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빨간 스카프를 감히 광고에"…중국 유명 기업 뭇매

최근 중국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는 중국 기업이 있습니다. '싼즈쑹수'라는 식품 회사입니다. '세 마리의 다람쥐'라는 뜻의 이 회사는 견과류, 말린 과일 등을 판매하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식품 기업입니다. 2019년에는 중국 스낵 업계 최초로 매출액이 100억 위안(1조 8천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싼즈쑹수 '찢어진 눈'·'빨간 스카프' 광고 논란…거듭 사과


싼즈쑹수가 논란을 촉발시킨 것은 컵라면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에는 눈이 가느다란 모델이 등장하는데, 이는 곧 '찢어진 눈', '동양인 비하'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서구의 고정관념을 이용해 중국 여성들의 이미지를 비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당 광고의 모델이 SNS에 "눈이 작으면 중국인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이냐", "모델로서 일했을 뿐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지만, 싼즈쑹수는 결국 사과했습니다. "모델의 메이크업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분들께 사과를 전한다"고 했습니다. 관련 광고도 삭제했습니다.

싼즈쑹수의 컵라면 광고

중국 네티즌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싼즈쑹수가 3년 전인 2019년 4월에 올린 광고를 소환해 다시 심판대에 올렸습니다. 목에 빨간 스카프를 두른 모델들이 견과류 상자를 들고 있는 광고입니다. 문제가 된 것은 빨간 스카프였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은 "빨간 스카프는 중국 소년선봉대의 상징"이라면서 "광고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관영 매체까지 나서 "빨간 스카프는 붉은 깃발의 한 귀퉁이를 나타내는, 중국 혁명 전통의 상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싼즈쑹수는 다시 사과해야 했습니다. "당사 광고·홈페이지·제품 포장 등에 대한 자체 점검·수정에 나서겠다"며 "내부 감사와 직원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2019년 싼즈쑹수의 견과류 광고

빨간 스카프 두른 영상 올렸다가 처벌…"상업적 목적 금지"


빨간 스카프가 논란이 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9년 3월 쓰촨성에서 한 여성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습니다. 빨간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물고기를 잡는 영상을 SNS에 올렸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당시에도 공안은 빨간 스카프를 문제 삼았습니다. 공안은 성명까지 내고 "애국 영웅의 명예, 빨간 스카프로 대변되는 인민의 애국심을 심각하게 모독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이 여성은 12일간의 행정 구류 처분과 함께 벌금 1,000위안(18만 원)을 물어야 했습니다. 2018년 9월에도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다롄완다그룹의 자회사가 빨간 스카프에 광고를 인쇄했다가 사과 성명을 냈습니다.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물고기 잡는 영상을 올렸다가 처벌 받은 여성

중국은 왜 이렇게 빨간 스카프에 민감해할까요. '훙링진(紅領巾)'이라 불리는 이 빨간 스카프는 1949년 창설된 중국 소년선봉대의 표시입니다. 소년선봉대는 공청단(중국 공산주의 청년단)의 산하 조직으로, 6~13세 유소년은 소년선봉대에, 14~28세 학생과 청년은 공청단에 가입합니다. 중국에선 초등학생들이 이 빨간 스카프를 매고 학교에 다니기도 합니다.

2005년 중국 소년선봉대 전국공작위원회가 발표한 규정에 따르면, 빨간 스카프는 상업 광고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빨간 스카프뿐 아니라 소년선봉대 명칭, 깃발, 휘장, 표식, 노래 명칭, 가사, 악보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광고는 물론, 기업 명칭, 상표 등록, 오락 등의 활동에서도 사용이 금지됩니다. 개인적인 경조사나 연회 등 부적절한 장소에서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중국은 2018년부터 영웅과 열사의 명예를 손상하거나 모독하는 것을 금지하는 '영웅·열사 보호법'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에서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충성 맹세를 하는 중국 청년들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사용되기 시작한 이 빨간 스카프는 북한, 쿠바 등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착용되고 있습니다. 국가마다 나름대로의 전통과 질서, 법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잣대로 쉽사리 재단할 수 없습니다. 존중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빨간 스카프를 훼손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모델이 착용하고 나온 것인데, 관심을 끌기 위해 목에 두르고 동영상을 찍은 것뿐인데 이를 처벌하거나 낙인찍는 것은 과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오히려 대중에게 친밀감을 줄 수도 있는데 융통성이 없어 보입니다. 금기가 많을수록 사회는 경직될 수밖에 없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