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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비용,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①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 있는가

통일비용,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①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지난 글( ▶ '분단비용'을 아시나요?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에서 조국이 분단돼 있음으로 인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부담하고 있는 분단비용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번에 살펴볼 주제는 통일비용입니다.

통일비용은 남북한 통일 과정에서 필요하게 될 비용을 말합니다. 다만, 통일비용은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의할 것이냐에 따라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통일 추진에 소요되는 직접비용만을 따질 수도 있고, 통일 이후 남북한 지역의 경제 격차를 해소하는 비용 전체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정의를 활용하든 간에 통일 과정에서 상당한 돈이 들어갈 것이라는 점입니다. 통일이 안정화되고 남북의 통합 발전이 이루어지면 장기적으로 통일비용을 넘어서는 이익이 환수되겠지만, 통일 과정의 초기에는 북한을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상당한 돈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북한 인민 겨울

이상적인 통일비용 조달 방안

남북한 통일비용을 조달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통일비용 소요를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통일비용이 줄어든다면 비용 조달 부담도 그만큼 낮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요?

통일비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북한 경제를 빨리 발전시켜 남북한 경제 격차를 줄이는 것입니다. 북한 경제가 빨리 발전할수록 중앙정부가 투입해야 할 재정 부담도 줄어들며 북한 지역에서 새로운 세금 수입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관건은 통일 초기 통일비용을 인프라나 생산설비 같은 생산적 요소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느냐입니다. 열악한 북한 내 생활 환경을 고려해 북한 주민들의 복지 향상에도 힘을 기울여야겠지만, 초기 통일비용이 복지 수준 향상에 집중될 경우 통일비용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끝없이 불어날 수도 있습니다. 초기 통일비용을 북한의 생산력 향상 쪽에 집중해 북한 경제가 급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한다면 남북한 경제 격차도 빠른 시간 내에 줄고 통일비용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북한 경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남한 경제도 같이 활성화할 수 있다면 증세의 여력도 높아지게 됩니다. 남한은 지금 경제 성장도 정체기를 맞고 있고 젊은이들의 취업도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지역 개발 과정에서 남한 경제가 활성화돼 기업 매출뿐 아니라 자영업 여건이 나아지고 취업률도 높아진다면 통일비용을 위한 증세를 하는 데 있어 저항도 낮아질 것입니다. 증세를 단순히 통일이 됐으니 같은 민족으로서 부담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로 얻는 편익이 남한에도 공유되는 만큼 나와 내 자녀의 삶에 도움이 되기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접근하고, 국민들이 이를 수긍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이상적인 것은 없을 것입니다.
 

독일의 통일비용


안정식 취재파일용-베를린 장벽 붕괴

독일도 통일 과정에서 상당한 통일비용이 소요됐는데, 통일비용이 주로 어떻게 쓰였고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일은 처음에는 통일비용에 대해 크게 부담을 갖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추가적으로 증세를 하지 않고도 동독 지역의 자산 매각이나 차입, 통일독일의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될 세수를 통해 통일비용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통일비용은 이런 방법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증가했고, 결국 여러 측면에서 증세 조치를 단행하게 됐습니다.

독일 정부는 통일기금 조성과 연대세 도입, 부가가치세와 유류세 인상 같은 증세 조치뿐 아니라, 실업보험료와 연금보험료 같은 각종 사회보험료 인상, 국방비 감축이나 각종 보조금 삭감 같은 정부 지출 감축 등의 방법으로 통일비용을 조달했습니다. 채권을 발행하고 동독 지역의 국유자산 매각 대금도 활용했습니다.

독일의 통일비용은 어느 분야에 가장 많이 소요됐을까요?
 
구분 내용 금액 비중
인프라 재건 도로, 철도, 교통, 주택, 도시건설 등 1,600억 유로 12.5%
경제 활성화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농업 지원 등 900억 유로 7%
사회보장성 지출 연금, 노동시장 보조,
육아보조, 교육보조
6,300억 유로 49.2%
임의기부금 지출 독일통일기금(1991-1994),
판매세 보조, 주재정 균형화, 연방보조금 지급
2,950억 유로 23%
기타 지출 인건비 및 국방비 1,050억 유로 8.2%
총 이전지출   1조 2,800억 유로 100%
▲ 독일 연방건설교통부의 통일비용 내역 (1991-2003 추정치)

이 자료는 독일의 연방건설교통부가 1991년부터 2003년까지의 통일비용 내역을 산출한 것인데, 독일 통일비용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사회보장성 지출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연금이나 노동시장 보조 등 복지분야에 투입된 지출이 전체 통일비용의 49.2%, 즉 절반가량이나 됐다는 것인데 이는 서독의 사회보장시스템을 그대로 동독 지역에 적용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비용이었습니다.

독일 통일은 동독 주민들이 급속하게 서독과의 통합을 원했고 동독 주민들의 이동을 막을 어떤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진행됐습니다. 때문에 동독 주민들의 서독으로의 대량 이주를 막기 위해 서독 정부는 1:1의 화폐 통합을 결정했고 동독 지역에도 서독과 같은 수준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이 불가피했습니다. 이로 인해 독일은 인프라 재건 비용이나 경제 활성화 지원 비용보다도 훨씬 많은 비용을 사회보장성 지출에 써야만 했습니다.

통일비용으로 먼저 동독 지역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그로 인해 늘어나는 세수를 통일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되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통일비용의 상당 부분이 복지 비용으로 지출되면서 투자는 상대적으로 지체됐고 경제 발전이 더디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동독 지역의 경제 발전이 지체되면서 구동독 지역의 세금 수입 또한 많이 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서독 지역에서 동독 지역으로 계속 통일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투자적 지출인 인프라 재건이나 경제 활성화 지출을 늘렸더라면 동독 지역의 경제 발전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며 전체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남북한의 통일비용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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