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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재명 '약진' 윤석열 '주춤' 속 안철수 '꿈틀'…여론 읽는 법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입니다. 동시에 '여론조사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오며, 저희 SBS를 포함한 여러 언론사가 각자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대상과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이들 조사 결과는 통일되게 한 가지 메시지로 수렴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약진' 이재명, '주춤' 윤석열, '꿈틀' 안철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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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 '골든크로스' 생겼다…3대 핵심 지표 추이는?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대선 후보

'골든 · 데드크로스' 생겼다…최근 4차례 여론조사 추이

새해를 맞아 저희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역시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주요 후보 지지도를 보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 34.9%,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26%, 안철수 국민의당 7.8%,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6%로 조사됐습니다. 1위 이재명 후보와 2위 윤석열 후보 격차는 8.9%포인트로, 이 후보가 오차 범위를 벗어나 앞섰습니다. 이 후보의 약진이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새해 여론조사 한세현 2

여론조사에서 특정 시점의 지지도 못지않게,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흐름'입니다. 지지율 등락을 시계열적으로, 즉 시간 경과에 따라 연속적으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지난달 중순 SBS 여론조사와 비교해보면, 이재명 후보는 0.5%포인트, 윤 후보는 7.3%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심 후보도 0.9%포인트 하락했지만, 안 후보는 유일하게 4.7%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범위를 좀 더 넓혀서, 주요 대선 후보가 확정된 지난해 11월 초부터 지난달 말 조사까지 4차례 진행된 지지도를 봤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그동안 조금씩 오르다 이번에는 그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2주 새 7.3%포인트나 하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후보의 순위가 뒤바뀌는 '골든' 그리고 '데드크로스'도 발생했습니다. 야구 경기에 비유하자면, 이 후보는 이른바 '필승조' 투수를 투입해 실점을 막아냈다면, 윤 후보는 투수들이 위기에서 와르르 무너지며 대량 실점한 셈입니다.

새해 여론조사 고정현 1

이런 와중에, '나 홀로' 상승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도 눈에 띕니다. 지난달 중순 3.1%이던 안 후보 지지율은 2주 만에 4.7%포인트나 끌어올렸습니다. 빠르고 가파른 상승세입니다. 또 하나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조금씩 줄어들던 지지하는 후보가 없거나 '모르겠다'라는 부동층이 직전 조사보다 4%포인트 오른 26.3% 기록했단 점입니다. 최근 4차례 조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이는 윤 후보 지지율 하락분이 안철수 후보와 부동층으로 분산됐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합니다.
 

'20대 · 중도층 · 수도권' 승기 잡은 이재명

이 모든 결과의 시작점은 결국 '윤석열 후보 지지율 하락'이란 간단한 명제로 귀결합니다. 윤 후보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 윤 후보 부인 관련 의혹 그리고 국민의힘 선대위 내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대선 후보 경선과 달리 본선은 당원들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라 중도층 '스윙 보터'와 2030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선대위도 중도층과 2030의 표를 얻을 수 있는 사람들도 꾸려야 한다. 선대위는 중도 지향적이어야 하고 슬림해야 하며, 책임 전략 단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당내 경선 때와 달리 공략 대상이 바뀌었는데도, 윤 후보 측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취지입니다.

이 같은 지적은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SBS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 지지층을 연령대별로 나눠서 보면,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이 후보가 더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특히, 직전 조사에서 팽팽하던 20대와 50대는 이 후보 우세로 돌아섰습니다.

새해 여론조사 한세현 4

여기에, '표심의 풍향계'로 평가받는 중도층 변화도 도드라졌는데, 이 후보는 1.4%포인트 상승한 반면, 윤 후보는 6.4%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격차는 14.4%포인트, 어느새 두 자릿수까지 벌어졌습니다. 지역별로는 지난 조사에서 박빙이었던 수도권이 이 후보 우세로 바뀌었습니다. 즉 '20대-중도층-수도권' 싸움에서 이 후보가 우위를 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0대 43.5% · 20대 이하 59.1% "지지 바꿀 수도"…변수 될까

그렇다면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까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불과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지금의 결과를 예측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윤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앞선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민심의 변화는 무섭고 또 빠릅니다. 실제로 이번 SBS 여론조사에서도 30대의 43.5%, 20대 이하는 60%가량이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SBS 신년 여론조사 보도 직후,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도 제게 이 같은 경계의 뜻을 전했습니다. "심상정, 김동연 후보가 완주한다고 했을 때, 최소 42% 이상 '자력'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상대의 실점보다는 우리가 득점하는 게 필요하다. 외부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5%포인트 이상 이기는 여론조사가 결과가 수 주간은 이어져야 한다." 이재명 후보 역시 "상대가 떨어진 측면이 더 강하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좀 더 겸손하게 상황을 봐야 되고, 언제든지 (윤 후보 지지율이) 복귀할 수 있다고 지금 얘기를 하고 있다"라며 낙관론을 경계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민주당이 의식하는 '부정적 외부 여건'의 핵심은 '정권 재창출 대 교체 여론'입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와는 별도로,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여전히 많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정권 재창출 여론이 다시 40% 아래로 떨어진 조사 결과가 있는데, 반면 야당에 유리한 '정권 교체 여론'은 다시 우상향했다. 맞바람을 맞으며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이런 여론을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흡수하지 못하고 지지층이 제3지대와 부동층으로 흩어진다면, 이 같은 이재명 후보 약진 추세는 굳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것입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것입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것을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정치부에서 국회를 출입하며 또 지난 1년여 동안 여론조사를 담당하면서 저는 이 대사를 자주 떠올렸습니다.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바람도 아닌 네 마음이란 표현, 돌아보면 후보의 지지율을 흔드는 것 역시 후보 자신과 그 주변 인물들이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건강한 청사진 제시가 아닌 계속된 네거티브 공방과 구설, 실언, 설화 그리고 여러 인물의 다양한 내용의 사과까지…. 주요 대선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60% 안팎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비호감 대선'이라는 비아냥도 빈말은 아닌 듯합니다.

동양에서는 목이 긴 기린(麒麟)은 성군 아래 태평성대가 이뤄지면 나타나는 상상 속 동물이었습니다. 중국 명나라 영락제 때 환관 정화가 대항해로 세계를 탐사한 뒤 목이 긴 동물 기린을 황제에게 바쳤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앞서 우리나라에선 경주 천마총 벽화의 천마가 말이 아닌 '기린'이라는 학설이 나와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적외선 촬영을 해보니 머리 위에 두 뿔이 선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학문적 논쟁을 차치하고서라도, '목이 빠져라 성군을 기다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론조사/대선투표
 

<조사 개요>
조사 의뢰 : SBS
조사 기관 : 넥스트리서치
조사 일시 : 2021년 12월 30일~31일 
조사 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3명 (성·연령·지역 할당 후 유선 RDD 및 무선 가상번호 추출)
조사 방법 : 유·무선 전화면접조사 (무선 86%, 유선 14%)
응답률 : 17.8% (5천647명 접촉하여 1천3명 조사 성공)
가중치 부여 방식 :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 부여 (셀가중/2021년 1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표본 오차 : ±3.1%p (95% 신뢰 수준)

▶ 여론조사 통계표 보러가기
 
 
<7월 여론조사>
조사 의뢰 : SBS
조사 기관 : 넥스트리서치
조사 일시 : 2021. 7. 12. ~ 13.
<8월 여론조사>
조사 의뢰 : SBS
조사 기관 : 넥스트리서치
조사 일시 : 2021. 8. 13. ~ 14.
<9월 여론조사>
조사 의뢰 : SBS
조사 기관 : 넥스트리서치
조사 일시 : 2021. 9. 6. ~ 7.
<10월 여론조사>
조사 의뢰 : SBS
조사 기관 : 넥스트리서치
조사 일시 : 2021. 10. 12. ~ 13.
<11월 초 여론조사>
조사 의뢰 : SBS
조사 기관 : 넥스트리서치
조사 일시 : 2021. 11. 6. ~ 7.
<11월 말 여론조사>
조사 의뢰 : SBS
조사 기관 : 넥스트리서치
조사 일시 : 2021. 11. 27. ~ 28.
<12월 중순 여론조사>
조사 의뢰 : SBS
조사 기관 : 넥스트리서치
조사 일시 : 2021. 12. 14. ~ 15.
 

※ 전체 질문지 등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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