늘의 별이 됐습니다. 쓰러지기 전날까지 건강하게 밥 한 공기, 치킨 뚝딱 먹던 우리 아들은 지금 제 곁에 없습니다."
 
(▶관련기사 : [영상] 코로나 백신 맞고 숨진 아들…대학 합격 전화 받은 어머니)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국회 같은 장소에서 다른 의원이 주최한 코로나 백신 피해자 가족들의 증언 대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곳에 준우 어머니는 없었습니다. 당시는 '백신 접종 후 고3 첫 사망' 관련 기사가 한창 나오던 때입니다. 그 '고3'이 준우였습니다. 어머니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지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습니다. 증언 대회가 있고 8일 후, 질병관리청은 정례브리핑에서 준우의 사망과 백신 접종의 인과성이 없다는 결론을 발표했습니다. 그날은 준우가 살아있다면 수능 시험을 봤을 날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기사를 통해 '인과성이 없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준우 어머니는 그렇게 거리로 나왔습니다.

엄마는 받아들일 수 없는 아들의 '백혈병'


준우는 지난해 8월 13일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했고, 10월 25일 학교에서 쓰러져 이틀 후인 27일 새벽 사망했습니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백신 부작용에 따른 혈소판 감소와 다발성 뇌출혈에 의한 급성 백혈병'을 사망 원인으로 추정했고 질병관리청에 이상반응 신고도 이뤄졌지만 피해조사반 평가 결과 백신 접종과는 인과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됐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준우가 접종할 당시 백혈병이 이미 발병해 있었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접종을 했고 이후 백혈병이 확인됐다고 말합니다.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백혈병을 이미 갖고 있는 상태였는데 이를 모르고 백신을 접종을 했다는 겁니다. "아빠보다도 어깨가 넓고, 마지막 등교 당일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집을 나섰던" 아들이 알고 보니 백혈병 환자였단 사실을 어머니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백신 접종 전 의사의 간단한 예진으론 이런 사실을 알 수도 없었고, 혹시 모를 기저질환을 검사하는 절차도 없이 접종을 하지 않았냐는 게 어머니의 주장입니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피해 사례로 신고가 됐지만,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A4 한 장 짜리 피해조사 심의 결과에 준우는 '5'로 분류돼있습니다. 현재 인과성 분류 체계는 ▷인정 (1,2,3), ▷인과성 인정이 어려운 경우(4-1, 4-2) ▷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 (5)로 나뉩니다. 준우는 '명확히 인과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겁니다.

질병관리청은 대한혈액학회 자문 결과 아직까진 코로나19 백신이 백혈병을 유발한다는 근거는 없다고 말합니다. 이상반응으로 주로 신고되는 백혈병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인데, 백신 접종 후 수일 또는 수개월 후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생한다는 건 이론적으로 맞지 않다는 겁니다. 국내에서 매년 3,500명 정도의 백혈병 환자가 나오고, 급성 골수성 백혈병만 따져도 하루에만 수명의 환자가 새롭게 진단되기 때문에 "백신 접종 후 급성 백혈병이 생겼다고 오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방역 당국의 공식 입장입니다. (지난해 9월 2일, 질병관리청 브리핑 中)

과학 또는 의학의 판단은 일반인이 넘기 어려운 벽입니다. 해당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현재까지 나온 전 세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을 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아직까진 "백신의 어떤 성분도 인체에 해가 되거나 질환을 발생시킨다고 확인된 것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입니다. 해외에서도 백혈병을 아직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인정한 국가는 없습니다. 현재까지의 과학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의문과 의심을 해소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준우 사망진단서를 보면 직접 사인은 뇌출혈이에요. 백혈병은 추정으로만 나왔어요. 준우는 혈소판이 너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고, (쓰러지고 나서 이틀 동안) 코마 상태였기 때문에 골수 검사도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질병관리청은 백혈병이라고 해요. 이걸 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요?" (12월 30일 인터뷰 中)
 

국가가 0.015%의 국민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


지난 2일 기준 국내에선 1억 385만 964건의 예방접종(1,2,3차 접종 합산)이 진행됐습니다. 이중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생겼다고 신고된 사례는 41만 8,747건, 비율로 따지면 0.4%입니다. 이 41만여 건의 신고 사례 중 96%는 주사 부위 통증, 발열 등의 일반적인 이상반응입니다. 중증, 사망과 같은 '중대한 이상반응'은 3.7% 수준인 1만5,525건. 전체의 0.015%입니다.(이중 준우처럼 사망 신고가 된 사례는 1,178건으로 전체의 0.001%입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2편_정방향. 도표
신고 된 이상반응 사례 중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이 44차례 회의(12월 23일 기준)를 거쳐 평가한 사례는 4,260건. 이중 백신 때문에 생겨난 이상반응이 맞다고 인정된 경우는 625건(사망 2건, 중증 5건, 아나필락시스 618건), 14.7%입니다. 근거가 불충분해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하긴 어렵지만, 일단은 3천만 원 이내의 의료비를 지원하고 근거가 확보되면 재평가하겠다고 분류된 경우는 80건, 1,87%입니다. 바꿔 말하면, 정부가 평가한 이상반응 사례의 83%(3,542건˙보류 제외)는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통계는 접종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이 별 이상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백신을 맞는 것이 맞지 않는 것보다 "중증으로 이행될 확률이 93% 감소 한다 (지난 4일, 중대본 브리핑)"는 예방 효과까지 더해지면 현재로선 '백신을 맞는 것이 맞지 않는 것보다 득이고, 이것이 접종의 위험성을 상쇄한다'는 가설이 생겨납니다. 그런데, 0.015%의 국민들에게도 이 가설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백신 접종 피해를 호소하는 분들을 취재할 때마다 저 스스로에게도 되묻는 질문입니다. '나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관점에서 보면, 정부가 0.015%의 국민을 대하는 태도엔 부족함이 있습니다. 이상반응을 신고하면, 우선 지자체 신속대응팀이 1차 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질병관리청 이상반응피해조사반에서 최종 심의를 합니다. 당사자와 가족들은 최종 심의 결과를 통보받습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심의 결과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A4용지 한 장 짜리 문서를 받게 되는데, 여기엔 인과성 평가 분류 체계에 따른 결과와, 그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가 아래처럼 쓰여 있습니다.
 
'현재까지 조사된 피접종자의 의무기록 및 기저질환과 전반적인 상태를 검토한 결과 코로나19 백신접종과 ○○○ (이상반응 증상)과의 인과성은 인정되기 어려움.'

인과성이 없다는 말은 있지만 왜 인과성이 없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현재까지 조사된 의무기록 및 기저질환과 전반적인 상태를 검토한 결과>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안내문의 내용만으론 알 수가 없습니다. 구체적 내용을 알고 싶어 보건소, 질병청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보건소는 '질병청에 물어라'고 하고, 질병청은 전화도 되지 않는다는 게 이상반응 호소자들의 공통된 증언입니다.

피해조사 심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누구고, 내 신고 사례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냈으며, 그 의견들은 무슨 근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어떤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인과성이 없다고 결론을 낸 것인지는 현재로선 알 방법이 없습니다. 피해조사 심의에 참여한 구성원의 정보와, 회의 내용은 현재 기준 모두 비공개입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백신을 맞으라고 한 제 잘못일까요
"개인 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하는데, 가족은 모르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죽은 사람이 내 아들이잖아요. 심지어 병원에서도 가족관계 증명서를 가져가면 담당 주치의가 환자의 증상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는데, 왜 정부는 법으로 정해진 거라 안 된다고만 하는 거죠? 보호자는 심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고 질병청에서 날아온 이 종이 하나로만 알아야 되는 게 정상적인가요?" (1월 4일 국회 간담회, 준우 어머니 발언 中)


저는 지난해 4월에도 같은 문제를 지적한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취재파일] "백신 아닌 기저질환 때문"..이 말이 신뢰를 받으려면) 당시는 피해조사반이 결론을 내린 이상반응 신고 사례가 49건 정도였습니다. 7개월이 지난 1월 현재 피해조사반에 평가 상정된 신고 사례는 4,260건. 접종 규모가 늘어난 만큼 피해 신고 사례도 90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국가가 피해 호소자들에게 전하는 안내문은 변한 게 없고, 여전히 의문과 의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질병청 "피해보상, OECD 회원국 중 상위권", 하지만…


이상반응 피해보상은 피해조사의 인과성 여부 결과와는 별개로 신청 가능합니다. 현재 정부에 피해 보상을 신청한 3만3,715건 중 피해보상전문위원회가 심의한 사례는 아직 8,679건 정도인데 이중 보상이 결정된 경우는 3,438건. 39.6%입니다.

질병관리청은 이를 두고 "인과성 근거가 불충분해 보상에서 제외된 중증 또는 특별관심 이상반응 환자에 대해서도 1인당 3천만 원까지 진료비 등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이런 피해보상의 범위가 OECD 회원국 중 피해보상 제도를 운영한다고 확인된 곳들 중에선 가장 폭넓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자료(12월 2일 기준), 한국의 피해보상 인정 건수 2,865건. 핀란드 167건, 미국 1건)

보상도 중요합니다. 실제 중증 이상반응이 나타나 지속적 입원 진료를 받는 사례자들의 경우 보상이 결정되기 전 이미 수천만 원의 병원비를 감당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보상이 결정되기까지 시간이 수개월 씩 걸리는데다가, 근거 불충분으로 분류된 4-1의 사례의 경우, 정부는 3천만 원 이내의 의료비를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기저질환에 해당하는 치료는 제외하고 있습니다. 접종 후 나타난 증상이 기저질환 때문이라고 해석되면, 보상을 받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접종 후 사망 신고가 된 한 20대 여성의 경우 결정된 정부 보상금은 2만 원이었습니다.
 

"백신 맞으라고 한 게 잘못일까"라는 자책을 막으려면


더 많은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에 나서려면, 그들의 불안감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것도 정부의 몫입니다.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부족하다 평가되면 그건 부족한 게 맞습니다.

'중대 이상반응 신고율'은 전체의 0.015%라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결국 이 소수의 고통을 정부가 어떻게 적극적으로 책임지는가가 언제까지 백신을 맞으며 살아야 할지 불안한 국민 다수에게 정부의 신뢰를 쌓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백신 접종이 100% 개인의 선택이 아닌 집단의 예방력 강화라는 목표를 두고 정부가 독려하는 것인 만큼, 피해는 폭넓게 책임지고 소통은 더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저는 모두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75일 전 우리 아들이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아들은 아직 제 옆에 있을 겁니다. 그 때 시간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제 한으로 남았습니다." (1월 4일 국회 간담회, 준우 어머니 발언 中)

아들의 사망이 백신을 맞으라고 했던 자신의 탓이라는 어머니의 자책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취재 : 박수진, PD : 김도균, 일러스트 : 김정연, 제작 : D콘텐츠기획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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