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일본 코로나 확진자 다시 증가세…'입국규제' 의미 있나

오미크론 방역 "국내외 모두 대응"에 우려의 목소리

[월드리포트] 일본 코로나 확진자 다시 증가세…'입국규제' 의미 있나
지난해 가을부터 급격하게 감소했던 일본의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도 도쿄의 경우 하루 코로나 확진자 숫자는 10월 둘째 주부터 두 자릿수에 접어들어 11월과 12월에는 줄곧 100명을 넘기지 않았는데, 새해 들어 다시 세 자릿수로 올라간 겁니다. 1월 3일에는 103명이 보고됐고 4일은 151명이 추가됐는데, 150명 이상이 나온 건 지난 10월 3일 이후 처음입니다. 일본 전체로도 4일 신규 확진자가 10월 6일 이후 처음으로 1,000명을 넘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연말연시를 맞아 도시에서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지역으로 코로나를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해 왔는데, 이런 우려가 지금부터 숫자로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확진자 급감을 계기로 코로나 긴급사태가 해제되고 음식점들이 주류를 제공하는 야간 영업 체제로 돌아가면서 일본도 코로나와 함께 하는 일상으로 상당 부분 복귀했습니다. 일상 복귀는 특히 도심의 자영업자 등 외식 업계와 유통, 관광업계의 요망을 등에 업은 재계의 비명에 대한 정부의 응답이었지만, 역시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 속에 감염 확산을 틀어막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마스크와 체온 측정, 소독을 철저히 했다고는 하지만 연말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장과 각종 스포츠 경기장, 그리고 새해 첫날 백화점과 종교 시설 등에는 코로나 이전을 방불케 하는 인파가 몰렸고 도시의 주요 철도역과 공항도 고향을 오가는 발길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새해 초 신규 확진자 증가는 어쩌면 예견됐던 일이라는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1월 4일 도쿄 간다묘진(신사)에 몰린 참배객

일본 정부의 고민은 이젠 어쩔 수 없는 신규 확진자 증가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일본 최대의 민영방송국 NNN은 4일, 자체 집계를 통해 일본 내 오미크론 감염자가 1000명을 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0일 현재 500명(공항 검역 확진자 포함)에서 불과 1주일도 안돼 2배가 늘어난 수치입니다. 그동안 오미크론 청정지역이었던 홋카이도에서도 4일 처음으로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와 일본의 47개 광역 지자체 가운데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온 지자체는 이제 서른 곳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아직 오미크론 감염자의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일본으로 들어온 입국자와 입국자의 가족, 친지 등 밀접 접촉자라는 통계가 있지만, 최근 해외 체재 이력이 없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이른바 '지역 감염' 사례도 곳곳에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키나와는 미 해병대 기지 캠프 핸슨을 중심으로 기지 주변 유흥가와 상점가 등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 하루 신규 확진자가 도쿄보다 더 많이 나오고 있는데(1월 4일 현재 225명), 이 가운데 오미크론 감염자가 얼마나 되는지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미군이 하루 신규 확진자 수를 오키나와 현 정부에 통보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 기지 내 오미크론 감염 상황까지 상세하게 전달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 내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지역 감염이 본격화하면서 지난 12월 초부터 시작됐던 해외 유입 방지 정책, 이른바 '미즈기와(水際, 물가에서 육지 상륙을 막는다는 의미) 정책'의 유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2월의 입국 규제 정책은 전 세계에서 일본 입국에 필요한 신규 비자 발급을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단하는 강력한 유입 방지 정책입니다. 여기에 이미 발급받은 체재 비자를 갖고 일본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외국인이나 일본인 귀국자는 체재 국가의 오미크론 상황에 따라 짧게는 사흘, 길게는 열흘 동안 일본 정부가 지정한 숙박시설에 격리하고 시설 격리 이후에도 자택격리를 요청하는 등 오미크론 변이의 일본 내 유입 차단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오미크론 감염자가 공항 검역에서 확인됐던 12월 한 달 동안 이런 차단 정책이 효과를 보인 것은 맞지만, 12월 하순부터 이런 '그물망'이 조금씩 뚫리기 시작했습니다. 해외에 다녀온 적도 없고, 오미크론 감염자와의 밀접 접촉도 확인할 수 없는 일본 내 거주자에게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확인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은 '쇄국'에 가까운 유입 방지 정책으로 시간을 벌었지만, 오미크론 지역 감염이 일본 내에서 확산하기 시작한 이상 방역 정책의 기조를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늘(4일) 미에(三重) 현 이세 진구(이세신궁, 伊勢神宮)를 참배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미즈기와 정책'이 일본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시간을 버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엄격한 유입 차단 정책을 계속 유지하면서 일본 내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감염 검사 무료화를 확대하고 고령자와 의료 종사자에 대한 3차 접종(부스터 샷)을 앞당겨 실시하는 한편, 의료 제공 체제를 정비해 '6차 유행'을 막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해외 유입 차단 정책을 지금처럼 유지하면서 일본 내에서도 확산 방지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건 각 지자체의 일선 보건소와 의료 체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벌써부터 의료 현장에서는 일본 전국에서 하루 감염자 2만 5천 명의 감염자가 나왔던 5차 유행의 악몽이 재연되기 시작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일본 정부가 어느 시점에서는 해외 유입 차단과 일본 내 확산 방지, 둘 중에 하나를 우선시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 분명하지만, 정부가 "둘 다 할 수 있다"며 고집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