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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재명과 윤석열 '토론회' 티키타카, 따져봤습니다

[사실은] 이재명과 윤석열 '토론회' 티키타카, 따져봤습니다
대선을 70일 정도 앞둔 지금, 후보들 간 토론회 공방이 뜨겁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운을 띄웠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해 얼굴을 맞대고 토론을 하자고 압박했습니다. 윤 후보는 토론이 별 도움이 안 된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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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 후보는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갔고, 윤석열 후보는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공방이 계속되며 말이 거칠어졌습니다. 말이 말을 낳고, 말이 다시 새끼를 쳤습니다.
 
이재명 후보 : (윤 후보가) 과태료 내고 안 나올 수도 있다. 법정 토론도 500만 원 내면 안 나와도 된다.
- 지난달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

윤석열 후보 : 미래 비전 물타기하는 정치 공세적 토론 제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 지난달 28일, BJC 토론회

이재명 후보 : 윤 후보는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단정하는 경향 있다. 특수부 검사의 묘한 특성이 나온 게 아닌가 걱정된다. 토론은 민주주의 핵심이다.
- 지난달 29일, MBC 김종배 시선집중

윤석열 후보 : 미국 대선에서도 토론 3번만 한다. 트럼프와 클린턴도 그랬다. …… 내가 이런 사람하고 토론을 해야 하나? 어이가 없다. 정말 같잖다.
- 지난달 30일, 경북 지역기자 간담회

SNS에서는 지지자들이 후보의 말을 증폭시키며 허위, 과장 정보를 만들어 냈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오늘 대선 후보들의 토론회 공방을 집중적으로 살펴봤습니다. 단순히 사실과 거짓 판정을 넘어, 후보들의 주장에 담긴 맥락을 자세히 살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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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태료를 내고 토론을 얼마든지 회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안 나올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인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말을 퍼뜨리며 "윤 후보가 과태료 내고 안 나올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주장하기도 합니다.

정확한 규정부터 살펴봤습니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2를 보면, 규정에 따라 주요 후보로 분류된 후보자들은 선관위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벌칙 규정도 있습니다. 벌칙 규정은 같은 법 제261조입니다.
 
공직선거법 제261조(과태료의 부과·징수 등) 
③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에게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 정당한 사유 없이 대담·토론회에 참석하지 아니한 사람

정확히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입니다. 그런데, 공직선거관리규칙을 보면, 여러 가지를 고려해 과태료의 2분의 1의 범위안에서 깎아줄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공직선거관리규칙 제143조(과태료의 부과·징수등)
부과권자는 …… 해당 위반행위의 동기와 그 결과 및 선거에 미치는 영향, 위반기간 및 위반 정도 등을 고려하여 …… 기준금액의 2분의 1의 범위안에서 이를 경감하거나 가중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의 500만 원 발언은 법적으로 규정된 과태료 1천만 원의 절반인 500만 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선 토론회
지난 19대 대선 후보 토론회

실제로 토론회에 불참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군수 후보 3명이 선관위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불참해 1천만 원의 과태료가 확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불참한 후보는 6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3명이 불참 사유가 인정됐지만, 나머지 3명은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법대로 과태료가 부과됐습니다. 허위진단서를 제출하고 토론회에 불참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만, 선관위 말로는, "500만 원 내면 토론회 안 나올 수 있다"는 이재명 후보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500만 원을 내고 토론회에 불참하는 게 아니라, 불참하면 그 사유를 들여다본 뒤, 법적인 해석의 과정을 거쳐 과태료 액수를 산정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미 벌어지지 않은 일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SBS 8시 뉴스 출연

결국,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사실과 거짓의 문제라기 보다, 윤 후보에 대한 정치적 압박 소재에 가깝습니다. 

우리의 정치 문화는 선거 직전 3차례의 법정 토론을 했던 게 중요한 정치적 관례였습니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 선거사(史)에서 유력 대선 후보가 법정 토론에 참석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자연히 이런 관례를 깨는 건 정치적 부담이 큰 것은 물론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윤 후보 측도 법정 토론회에 당연히 참석하겠다는 입장입니다. SNS에 떠도는 것처럼 "윤 후보가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정적인 표현은, 아직까지는 근거가 부족하며, 정치적 관례의 무게를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의혹 제기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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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는 미국 대선 방송 토론회 사례를 들어 반박했습니다. 미국 역시 우리와 비슷하게 법정 토론 횟수인 3번만 하고 있으며, 최근 선거 역시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미국 사례를 빗대, 이 후보의 요구가 과하다는 걸 암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선 토론 방식을 구체적으로 확인했습니다. 미국은 대통령선거토론위원회(CPD)가 토론회를 주관하고 있습니다. 사실은팀이 어떤 곳인지 알아봤는데, 국가 지원을 받지 않고 약간의 세제 혜택만 받는 비영리기구입니다.
 
CPD는 정부, 정당, 정치 위원회, 후보로부터 자금을 얻지 않습니다. CPD는 4년 마다 토론회를 열고 유권자 교육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토론이 개최되는 지역사회와 기업, 단체, 개인 기부금으로 운영됩니다.
The CPD receives no funding from the government or any political party, political action committee or candidate. The CPD obtains the funds required to produce its debates every four years and to support its ongoing voter education activities from the communities that host the debates and, to a lesser extent, from corporate, foundation and private donors. 
- 미국 대통령선거토론위원회(CPD) 홈페이지(https://www.debates.org)

CPD는 5개의 주요 여론조사 기관의 평균 지지율 15% 이상의 후보에 한해, 대선 전 3차례의 토론을 주관하는데, 법령에 근거한 것은 아닙니다. 대선 후보들이 관례에 따라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게 정확합니다. 

사실은팀은 미국 뿐만 아니라, 국가 지도자를 뽑는 다른 나라들의 방송 토론 사례도 조사했습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외국의 선거방송토론>,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의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TV토론회 효율적 운영방안 연구> 등을 참고했습니다.

트럼프 바이든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토론회.

독일과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을 보니, 우리처럼 방송 토론회를 법으로 강제하는 경우보다는 유력 후보들 간의 합의에 따라 운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토론을 하자고 후보자들이 서로 합의하면 방송사가 주관해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독일은 유력 총리 후보의 양자 토론을 한 차례 정도 관례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영국은 선거 전 1~3차례, 프랑스는 1~2차례, 캐나다는 1~2차례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만일 특정 후보가 토론회를 거부하면, 토론회가 성사되지 않는 일도 더러 있었습니다.

다만, 해당 국가들의 정치 환경을 참고할 필요는 있습니다. 미국을 제외하면 대통령이 없거나 있더라도 권한이 크지 않은 내각제 국가들입니다. 내각제의 총선 토론회의 경우, 중앙 정치 대표자의 토론 실력 때문에 지역 정치 대표자를 뽑는 선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반론이 존재합니다. 실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2005년 총선 당시 이런 이유를 대며 TV토론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결국, 다른 선진국과 우리의 후보 토론 횟수를 기계적으로 비교하며 논거로 삼는 것보다는 각자의 정치 환경을 따져보는 게 우선일 수 있습니다. 해당 국가 고유의 정치 문화에 따라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정치 문화는 다른 나라에 비해 방송 토론 의존도가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어제 발표된 SBS 여론조사만 봐도, 선거기간 전이라도 가급적 많이 해야 한다는 응답이 38.9%로 가장 많았고, 법정 최소 횟수인 세 번이 34.2%, 지난 대선처럼 여섯 번이 22.1%로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윤석열 후보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결정되기까지 당내 본경선 토론만 10차례를 경험했습니다. 일대일 토론, 종합 토론까지 그 형식도 다양했습니다. 대선 후보자 토론 횟수가, 당내 경선 토론보다 현저히 적은 것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단순히 사실과 거짓 판정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를 풀어내는 팩트체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SBS 사실은 치시면 팩트체크 검증 의뢰하실 수 있습니다. 요청해주시면 힘닿는 데까지 팩트체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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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참고 자료>
공직선거법 제82조의2, 제261조
공직선거관리규칙 제143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TV토론회 효율적 운영방안 연구>,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2016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외국의 선거방송토론>, 2011년.

(인턴 : 송해연, 권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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